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가 진리처럼 강조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비정규직인 선장과 선원들이 가질 무책임은 예고된 건지도 모릅니다. 선장이나 정치인, 대통령 등 사고 이후 리더라고 불릴 이들이 보여준 모습도 문제입니다.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 등이 모두 부족했다고 봅니다."6·4지방선거 서울 구로구 구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호대(45)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를 지난 9일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전체를 아프게 한 세월호 참사에 관해 첫 질문을 던졌다. 막스 베버가 남긴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에 관한 자세를 떠올렸다는 그는, 리더가 가져야 할 책임에 관해 다시 한 번 고뇌하게 됐다고 털어 놓는다.
그가 출마한 구로 다 선거구는 구로 1,2동 지역이다. 구로지역 선거구 중 가장 넓다. 구로철도기지를 끼고 있고 가리봉과 인접한 지역이다. 구로공단으로 불리던 가산디지털단지와도 맞닿아 있다. 가장 전통적인 구로동이면서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은 곳이다.
그 역시 구로초·중·고 등을 졸업한 구로 토박이다. 김한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고, 이성 전 구로구청장 비서실장을 거쳤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에선 구의원으로 다시 도전한다.
유년기 기억이, 편한 삶을 버리게 해숭실대 정치외교학과 88학번이다. 흔히 말하는 386세대 마지막 기수다. 혹 학창시절 경력이 화려했지 않았냐 물으니 오히려 평범했다고 솔직히 답한다.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긴 했지만, 뒤에서 쫓아다니는 편이지 앞장서진 못했다고. 졸업 후 이름 있는 은행에 입사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락한 생활을 즐기던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청담동 지점에서 근무했는데 편했죠. 만날 술이나 사고…. 부유하고 안정적인데 무언가 아쉽더군요. 초등학교 시절 등하교 때 육교 위에서 떡을 파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분의 남루한 차림과 고생을 보며 함께 행복할 수 없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고민하다 때려치우고 대학원에 가서 다시 정치 공부를 시작했죠. 이후 민주당 장영신 의원님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시대와 세상에 대한 부채의식이 그를 정치로 불러들인 것. 이후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인 김한길 의원과 8년간 동고동락했다.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시의원 선거에서 실패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한다. 물론 후회는 없단다. 우리 사회에 보수적 정당도 필요하지만, 건강하게 견제·경쟁할 수 있는 정당이 있어야하고 그 역할을 새정치민주연합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단다.
많은 경험이 있고 시의원 출마 경험도 있는데, 구의원으로 하향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 평가에는 웃음을 보인다.
"그런 분들이 계시긴 합니다(웃음). 물론 국회 일도 했지만 구청의 행정을 겪으며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말 중요하단 걸 느꼈습니다. 지역과 견고히 결속될 수 있는 자리가 구의원인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제가 바로서려면 괜찮은 구의원들이 있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차근차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서실장으로 모셨던 이성 전 구로구청장의 업무에 대한 진정성과 삶에 관한 소탈함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를 통해 이제는 자신만의 정치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갈망과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그가 고향인 구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무엇보다 구로에 산다는 것에 대해 크게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 지역민들의 공통 된 감정이 안타깝다고 한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나 내재된 폭발력은 그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이라 확신한단다. 굴뚝공장에서 디지털 단지로, IT산업의 메카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대한민국 그 어느 지역보다 역동적인 곳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과거 구로공단이야말로 산업발달의 기저이자 원동력이었죠. 그럼에도 혜택은 강남, 목동으로 가고 구로자체에 대한 인식은 좋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아쉽죠. 사실 서울 사람은 새침데기라고 하지만, 구로지역민들은 정이 넘쳐 흐릅니다. 어느 지역보다 역동적이면서 마음 따뜻한 구로에 산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었으면 합니다."때문에 이호대 후보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또 지역 개발을 돌보는 동시에 혹시 소외되는 이가 없는지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지역 숙원사업인 구로철도 기지창 이전문제를 같은 당 박영선 의원, 이성 전 구로구청장과 함께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롤 모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어느 분야에서건 닮고 싶은 롤 모델은 있는 법.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을 묻자, 스스럼없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는다.
"가장 고민이 많으셨던 분이라 생각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에 있어서 누구보다 분명한 분이셨습니다. 한때는 이라크 파병 등을 두고 이해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헤아리지 못 한 거죠. 후보일 때와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때 판단은 분명 다른 거라 봅니다."그 외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가 된 박영선(구로을) 의원의 합리성과 잔 다르크 같은 열정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지도자가 가져야할 판단력을 두루 갖춘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또 이인영(구로 갑)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는 물론 따뜻한 인간미까지 넘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자, 선거 당락 여부에 관계없이 구로에서 살아왔고 구로에 뼈를 묻을 '구로인'이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선 혹은 낙선하더라도 지역에서 함께 뒹굴며 살 겁니다.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 좋은 정치인, 좋은 이웃, 좋은 선후배의 모습으로 간직됐으면 합니다. 물론 당선된다면 주민과 구청 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그 마음을 늘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