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 4년 만에 먹거리 싸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차별없는 밥상 앞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놓고 정치권과 보수 교육 단체가 다시 '정치급식' 운운하는 건데요. 오마이뉴스는 "급식정치 그만, 친환경무상급식을 계속 부탁해"라는 주제로 희망먹거리네트워크와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요인 중 소아 아토피 피부염과 식품은 일반적으로 40~50%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섭취에 따른 식품첨가물 섭취 및 잔류 농약과 중금속에의 노출이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김혜경,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친환경식품의 효과' 가운데밥 문화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아이들이 병들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냉동 육가공식품, 식품첨가물로 버무려진 길거리 음식, 딱히 조리하지 않아도 근사한 한 끼가 되는 육류와 연육가공식품, 영양을 지켜주는 듯한 첨가물덩어리 음료 등이 아이들을 유혹하기 때문인데요.
한번 빼앗긴 입맛은 아이들의 몸도 아프게 하고 마음도 아프게 합니다. 비만, 소아당뇨, 아토피, 천식,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입니다. 어른들이 나서 이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밥을 먹여야 함은 당연합니다. 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거지요. 특히 교육 과정 속에서 그래야 합니다. 왜냐고요?
친환경무상급식, 식사 예절 중심에서 참여의 밥상으로
'마른 논에 물 들어 가는 것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친환경무상급식은 이전까지 시행된 학교급식과 차원이 다른 정책이며 제도입니다. 친환경급식은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 후 지역에 따라 부분적으로 진행되어 왔는데요. 무상급식의 실시는 국가가 학교급식을 책임지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전의 학교급식은 적절한 영양소와 열량이 갖춰진 밥을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먹이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급식을 남김없이 먹도록 하고, 영양소와 식사 예절 교육을 중심으로 한 정도였죠.
학부모의 참여는 제도적으로 일부 마련되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하게 하는 밥은 어떤 밥인지, 내 앞에 있는 밥이 어떤 수고로운 손길 속에 오게 되는지 내가 먹는 밥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 수 없었죠.
친환경무상급식은 달랐습니다. 건강과 환경, 배려가 담긴 식사이고 교육과 참여 속에 이루어진 급식이었습니다. 생태계를 살리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제철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냉동가공식품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전통적 발효식과 곡채식 식단 위주로 마련되었습니다.
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 식생활교육 지원사업(2013) 내용을 보면, 씨앗이 흙에 뿌려져서 밥으로 오는 과정과 건강한 밥이 내 몸과 지구에 끼치는 영향까지 체험하고 학습하며 이웃과 나누는 교육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양교사의 지도로 농촌을 이해하며 농작물을 가꾸어 먹으면서 제 맛을 알고 즐기게 되어 급식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는 '친환경농산물 이용 학교급식에 대한 중학생의 인식, 만족도 및 요구도 조사(채윤희)', 친환경식재료 사용여부에 따른 학교 급식 만족도와 식생활 행동 비교(송덕희)'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급식에 대하여 긍정적인 인식 및 만족도를 가지고 있으며 친환경급식에 대한 요구도도 높게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건강한 식생활과 친환경급식이 중학생에게 유기적인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친환경 급식에 대한 교육 및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친환경급식의 실시가 청소년의 바람직한 식생활 환경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 채윤희"친환경식재료를 이용한 급식섭취 경험이 급식 전반적인 요인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며, 가공식품이나 식품의 위해성 관련 식생활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사료된다. 향후 가정과 연계하여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고, 학교 내에서도 교과 연계를 통한 식생활교육을 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 송덕희밥만 잘 먹이는 게 아닙니다, 사회가 밝아집니다서울시교육청 블로그 '행복사다리'에 따르면 명일중학교의 경우, 친환경무상급식을 진행하면서 급식소위원회와 학부모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학부모들은 검수와 검식으로 나뉘어 모니터링에 참여하는데요. 학부모들은 '식재료의 상태와 급식실의 위생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건강문진표도 작성' 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학교는 이 내용을 적극 반영한다고 합니다.
'급식소위원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급식소위원회는 교직원(교감, 행정실장, 부장, 교사), 학부모(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외 5명), 학생 위원(학생회장, 부회장), 영양사 등 13명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매달 둘째 주마다 만나 그간의 식단을 검토하고 급식의 문제점, 개선할 점 등에 대해 논의합니다. 1차적으로 작성한 식단 메뉴를 보면서 식단의 조화와 질, 조리방법 등을 공유하고 교직원, 학생, 학부모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식단을 토의해 다음 달 식단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 행복사다리 '학교급식이 달라졌어요' 가운데친환경무상급식은 미래 세대를 사회가 책임지고 보호하며 성장을 돕는 전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제도로, 그 효과가 매우 큽니다. 아동 건강의 측면에서 신체를 건강하게 발육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를 안정시키고 자연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키워서 치유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참여는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학교장이나 선생님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가 운영위원회, 급식위원회 등을 통하여 학부모들의 참여가 활발해집니다. 함께 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급식 참여 활동으로 성장된 학부모들이 자연스레 마을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니, 지역이 활기차게 변화합니다.
또 친환경무상급식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마련된 자치구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친환경식재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직거래 및 공동구매를 비롯, 생산지를 이해하기 위한 도농 협력사업 등을 펼치고 이는 다시 마을사업센터로 확장됩니다. 한 마디로 지역 먹거리 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현재 5개 자치구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운영).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이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일부 지자체는 무상급식예산 때문에 노후 시설 교체나 명예퇴직 교사 예산 책정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2010년 무상급식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무 상황은 호전됐으며 복지 예산 비중(파란색 막대그래프)은 높아졌으나 예산 대비 채무비율(연두색 막대그래프)은 감소했습니다.
명일중학교에서는 학교급식을 시작하는 학기 초마다 학교급식 만족도, 기호도 조사도 실시해 식단을 구성한다는데요. 서울시교육청 블로그 행복사다리 내용에 따르면, 2012학년도 급식만족도 조사에서 학생 77.9%, 학부모 89.1%가 급식에 만족한다고 답변했고, 2013학년도 조사에서는 학생 84.7%, 학부모 95.4%로 만족도가 상당 부분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해물질을 사전에 차단하여 중금속, 환경호르몬, 방사성물질 등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 소비가 생산을 유도하고 부모의 건강이 자식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아동들은 미래의 구매자, 미래의 부모로서 먹거리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의 중심은 관계성입니다. 결과 이전에 과정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이제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며, 참여와 의지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집니다.
식재료 생산에서부터 밥까지 그리고 다시 흙으로. 농부로부터 학교로 다시 지역으로. 곳곳에서 정직하고 믿음직한 얼굴이 보이는 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며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