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매달 한 번씩 회원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추천받아 인터뷰를 합니다. 일명, '아름다운 만남'(아만남)의 대상을 이 기사의 댓글 등을 통해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똑같은 콘텐츠라도 다른 그릇에 담으면 달라 보인다." 지난달 8일 만난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준 유머 팁이다. 헌 술이어도 새 부대에 퍼담으면 신선해 보인다는 말이다. 10여 년째 사랑받는 그의 기획 작품 개그콘서트는 바로 그런 실험물. 코미디 ABC는 똑같은데, 스튜디오가 아니라 무대로 올리니 새롭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내 뿌리는 웃음."10여 년 동안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그도 자기 한계를 안단다. 열심히, 재미있게, 후회 없이 새로운 실험을 했다고 스스로를 토닥거리고 칭찬해주고 있는데 아나운서나 앵커만큼 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을 하든 안하든 내 이름은 '웃음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코미디에 인간을 담고 싶다."그가 추구하는 코미디는 휴먼 스토리다. 그러고 보니 순악질 여사는 단칸방 새댁이었다.그는 소박한 것, 낮은 것, 서민적인 느낌을 좋아한단다. 어머니와 아내와 같은 따뜻한 단어들을 코미디 소재로 넣고 싶단다. 전라도 사투리를 잘 써서 사람들은 전라도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그렇지 않다. 또 경상도 사투리로 밥 벌어먹고 산적도 있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잔다... 그리고"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던 김미화씨. 그도 인간인지라 화가 날 때도 더러 있다.막상 자신은 스트레스를 빨리 날려버리는 편인데, 가족들이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아이들은 학교 가서 폭탄을 맞았다. 그래서 주변 분들에게는 항상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순악질 여사처럼 몽둥이를 휘두르는 스타일은 아니란다. 자연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거나 흙을 만진다고 했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마구 잔단다.
그는 스트레스를 빨리 증발시키는 비법도 공개했다. "내 탓도 반이오!" 내가 좀 더 슬기로웠으면, 나의 잘못도 반인데 저 사람 입장이었다면? 남을 웃길 수 있는 궁리를 하면서 역지사지 또는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터득했단다. 코미디를 하면서 삶의 내공도 다진 셈이다.
"무대에서 웃기다 죽고 싶다."그는 코미디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그의 책 이름은 그냥 나온 게 아니란다. 철학에 가깝다. '춤추다가 무대 위에서 애를 낳고 싶다'고 했던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처럼. 힘든 일을 해도 신명이 나는 것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코미디언으로 살아온 삶에 대해 "폭포 밑으로 떨어지는 물 같았다"고 말했는데, 이처럼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웃음이 삶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늙어서도 광대로 남고 싶다"고 했다. 늙으면 가요무대에만 나가야 하고,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나이든 코미디언들을 무조건 삼류 취급하는 문화가 싫단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를 기획했듯이 끊임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인정받고 싶단다.
"순악질 여사는 무대 뒤에서 울었다."무려 68%의 시청률을 올리며 쓰리랑 부부가 고공행진을 하던 시절. 그는 첫 아이를 뱃속에서 잃었다. 그 충격은 대단했다. 매주 시청자 앞에서 타잔처럼 줄도 타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면서 별짓을 다 했는데, 자신의 몸을, 아니 뱃속 아이의 몸을 혹사시켰던 거다. 사람들을 웃기다가 막 돌아섰을 때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었단다. 한동안 깊은 우울증을 겪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순악질 여사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단다. 하지만 그는 "코미디언은 부모상을 당해도 약속된 무대에 가서 웃겨야 하고, 그게 비극"이라면서 씁쓸해했다.
"명쫓사 회원,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나를..."'명박이에게 쫓겨난 사람들'. 그는 일명 '명쫓사' 회원이다. 얼마 전에 우연치 않게 나도 그 모임에 참석했는데, 전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 MBC 전 앵커인 신경민 의원, 김정헌 교수, 장진수 전 주무관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 뒤에 다시 만난 그에게 험난했던 '이명박 시대의 김미화'와 '박근혜 시대의 김미화'는 다를 것 같냐고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측근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쓰리랑 부부를 보았던 세대이지요. 심지어 동생 분은 제가 쓰리랑 부부를 촬영할 때 한번 찾아오셔서 밥도 먹었어요."코미디언의 자리로 되돌아가고 싶은 그의 간절한 바람, 이 정권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