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망원시장상인회 사무총장이 6·4 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낙점받았다.
중소 유통상인이 지방선거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을'(乙)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내 을지로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원식(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혁신비례 공천의 필요성에 대해 당내에서도 중지가 모아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당의 요청을 받은 을지로위원회는 노동계에서 경기도 남양주 답내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김미라 후보를, 중소유통업계에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과정에서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사 간 상생 모델을 이끌어낸 망원시장상인회 소속 김진철 후보를 각각 비례대표 1, 2번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또 "특히 김진철 후보는 망원시장에서 두부 장사를 지금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합정동 홈플러스 저지 비상대책위에서도 오랫동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중소유통상인들이 겪어온 아픔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면서 "서울시의원으로 당선이 될 경우, 중소유통상인뿐 서울지역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서울시에 전달하고 또 조율까지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을지로위원회는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와 연계해 김진철 후보가 서울시의회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을지로위원회의 이 같은 방침은 선거 이후 만들어질 서울시의회 내 새정치연합의원단 구성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원식 의원실 측은 "김진철 후보가 중소유통 등 골목상권과 관련된 재정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만큼, 그의 뜻이 최대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면서 "특정 상임위에 배정되지 않더라도 관련 단체와 연계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김 후보가 맘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실 관계자는 "당의 이번 결정이 흔치 않았던 사례인 만큼 김진철 후보가 서울시의회에서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차기 지방선거에서도 중소유통인의 비례대표 공천이 더욱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망원시장 김진철씨가 서울시의원 되고자 하는 이유
김진철 후보는 망원시장에서 17년째 두부장사를 하고 있다. 틈틈이 망원시장상인회에서 사무총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시간이 그렇게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없으면, 두부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판매하는 것까지 오롯이 아내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후보는 비례대표 후보 제안을 선뜻 승낙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대기업과의 말뿐인 상생과 중소유통상인들의 목소리가 시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 아래서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다면서 또다시 가시밭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현재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을지로대변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김 후보를 만나 비례대표 후보를 받아들인 배경과 서울시의회 입성 뒤 각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진철 후보와의 일문일답.
- 홈플러스 합정점 저지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점포를 거의 비울 것 같은데."점포에는 전혀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전적으로 점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자식들도 내가 없으면 엄마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걸 알고 (비례대표 후보 수락을) 결사반대하기도 했습니다."
- 비례대표 후보 수락 시에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오랜 시간 가족들을 설득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나만 잘 살겠다고 밖으로 나서지 않고 점포를 지켰다면 형편은 조금 나아졌을 겁니다. 소상공인들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가졌다면, 이미 골목상권을 포함한 지역 상권은 완전히 붕괴됐을 겁니다. 그나마 망원시장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시장 상인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홈플러스와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아직도 시장상인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이 가야 할 길은 멀었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여기엔 현장에서의 생존권을 건 처절한 투쟁도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투쟁의 명분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 요청도 그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인 것이며, 앞으로 그동한 미비했던 법·제도 정비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규제완화 조짐... 안 된다"- 망원시장과 합정동 홈플러스와의 갈등이 아직 남았다는 뜻으로 들립니다."일부에서는 망원시장과 홈플러스가 상상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완전한 상생은 아직 멀었습니다. 일례로 홈플러스가 청과·야채·어류·축산 등 15개 품목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서울시의 50개 품목고시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반쪽짜리 상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권의 규제 완화가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참 아픕니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빵집·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거리 제한을 일방적으로 풀겠다고 발표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권고 수준의 규제조차 풀겠다는 것은 이와 유사한 규제를 풀겠다는 신호탄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경쟁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각 지자체의 유통법·상생법 관련 조례까지 검토를 끝낸 정부에게서 더 이상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한 술 더 떠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기업과 일부 중소유통단체들이 손을 잡아야만 소상공인들이 살 수 있다며 연일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상생을 외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앞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서울시의회에 입성한다면, 우선 망원시장의 15개 품목판매 자제 요청을 받아들인 홈플러스의 사례를 들어, 서울시의 50개 품목고시가 모든 대형유통사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선정한 ▲ 상가세입자 권리보장 ▲ 생활임금제 도입 ▲ 공정사회 실현(착한발주·착한입찰) ▲ 비정규직 정규직화 실현 등 '乙(을) 4대 민생 공약'과,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제안한 ▲ 지역상인 SOS 원스탑 서비스(지역상권 공정거래지원센터 조성) ▲ 도소매통합물류센터 건립 ▲ 중소상인 정책지원 시스템 마련 ▲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 저지 ▲ 지역 상권 및 공동체 살리기 프로젝트 ▲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구성·운영 ▲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 등 중소상인 7대 공약도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