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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오후 8시 49분께, 현대중공업 노동자 1명이 바다로 추락해 숨졌다. 비바람이 부는 야간에 블록 운반용 트랜지스터 차량의 신호수로 일하다 2미터 아래 바다로 추락한 것이다. 안전을 위한 난간이 없어서 생긴 산업재해(산재)였다. (관련기사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 또 사망... 한 달 반 사이 7명)

 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 현대중 노조 제공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바다에 추락해 숨진 이날은 '세계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었다. 이는 지난 1993년 태국의 한 장남감 공장에서 화재로 숨진 188명의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3년 뒤인 지난 1996년 국제자유노련 대표들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촛불을 밝힌 데서 유래됐다. 그런 의미있는 기념일에 한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비극이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것이다.

지난 13년여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수 총 97명

올해 3월과 4월 두 달간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수는 총 8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작업중지 41건, 사용중지 18건, 시정요구 375건, 시정권고 80건 등 562건의 법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83건에는 10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특히 <오마이뉴스>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현중 사망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01년부터 2014년 4월까지 산재(질병과 사고사망 포함)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97명에 이른다. 해마다 평균 약 7.3명의 산재사망이 일어난 것이다.

산재사망자 97명을 원청과 하청(협력업체)별로 살펴보면, 원청에서는 총 88명, 하청에서는 총 9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원청 사망자 88명 가운데 사고사망자는 39명(44.3%)에 이른다. 특히 하청 사망자수가 총 9명에 불과한 이유와 관련, 고용노동부쪽에서는 "하청업체 질병사망자 확인과 2008년 이전 자료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현대중공업의 작업 장면. ⓒ 현대중 노조 제공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산재사망자수의 경우 ▲ 2001년 이전 본청 사망자는 집계하지 않았고 ▲ 2008년 이전 하청업체 사망자와 하청업체 질병사망자는 확인이 불가능해 집계하지 않은 수치다. 2014년 4월 기준 하청업체는 548곳, 3만6841명에 이른다. 이처럼 현대중공업 42년의 역사 가운데 산재사망수의 '공식집계가 13년여밖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통계마저 빠져 있기 때문에 실제 산재사망자수는 총 97명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쪽에서는 "창사 이래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300명 이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1987년부터 노보를 만들어왔으니 그것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산재사망자를 집계할 수 있다"라며 "현장 사망뿐만 아니라 진폐 등을 앓다가 돌아간 분까지 합치면 더욱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1990년부터 2000년 초까지 산재사망자 위령탑을 세우자고 사측에 요구했다"라며 "하지만 그때 정 후보가 경영 일선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위령탑 건립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상대후보 비판에 방어 차원에서 '사과 말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10.15%(771만7769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그는 지난 197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상무를 거쳐 만 30살이 되던 지난 1982년 현대중공업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부친인 정주영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그의 저서 <기업경영이념>을 읽은 뒤 "네가 중공업을 맡아라"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정몽준,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중). 주변에서 "형들을 제치고 현대중공업 사장이 됐다"라는 불편한 소리를 들으며 부친의 '낙점'을 받았기 때문에 회사를 아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정 후보는 이후 회장과 고문을 거쳐 지난 2002년에서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지분소유 등을 헤아릴 때 정 후보의 영향력은 현대중공업에서 절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은 "정 후보의 중·고·대학 동창인 이재성 현 회장은 그의 재산관리인에 불과하다"라며 "현대중공업은 정 후보가 지시해야 움직이는 기업이다"라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가 현대중공업 경영 일선에서 떠났다고는 하지만,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사건에 어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6·4 지방선거 경쟁자인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쪽은 16일 "정 후보는 서울 시민의 안전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라"라고 공세를 폈다. 한정애  대변인도 지난 14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정몽준 후보에게 '안전한 서울'을 바라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산재사망사건에 "유족분들께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4월 29일)거나 "책임을 느낀다"(5월 11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들조차도 당내 경쟁자였던 김황식 후보가 TV토론회 등에서 "현대중공업은 최근 8명의 노동자를 사망시킨 안전사고를 일으킨 안전불감증이 심한 기업이고, 정 후보도 그런 안전사고, 안전불감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공세를 펴자 '방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답변하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답변하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사장과 회장, 고문을 지낸 대주주로서 산재사망산건에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자세는 거의 없었다. 그런 따가운 지적이 나올 때마다 "회사의 나쁜 면만 부각시키는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태도는 지난 12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된 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누가 지켜줄 수 있는지 가려내는 역사적 선거이다"라며 '안전문제'를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흥미롭게도 정 후보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되던 날, 현대중공업은 사내체육관에서 이재성 회장과 임직원 4000여명이 모여 '전사 안전결의대회'를 열었다. 다음 날(5월 13일)에는 ▲ 안전경영에 3000억 원 투입 ▲ 안전보건공단에 의뢰해 종합진단 실시 ▲ 안전요원 200명으로 증원 등 '안정경영쇄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발빠른 움직임 뒤에 대주주인 그의 영향력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준#현대중공업#산재사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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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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