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이런 지시를 따르다가 수많은 젊은 넋들이 세상을 떠났다. "가만히 있지 말라"고 외치는 교육감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바로 인천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 후보인 이청연 친환경무상급식 안전지킴이 단장(60)이다.
"'가만히 있지 말라'고 교육시키는 교육감 되겠다""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가르쳐온 우리의 교육은 확 바뀌어야 한다. 순응하는 교육이 아닌 주인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나는 '가만히 있지 말라'고 교육시키는 교육감이 되겠다."지난 5월 15일 후보 등록을 마친 이 후보는 "비리와 무능의 보수교육감 집권 70년 동안 위기에 빠진 인천교육을 바꾸기 위해 나섰다"면서 "인천형 혁신교육으로 학교와 학생을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2010년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 0.3%p 차이(3551표)로 나근형 현 교육감에게 패한 이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모두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나섰다. 이 후보는 올해 2월 일찌감치 시민참여단 3만5079명의 투표로 단일후보가 됐다.
1976년 6월 경기 노곡초를 시작으로 2006년 인천 연수초에서 퇴직하기까지 30년 동안 초등교사로 일한 이 후보는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이다. 교사를 그만둔 뒤에는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을 거쳐 지난 4월 24일까지 90만 명의 회원이 있는 인천시자원봉사센터 회장을 3년간 맡았다.
이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인천시 남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벌인 1시간 동안의 만남에 이어, 지난 15일 전화통화 등 2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다음은 이청연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학생 안전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부터 묻겠다. 선거 사이트의 '청연 희망일기'란 게시글에서 "순응만을 강조해온 교육이 문제"라고 적었다. 무슨 뜻인가."세월호 직원의 안내방송을 잘 따른 학생들이 죽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학생들은 가만히 있었다. 나는 이 소식을 들으면서 지침에 따르는 순응만을 강요한 교육이야말로 고쳐야 할 병폐라고 생각했다. 이런 교육은 학생들이 처한 환경에서 주인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만든다. 참삶을 위해 가만히 있지 않도록 하는 교육, 질문을 하고 주인으로 판단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 학생안전대책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답은 명확하다. '기다리라'고 말하는 안전이 아니라 '찾아가는 안전'이 되어야 한다.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위험을 미리 없애는 게 중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도 아이들의 권리를 우선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 안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조례로 분명히 밝히겠다. '찾아가는 학교안전관리사' 제도도 만들겠다."
- 사실 선거전에서 '안전'이란 용어는 보수 색채가 짙다. "학생 안전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 내용과 질의 문제다. 어떻게 실천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안전'이란 무기로 아이들을 야단쳐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책임을 먼저 강조하는 안전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이 후보가 펴낸 <인천교육 랄랄라>란 책을 보니 2010년 선거 떨어지고 북유럽교육을 탐방했던데? "선거에서 지고 뒤처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힘들었다. 그리고 그 해 9월 선진국의 교육혁신을 배우기 위해 탐방단 일원으로 핀란드와 스웨덴 학교를 견학했다. 근데 발트해에서 갑자기 눈물보가 터졌다. 참을 수가 없어서 펑펑 울었다."
- 왜 울었나."핀란드와 스웨덴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하더라. 표정만 봐도 이런 것 금방 안다. 입시 고통에 찌들어 사는 우리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니까 갑자기 마음속에서 참회록을 쓰게 됐다. 게다가 선거에서도 떨어져서 행복한 교육을 만들려는 꿈도 접어야 하는 형편이라 더 마음이 아팠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더 이상 좌절해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발트해에서 눈물 터진 이유- 교육감 후보로 다시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인천은 한 명의 보수교육감이 12년 동안 교육감을 해왔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 법이다. 인천교육청은 학생들의 행복은커녕 인사 비리 등으로 수사 받느라 많은 세월을 보냈다. 시민들의 교육개혁 바람 또한 철저히 외면했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민주진보 교육감, 그리고 시민들이 뽑은 교육전문가가 교육감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민주진보 교육감은 다른 후보와 어떤 차별성이 있다고 보나."가치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민주진보 교육감은 가치를 중시한다. 하지만 보수교육감들은 이권을 중시한다. 나는 인천에서 35년 동안 사는 동안 민주진보의 정체성을 가지려고 노력해왔다."
- 인천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역시 소통의 부재다. 교육행정이 권위주의적이다 보니 교사들은 늘 수동적이었다. 이 속에서 자발성은 죽어갔다. 부패한 권위주의는 귀를 닫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런 게 제일 큰 문제였다고 본다."
- 그렇다면 교육감이 되면 어떻게 부패를 잡고, 소통을 이룰 것인가."시민감사관제 도입부터 시작하겠다. 이 걸 실질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교육계 부패문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는 교육관료들에게 빚진 게 없다. 하기에 인사비리는 철저하게 잡을 수 있다. 소통을 위해 학생, 학부모, 일선 교사들이 함께 하는 원탁회의를 상설화할 것이다. 이 속에서 교육정책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
- 일반고를 살리겠다고 했다. 어떤 복안이 있나."전국에서 성공의 모델로 인정된 혁신학교를 늘려가겠다. 일반고 우선 정책으로 일반고 전성시대도 이루겠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일반고 강화를 위해 학교마다 1억 원씩을 추가로 지원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신나야 공교육이 정상화 되고 아이들도 신이 난다. 이를 위해 업무경감과 함께 교육청 정책 사업들은 과감하게 줄일 것이다."
"자사고 설립 대신 혁신학교 늘리겠다"
- 그런데 인천엔 기업들이 자신들의 회사 직원 자녀를 먼저 뽑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만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하늘자사고에 이어 송도 포스코 자사고도 문을 열려고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 학교를 당장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본다. 학교운영을 철저하게 살펴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자사고 승인을 다시 고려할 예정이다. 특권층을 위한 자사고는 없애야 한다. 이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서다. 물론 내가 교육감이 되면 자사고를 추가로 설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해 달라. "인천엔 해방 이후 69년 동안 단 한 번도 교육수장이 진보인 적이 없었다. 진보교육 의제가 바로 핀란드와 같은 선진국 교육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은 불모지대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천에서 민주진보교육감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이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거부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