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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1시쯤 사전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민주시민의 한 명으로서 투표에 앞장서는 것 같아 뿌듯했는데요. 특히 제가 투표한 곳이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에 설치되어 있는 사전 투표소라서 더욱 의미심장한 투표였다고 생각합니다.

청운동사무소는 얼마 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쏟는 심경으로 청와대에 항의 방문왔을 때 밤을 새운 바로 그곳인데요. 지금도 피눈물을 흘리면서 절규하고 있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떠올리면서 투표 펜을 꾹 눌렀습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공동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사전투표소에 몰려든 시민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공동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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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이번 선거가 부디 "돈과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이 최우선시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개의 투표용지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투표했습니다.

꼭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사전 투표는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는 '민주주의 이벤트'입니다. 제가 투표하러 간 오늘 낮에도 청년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줄을 서서 투표를 하고 있었는데요, 다들 투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땅의 참다운 주권자'라는 소박한 마음이 사전 투표를 위한 긴 줄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처음 해보는 사전 투표라서 좀 설레기도 했습니다. 살던 동네 투표소에서만 투표를 해봤는데, 직장 사무실 부근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편안하게 투표를 할 수 있으니 참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후보, 제가 지지하는 정당을 실제 투표일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좀 아쉽더군요. '사전 투표제'가 국민들의 참정권 실현을 돕고, 시민참여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한 주권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의 대표급 인사들이 나서 모범적으로 참여해도 좋았을 텐데요. 아직 그들이 투표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설마 투표율이 올라가는 게 반갑지 않은 건 아니겠지요?

투표시간 연장, 투표권 보장, 부재자투표 개선 등을 촉구하던 뜻있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전국 어디에서나 손쉽게 사전에 투표할 수 있는 '사전 투표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국민의 참정권 확대나 투표권 보장이 달갑지 않은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국민들이 사전 투표에 적극 참여하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사전 투표가 어려운 분들은 6월 4일 당일날 투표를 하면 됩니다. 사실상 투표일이 5월 30일, 5월 31일 그리고 6월 4일까지 3일로 늘어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전 투표 제도가 더 좋은 이유입니다.

투표만 하면 무슨 재민겨? 이걸 알아야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공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시민이 투표함에 봉인 된 투표지를 투입하고 있다.
▲ 소중한 한표 '투표 완료'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공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시민이 투표함에 봉인 된 투표지를 투입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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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유명한 말처럼, 혼자만 사전 투표하면 재미가 덜 하겠지요. 주변에 보다 많은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6월 4일에 투표를 하든, 사전 투표를 하든 널리 홍보도 하고 투표 참여도 권유하면 더욱 좋겠지요. 많은 이들이 오늘, 내일 사전 투표를 알게 되어 투표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투표하실 때 '정책' 투표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만큼 정책이 부각되지 않은 선거가 또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엄청난 충격과 슬픔으로 생활임금 제도, 버스공영제, 공공의료 확충,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방정부 차원의 경제민주화 조치 등 중요한 정책들이 많이 제시되었음에도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지난 28일 4개 진보정치단체(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교연)와 '6·4지방선거 좋은정책연대'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과 주민의 삶을 바꿀 좋은 정책들'을 발표했습니다. 여야 제 1당과 소속 후보들이 그 정책들을 즉시 수용하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6·4좋은정책연대는 민주노총, 민변, 참여연대, 유통상인연합회, 청년유니온, 민생연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전국 150여 단체가 결성한 지방선거 관련 정책운동 연대기구입니다. 참 좋은 민생·노동·여성·청년 정책 10개를 발표하고 이의 수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소속 후보들은 대부분 이러한 정책들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 투표는 꼭 하시되 아래 진보정치 세력들과 6·4좋은정책연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참 좋은 정책들을 한번 더 봐주세요.

1. 지자체 차원의 재난·위기 전담부서 운영 등 적극적인 재난 예방 및 대응 체계 구축과 시민 안전 정책 구현
2. 지역에서부터 교통·의료·수도 민영화 반대와 함께 교통, 의료, 수도 등 공공성 강화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 강행을 지자체도 함께 반대하면서 지방 정부 차원의 교통, 의료, 수도 등에 대한 공공성 강화 정책 실현)
3. 각 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비정규직 지원 조례 제정과, 각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권 보장
4. 각 지자체에서 생활임금 제도의 실현 및 공공부문의 사회책임 조달 운용
5.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확대
6. 지자체 차원에서의 공공 돌봄 시설 확충 등 공공 돌봄 인프라 구축 및 확대
7. 지자체 차원의 주택 세입자·상가 세입자 살리기 정책 시행
8. 지자체 차원의 청년·중소상공인·지역경제 지원 기구 설치 등 청년, 중소상공인, 지역경제 살리기 정책 시행
9. 지자체 차원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찾아가는 복지 등 적극적인 민생·복지 정책 구현
10. 지역 차원의 사회적 경제·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활성화 지원

또, 진보정치 4개 단위(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교연)가 공동으로 발표한 정책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모두 투표를 꼭 하되, 좋은 정책에 투표합시다!

1. 재난으로부터의 안전한 지역사회
2.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지역사회
3. 핵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 핵 없는 녹색 한국사회
4. 주민 삶 기본을 지키는 '복지 기본선' 도입
5. 지역과 골목에서부터 복지를
6. 노동 친화적인 지역사회 건설
7.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경제
8. 지역 내 양극화 해소
9. 지역에서부터 공공성 강화
10. 풀뿌리 참여 민주주의 확대와 튼튼한 지방재정 확립

덧붙이는 글 | 필자는 6.4좋은정책연대 정책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6.4지방선거, 좋은 정책들을 더 자세히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peoplepower21.org/StableLife/1160210
http://www.justice21.org/bbs/board_view.php?num=31841



태그:#사전 투표, #6.4지방선거, #참여연대, #6.4좋은정책연대,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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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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