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말] |
담배와 대기오염 중 어느 쪽이 더 건강에 해로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문의 여지없이 담배가 더 해로웠다. 숫자가 말해준다. 담배로 인한 사망자는 2011년의 경우 600만 명이라고 했는데, 대기오염 사망자는 담배 사망자의 절반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3월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해 사망자가 2012년의 경우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숫자다.
이는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의 '대기오염과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인체발암물질)'이라는 발표와 더불어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알린 충격적인 보고다. 담배로 인한 사망자보다 무려 100만 명이나 많다. 세계보건기구는 지구촌에서 한해 사망하는 사람 8명 중 1명이 대기오염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대기오염이 지구촌 최악의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보도자료에서 "대기오염의 피해는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2배가 넘는다, 이제 대기오염은 지구촌 최악의 위험요인이 됐다"면서 "대기오염을 개선시키면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고 했다. 이 글에선 실내대기오염과 실외대기오염을 구분하여 사망의 원인과 지역별 사망규모 등을 분석한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본다.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이라니, 진짜일까2012년도의 경우 실내대기오염만으로 430만 명이 사망했다. 이는 8년 전인 2004년의 200만 명보다 2.15배나 많은 숫자다. 실외대기오염으로는 370만 명이 사망했다. 이는 4년 전인 2008년의 130만 명보다 2.85배나 많은 숫자다. 둘을 합하면 800만 명인데 이중 100만 명이 실내와 실외 대기오염 모두의 영향을 받은 경우여서 중복을 고려하면 총 700만 명이 실내외 대기오염 사망자가 된다.
이러한 엄청난 사망숫자를 접하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대기오염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수 있는 걸까? 둘째, 불과 몇 년 사이에 2~3배나 사망 피해가 많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셋째, 실내대기오염 피해가 실외대기오염 피해보다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넷째, 지역마다 나라마다 피해가 얼마나 다를까?
첫 번째 의문 '대기오염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수 있는 걸까?'와 두 번째 의문인 '불과 몇 년 사이에 2~3배나 사망피해가 많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는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대기오염 특히, 초미세먼지(PM2.5)의 노출에 의해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이 발병한다는 기전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 추가 조사로 인해 피해가 확인되었으며 이전 조사에서 빠졌던 농촌 지역의 피해가 추가되었다.
심혈관질환은 동맥경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질환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것도 급성 심근경색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심혈관질환 발병인자는 고혈압, 흡연, 당뇨, 비만, 콜레스테롤 등 식이습관, 유전과 체질, 흡연 등이었는데 실내외 대기오염이라는 환경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뇌졸중은 흔히 '중풍'으로 알려진 질병으로 뇌로 향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한다. 기존에 알려진 발병인자는 고혈압, 당뇨, 흡연, 심장질환, 과음과 가족력 등이다.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모두 폐로 흡입된 공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가 산소와 함께 피로 공급되어 피떡이라고 불리는 혈전이 생기고, 혈관을 막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못 사는 나라일수록, 실내일수록 대기오염 피해 심각2012년도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질환 별 비중을 보면, 심혈관질환이 전체의 36%인 253만 명으로 가장 많다. 뇌혈관질환은 전체의 33%인 230만 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는 69%를 차지하는 이 두 가지 질병이 대기오염의 핵심 사망 원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17%)과 급성하기도폐질환(8%) 그리고 폐암(6%) 등 급성과 만성 폐질환들은 이전부터 잘 알려져 온 대기오염 원인의 질병들이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먼지(PM10)와 같은 대기오염물질들이 기관지와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PM2.5)가 측정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체내에서 일으키는 질병의 기전이 확인되어 대기오염의 피해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즉, 지금까지 몰랐던 심장과 뇌 부위의 영향에 대해 알게 되어 피해 규모가 크게 늘어났고, 중국과 인도 등 산업화가 진행되는 인구밀집 지역에서의 대기오염 자체가 늘어나면서 피해규모가 커진 것이다. 실외 대기오염의 영향과 관련하여 이전에는 도시지역만을 중심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번에는 농촌지역까지 조사가 확대되었다.
과거에는 전염성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이었는데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위생이 개선되면서 전염성질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대신 비전염성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원인으로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오염이 지목되고 있다. 다시 말해, 대기오염 자체가 악화되어 피해가 커진 측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이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피해를 알게 되면서 실제 피해규모가 제대로 밝혀진 것이다.
세 번째 의문 '실내대기오염 피해가 실외대기오염 피해보다 많은 이유는?'과 네 번째 의문인 '지역마다 나라마다 피해가 얼마나 다를까?'는 서로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실내대기오염 피해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와 서태평양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 국가들에서 사용하는 실내 취사연료로부터 발생하는 매연이 주요 원인이다.
이들 나라들은 저소득국가들이어서 실내 취사연료를 목재나 황이 함유된 질 낮은 석탄이나 납이 포함된 석유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매연을 효율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실내가옥구조와도 관련되어 전체 대기오염 발생량 자체는 실외보다 작지만, 좁은 실내에서 발생한 매연이 고스란히 실내 거주자들에게 노출되어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다.
고소득 국가들은 취사연료로 천연가스나 전기를 사용하여 매연발생이 거의 없거나 적어 실내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미미하다. 실내대기오염 사망의 99.6%가 저소득국가에서 발생하고 고소득국가의 사망은 0.4%에 불과하다. 지역별 사망피해는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포함된 동남아시아 지역이 170만명으로 전체의 39%로 가장 많고, 중국과 몽골, 베트남, 필리핀 등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이 162만명으로 전체의 37%를 자치한다.
이러한 지역구분은 세계보건기구의 지역사무소 관할영역에 따른 것이지만, 이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시아 지역으로서 지구촌 전체 실내대기오염 피해의 대부분인 76%에 해당한다. 아프리카 지역 피해는 58만 명으로 전체의 14%이며, 동부지중해 지역이 20만 명, 동부유럽지역이 약 10만 명, 아메리카지역이 8만 명 순이다.
실외대기오염의 피해는 어떠할까? 실내대기오염 피해와 비교하여 눈에 띄는 차이는 세 가지다. 첫째는 지역별 피해규모에서 중국이 포함된 서태평양지역이 전체 피해의 절반 가량인 45% 170만명이나 된다는 점이다(서태평양지역의 실내대기오염 피해는 37%로 전체의 2위). 둘째는 고소득국가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서 전체의 12%인 45만여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고소득국가 실내대기오염의 피해는 전체의 0.4%). 셋째는 심혈관질환 사망과 뇌혈관질환 사망이 각각 40%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실내대기오염의 사망의 경우 뇌혈관질환 34%, 심혈관질환 25%로 합쳐서 전체의 60%).
고소득국가의 실외대기오염 사망피해를 좀 더 살펴보면, 아시아의 경우 중국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등에서 6만8천명이나 발생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끼치는 영향과 해당 국가에서 자체 발생한 대기오염이 혼합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은 고소득국가의 실외대기오염 피해가 저소득국가의 피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유럽은 7만6천명, 아메리카는 3만6천명이 더 많다.
WHO가 전하는 메시지,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세계보건기구의 대기오염 피해보고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실내와 실외 대기오염피해 사이에서 피해자의 연령대와 성별 차이다. 일반적으로 환경오염물질 노출피해를 말할 때 직업상의 오염물질 노출피해와 비교하여 거론하곤 한다. 남성의 경우 작업환경에서 고농도 장단기 노출로 인해 여성보다 건강피해가 크게 나타난다.
반면, 환경성 노출피해는 여성피해가 남성과 비슷할 정도로 많고 어린이들의 피해가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주거환경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모두가 노출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피해 차이가 크지 않고, 어린이의 피해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내와 실외 대기오염의 경우, 실내거주 시간이 많은 여성과 어린이의 피해가 큰 특징을 보여 어린이와 성인여성의 피해가 51%, 성인 남성의 피해가 49%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조).
성인남녀 및 어린이 각각의 실내와 실외 대기오염 사망피해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25세 이상 남성의 경우, 실내대기오염과 실외대기오염의 피해가 각각 200만명 수준으로 같다. 25세 이상 여성의 경우에는 실내대기오염 피해의 비중이 실외대기오염 피해보다 4%정도 많은 177만명이다. 그런데 5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실내대기오염 피해가 실외대기오염 피해보다 4배 이상 많은 53만명이나 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어린이가 성인여성보다 실내대기오염에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스모그와 대기오염문제를 지금까지 흔히 생각해온 것처럼 기침이나 가슴 답답함 등의 호흡이 불편한 정도의 폐질환을 일으키는 환경문제나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부산물 정도로 인식해선 결코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대기오염 사망피해 보고서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기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우리 몸 속 깊숙이 침투하여 폐는 물론이고 심장과 뇌를 공격하여 치명적인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며, 어린이와 여성에게 집중적인 피해를 입히는 지구촌 최악의 살인자라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