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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 세월호침몰사고 한 달째인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유가족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고개 떨군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세월호침몰사고 한 달째인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유가족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 16일 오후 9시 46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요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결론적으로 부족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대상으로 삼는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겼다. 민간 주도의 진상조사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효과적일까요"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예정된 대국민담화의 일부 내용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도 난색을 표했다.

"현장을 지켜본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유가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던 것치고는 초라한 결과인 셈이다.

유경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16일 오후 박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사고 초기라면 단순한 위로도 감사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 대통령과 1시간 20분가량 대화를 나눈 유가족 대표들은 이날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과 나눈 이야기를 요약해 공개했다.

국회에 넘기고 - 검찰수사 두둔하고 - 대국민담화 가리고

유 대변인은 "늦은 감이 있지만 면담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대통령님과 청와대에 감사를 드린다"라고 먼저 밝혔다. 이어 "우선 가족들이 (수습 과정에서) 느꼈던 체험, 경험, 소회들을 자유롭게 털어놓는 시간이 있었다, 생계 문제 등의 애로사항도 말했다"라며 "대통령께서는 대부분 (가족들의 얘기를)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위의) 요구들을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 및 진상조사기구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가족대책위의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관련 기사 : 유족 대책위, '특별법 제정-진상조사기구 설치' 촉구).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 면담을 마친 뒤 참석자들을 배웅하며 위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 면담을 마친 뒤 참석자들을 배웅하며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 대변인은 "(요구했던) 특별법이 좋은 방법이지만 그 내용 중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는 조사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대통령을 타깃으로 하는 조사냐'는 곡해 어린 말씀들이 있다"라며 "그래서 그런 의견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물어봤는데 확답을 피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확답) 대신 '특별법의 포괄적 의미에 대해 공감한다'고 대답했다"라며 "우리가 '만약 (특별법 제정을) 진행하면 이 부분을 적극 지지해주시겠냐'고 질문했을 때는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간 많은 논의를 통해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유가족들의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요구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박 대통령은 민간 주도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강제조사권을 일시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답했다. 앞서 가족대책위는 오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정부나 국회 주도가 아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 진상조사기구는 자료제출요구, 동행명령 등 조사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가족대책위가 이날 면담에서 "민간(진상조사위)에게 일시적이라도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과연 그러한 방식이 효과적일까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또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으니 그 수사과정을 유족과 공유하면서 유족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지켜봐달라,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이 역시 가족대책위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다.

가족대책위가 '비공개' 약속을 하면서 내주 초 예정된 대국민담화 내용 일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 대변인은 "아직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대국민담화 일부 내용을 말해주시면) 치유의 선물로 생각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그건 좀 지켜봐달라, 여기서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셨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는 아쉬움을 그대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어린 내용이었지만 구체적인 대안보다는 다분히 수사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하셨다"라며 "그래서 '마음은 감사하게 받지만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것은 별로 없지 않느냐, 오늘은 좀 아쉬운 면이 많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도 아쉬워하시면서 다음에 만날 기회 있으면 더 얘기하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 대통령 면담에서 배제

가족대책위와 협약을 맺고 공식 법률지원단이 된 대한변협 측은 이날 면담에서 변호인단이 배제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변협 측은 청와대 측의 거부로 이날 면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종운 변호사는 "앞으로 또 (대통령과 유가족 간)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협의해서 만났으면 한다"라며 전날 저녁에 갑자기 전해진 청와대의 면담 요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가족들이 이제껏 법률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 면담은 첫날 첫 사건에서 변호사가 배제된 것과 같다"라며 "법률대리인은 가족들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앞으로 변호사를 배제하는 행동은 청와대뿐 아니라 어디라도 조심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유가족과) 진정 어린 대화를 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담화 내용으로 나타날 텐데 기대했던 답변이 나오길 기대한다"라며 "담화로만 끝나는지 실제로 이행되는지 반드시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의) 노력과 별도로 저희가 진상조사나 현장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조금 다른 전언] 박 대통령 "특별법 필요하다고 보고 특검도 해야"

한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6일 박 대통령과 한 면담에서 아쉬움을 표한 것과 달리,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이 진상규명 특별법은 물론 특검 수용 의사까지 내비쳤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면담에서 "특별법은 만들어야 한다"라며 "검·경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진상규명을 (따로) 하고, 특검도 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지 그냥 내버려두면 그게 또 계속 자라 언젠가 보면 부패가 또 퍼져있고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국정조사도 한다고 했고 수사도 하고 있으며 또 부패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 검경 수사본부에서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고 저도 앞으로 개각을 비롯해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다"라며 "유족 여러분이 갖고 계신 마음의 상처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이렇게 됐을 때 비로소 조금이라도 마음을 푸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세월호 침몰사고#대국민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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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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