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1일 오후 1시 34분]길환영 KBS 사장이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길환영 사장은 21일 KBS노동조합(노조)·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등 양대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를 두고, "어떠한 불법 행동에 대해서도 제 직을 걸고 그 누구보다 엄중하게 사규와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KBS 공정성·독립성을 둘러싼 길환영 사장과 KBS 구성원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조는 길 사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예정대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KBS 노조는 이날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27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새노조 역시 이날부터 사흘 동안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새노조는 총파업이 가결되면, 26일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KBS 전체 직원 4700여 명 중 노조와 새노조 조합원은 각각 2600여 명과 1200여 명이다. 양대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길환영 사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도본부뿐만 아니라, 편성본부·TV본부·라디오센터·기술본부 등 전체 직군에서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본사 팀장급 간부 308명 가운데 57%인 178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30분 사내 담화 "부장단 사퇴, 합리적 결정 아냐"
길환영 사장은 이날 오전 30분 동안 사내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양대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사내 방송으로 중계됐다. 그는 "제작 거부와 불법적인 파업 시도를 접고 하루 속히 일상 업무로 돌아와 달라, 국민의 방송을 지켜 달라"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선동과 폭력에는 절대 타협하거나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명분 없는 불법파업으로 회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접기를 바란다, 4700여 직원들 중 침묵하는 다수가 양 노조의 명분 없는 투쟁을 무력화시킬 것이고 다수의 국민들도 양 노조의 정치적 행위를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선동과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장보다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 힘으로 밀어 붙이고 정치세력에 휘말리는 구태적인 문화를 척결하겠다"고 전했다.
길 사장은 보도본부 부장단의 보직사태에 대해 "도대체 팩트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과장·왜곡된 주장만을 전제로 부장단이 보직사퇴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인 기자협회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길 사장은 KBS 정상화를 호소했다. 그는 "더 이상 한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우리 조직이 이처럼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려서야 되겠느냐"면서 "이제 6·4 지방선거는 보름도 채 남지 않았고 월드컵도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이번 세월호 참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할 공적책무가 놓여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재차 청와대가 자신을 통해 KBS 인사·보도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를 부인했다. 그는 "청와대로부터 기사를 부탁받은 적이 전혀 없다"면서 "지금 청와대는 물론 어떤 기관도 언론 장악은 고사하고 마음대로 취재 부탁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에 특별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곳에서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진실을 밝히자"고 밝혔다.
양대 노조는 강하게 반발... "구성원 다수가 사퇴 요구"
양대 노조는 길 사장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백용규 노조위원장은 이날 낮 총파업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마련한 조합원 총회에서 "길 사장은 오늘 담화에서 현 사태에 대해 '김시곤 전 국장이 왜 KBS를 망가뜨리지'라고 받아들이고 있고, 사장의 사퇴 요구를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투쟁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길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이번 담화는 변경과 거짓으로 점철된 30분이었다, 그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불법과 합법은 길환영 사장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또한 길 사장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 소수의 목소리라고 하지만, KBS 구성원 다수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담화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길 사장은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