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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첫 머리, 첫 문장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아니 들머리를 읽으면서는 엉엉 울었다. 세월호 참사로 죽어간 아이들과 교사들, 다 피지 못하고 꺾인 꽃들에 대한 한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기 때문일까, 나는 읽는 내내 울었고, 다 읽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이 책을 읽는 한 달의 시간은 세월호 참사로 죽어간 아이들의 시신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까지 얽혀있었던 모든 부정과 부패의 고리들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건져 올려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는 한 달의 시간은 도대체 왜 한 명의 아이도 구조할 수 없었을까, 이 간명한 질문에 얽히고설킨 답을 줄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에 묶여, 도대체 학교와 교육이 어떻게 가야만 했던 것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야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기 성찰로부터 길어 올린 사자후와 같은 답

"나의 꿈은 컸고 우리의 열망도 뜨거웠지만 나와 우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득표율 34.34퍼센트로 당선된 소수파 진보교육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국회, 서울시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언론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마땅히 여우 같고 사자 같아야 했으나 나는 미흡했다."

자기 성찰로부터 시작된 이 책은 "부득이 점진적이지만 누적적 효과를 통해 끝내 혁명적인 것이 되고야 마는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차근차근 풀어 놓는다. 피사 1등이라는 상처 뿐인 영광, 만 악의 뿌리가 되는 인성 없는 교육, 교육부에서 교실까지 장악한 관료제의 톱니바퀴를 '오체불만족 공교육'이라 명명하고 시작한다. 이 명명하기는 새로운 표준에 대한 갈망으로 나아간다. 공교육과 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위해 진행했던 곽노현표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바탕, 그간의 성과와 한계, 그런 정책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곽노현표 교육정책 12꼭지는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입시경쟁을 넘어 전인교육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문·예·체 교육,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인 체벌 금지, 인권존중 사회를 위한 디딤돌인 학생인권, 학교폭력에 맞서는 3대 해법, 모두를 살리는 밥 한 그릇을 위한 친환경무상급식, 우리 교육의 희망이 되는 혁신학교, 중학생 직업체험교육, 특성화고의 제 길 찾기, 수학여행을 설렘과 배움이 있는 소규모 테마여행으로, 입시과외를 벗어난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에서 제철학습으로, 다르지만 같은 아이들을 위한 장애학생 통합교육까지 모두 미래세대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표준이었다. 특히 소규모 테마여행 형태의 수학여행을 제안하고 실행했던 정책은 지금 시기에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중요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곽노현표 교육행정은 무려 18꼭지나 된다. 그만큼 교육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중식지원비율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행정의 매직넘버로 삼아 실행했던 정책들, 학교 자율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교육청 정책 사업의 감축, 문서 만들기보다는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원업무정상화, 민주적 리더십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든 새로운 학교장 평가 지표, 관료 독주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거버넌스, 집단지성으로 서울교육을 바꾸려는 실천인 500인 원탁회의, 학생에게 귀를 여는 교육행정을 위한 학생 참여, 공부하는 학부모를 위한 학부모 정책, 쪽지인사와 결별 선언과 원칙 있는 인사, 사학비리와의 전면전, 천 개의 눈으로 만드는 투명한 시설행정,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조달행정, 교육자치를 위한 대외 협력,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적 관계 구축, 서울교육희망공동선언,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를 위한 혁신교육지구, 교육자치의 핵심 동력인 교육감 직선제까지, 현장 교사로 15년 넘게 학교에 있던 필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참 놀랍기도 했다.

"바람은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멈추는 순간 바로 죽는다"

지난 2011년 한 여름, 일요일 저녁을 나는 잊지 못한다. 언론이 흘리기 시작한 2억 거래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곽노현 전 교육감의 입장 발표를 들으며 나는 가슴이 뛰었다. 수없이 많은 정치역학적 판단과 갈등 속에서도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정면돌파, 그 장면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난 2011년 여름 끝자리, 그의 구속결정 소식을 들었던 그 때의 출렁임을 나는 잊지 못한다. 질질 끌었던 시간만큼 지방에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도 후텁지근했다. 그의 구속이 결정된 바로 다음날, 우리 지역에서 혁신학교 준비모임을 진행하던 동료 교사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도울 수 있다면 함께 하겠다고. 그의 인신에 족쇄를 채울 수는 있겠지만 온 국민의 열망인 교육혁신의 길을 꺾지 못할 것이라는 보편타당한 믿음을 세웠다.

오늘 나는 이제 3년차 혁신학교에서 교육과정부장 일을 하면서 3학년 학년부장일도 겸임하고 있다. 보직교사라니, 혁신학교가 아니었다면 결코 가지 않았을 길을 가고 있다. 물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내가 꿈꾸었던 교육을 동료 선생님들과 학부모들과 함께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루어간다는 즐거움에 지치지 않는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학생들을 먼저 챙기고 "얘들아, 탈출해" 외치며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내 주던 교사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살 수 있었듯이,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있어서 서울 교육 혁신의 길에 징검다리가 놓여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은 너무나 짧았다. "할 일은 근본적이고 거대했으나 나와 우리는 언제나 부족했으며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꼭지 한 꼭지를 회상하며 써나갈 때마다 진한 회환이 밀려왔다"고 고백했듯이 그는 징검다리 교육감이었다. 그가 놓은 징검다리에 단단한 새 다리를 놓는 일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있다. 언제나 부족했으나 701일의 소중한 기록과 그가 제안한 교육개혁 십계명은 무엇보다 든든한 디딤돌이다. 이미 징검다리는 놓여 있으니 건너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 모두의 주체적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먼저, 이 책을 사서 주변에 건네주며 함께 읽어보는 것은 시작일 뿐이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나는 사건의 과정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최대한의 역지사지, 최대한의 존중과 배려가 없으면 크게 얽히고 꼬인 갈등관계를 푸는 것은 몹시 어렵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높은 사랑의 기준으로 행동해야만 상대방의 숨은선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렇게 될 때에만 모든 사람이 선한 사람이 된다는 교훈을 뼈에 새겼다.” (355쪽)



#곽노현#혁신학교#서울교육감#교육감 선거#문용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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