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오전 9시 30분과 45분 사이에 세월호 위로 해양경찰헬기 3대가 떴다. 생존자 권상환(38)씨는 그 중 한 대에서 구조요원 두 명이 내리는 걸 목격했다. 5월 14일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만난 그는 "두 명이서 뭘 하겠냐"며 "해경이 너무 적게 왔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일 아침 방에서 자고 있던 권씨는 이상하게도 배가 계속 선회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후다닥 우현 갑판 쪽으로 뛰어나갔고, 벽에 기댄 채 사진을 찍어 부인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다. 그 시각이 9시 18분이었다. 이때 3층 우현 갑판 위에는 어림잡아 20명 정도가 매달려 있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헬기에서 구조요원 두 명이 내렸다. 내가 안에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뭐 왔다 갔다 하면서 들어가진 않았다. 켁켁 대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힘들다더라."
배가 오는 시간이 있으니 헬기라도 여러 대 먼저 출동하되 구조 활동이 가능한 해경들을 채우고 와야 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권씨는 "사람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해경이 헬기에 구조요원을 4~5명만 태워왔어도 3대면 15명 정도"라며 "그 사람들이 내려와서 퇴선하라고만 했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뿐 아니라 준비도 부족했다. 또 "해경이 늦게 오는 사이에 배가 더 기울었는데 승객들이 과연 올라올 수 있었겠냐"며 "사다리라도 들고 와서 내려주고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화물기사인 권씨의 원래 방은 3층 후미 좌현 맨 뒤쪽(DR-4)이었다. 동료 기사의 코골이로 잠을 설치는 바람에 그는 화물칸으로 내려가 차에서 자려고 복도로 나왔다. 그 때 열린 문틈으로 조용한 방(DR-5)이 하나 보여 들어갔다. 기사 숙소는 방 배정이 무의미했다.
만약 그날 권씨가 차에 내려가서 잤으면 어떻게 됐을까? 화물칸은 차량 및 화물 고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쪽으로 쏠려 아수라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