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뒤집혀 3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초유의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원들의 절반 이상은 비정규직이었다.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으며, 계약과 해약이 반복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업윤리, 소속감, 책임감을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었을까. 세월호의 선원들이 비정규직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비용 절감' 때문이었다.
지난 5월 초순, 서울메트로 지하철 2호선이 추돌해 24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발생했다. 2인 승무체제를 단독 혹은 무인운전으로 바꾸겠다며 도입한 열차 자동운전장치, 과도한 외주화 그리고 2000년 이후 10년간 무려 600여 명 감소된 정비 인원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시 이유는 '비용 절감'이었다.
지난 3월 중순,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를 또 다른 버스가 들이받아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당일 18시간 연속 근무를 하며 극도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같은 장시간 근무는 예산을 지원하는 지방정부가 적정 수준의 인건비 유지를 평가 항목에 넣고 있어 버스 회사들이 신규 채용을 줄였고, 결국 부족한 인력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도 이유는 '비용절감'이었다.
공항에도, 철도에도, 병원에도, 건설현장에도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비용절감'은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비용을 부풀리는 존재인 노동자는 무조건 줄이거나 비정규직으로 값싸게 사용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리고 최근 잇따른 대형 사고는 이러한 '비용절감'이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인력마저 줄여버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청해진 해운, 세월호 알바노동자에 대한 모든 보상 실시해야
비용절감, 그 끝자락에 바로 알바들이 서 있다.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존재인 세월호 알바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회사로부터 장례비조차 못 받은 상태이다. 청해진해운은 알바노동자를 승객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선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원으로 인정하면 청해진해운이 장례비든 보상이든 결국 그 비용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바노동자를 승객으로 볼 경우에도 청해진해운과 보험사 간에 핑퐁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승객에 대한 보상 책임이 있는 보험사가 근로 관계가 명확한 알바노동자를 승객으로 인정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알바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선원법상 선원은 '선박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하여 고용된 사람'이다. 선원이 아닌 자는 수리기술자, 운송사업근로자, 공연자 등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식당배식, 매점운영, 야간순찰 등의 업무를 담당한 알바노동자가 선원법상 선원이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세월호에서 생을 마감한 한 알바노동자는 일반 선원과 같이 승무원복을 입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배에서 일한 이들이 선원이지, 마부겠는가. 이 문제의 본질은 선원법상 선원에 대한 해석에 있지 않다.
법의 사각지대에 내던져진 알바노동자의 현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본질이다. 세월호의 알바노동자는 '오로지 알바라는 이유'로 선원법상 근로계약서 작성, 명부작성, 공제보험 의무 가입 등의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서도 못 쓰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각종 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노동법 상 보호받아야 할 것들조차 누리지 못하는 우리 사회 알바노동자들의 현실이 세월호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최대 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알바노동자들은 모두 세월호의 알바노동자와 똑같은 신세다.
해양수산부는 선박에서 일하는 모든 알바노동자를 선원으로 인정해야세월호의 알바들이 선원으로 인정되어야 우리 사회 알바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월호의 알바들이 제대로 보상받아야 우리 사회 알바들의 권리도 제대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알바노조는 전체 알바노동자들에게, 알바를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알바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명운동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세월호 알바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이 문제가 전체 알바노동자들의 문제임을 알리면서 무개념의 해양수산부와 청해진해운에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서명운동은 세월호 알바노동자의 존재가 발견된 4월 29일 이후 억울한 영혼들이 이승에 머무는 49일 동안 벌이고 해양수산부와 청해진해운에 전달할 계획이다. 청해진해운은 곧 망할지 모른다 하니 유병언 회장집이든 금수원이든 달려가 알바노동자들의 분노를 반드시 전달할 계획이다. 유족들이 벌이고 있는 세월호 진실규명 촉구 서명운동과 더불어 알바노동자가 선원이라는 또 다른 진실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함께 벌이자.
세월호 알바노동자는 선원이다!
세월호 알바노동자 인정 서명운동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구교현은 알바노조 위원장입니다. www.alba.or.kr 알바노조(02-3144-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