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9시까지 넉넉하게 학교에 도착했다. 작년처럼 허겁지겁 뛰어와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늘 처음 입은 교복(하복)은 지난달 학교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6만 원 가량 싸게 산 건데, 덕분에 부모님께서 가계비 부담을 덜었다며 좋아하셨다. 매주 수요일에는 '진로형 선택교과' 시간이 추가돼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어를 더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다. 국어·도덕과 같은 수업의 경우 예전과 달리 토론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둥그렇게 앉아 얘기하는 게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친구들의 여러 의견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진보 교육감들이 그리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의 설립과 폐지, 예산 편성과 교원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교육감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한데 모여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30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교육이 변하면 대한민국 교육도 변한다"며 "교과서 난이도 재조정, 혁신학교 내실화 등을 통해 학교현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한 14개 시·도 진보교육감 후보들은 지난 19일에도 입시 고통해소와 학생 안전보장, 교육비리척결 등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8시 전 강제등교 금지·교복공동구매 제도화... 조희연, '보수 단일화' 요구이재정 경기교육감 후보는 "가장 큰 과제는 학생 중심의 교육"이라며 "저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교사와 학부모를 섬기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청연 인천교육감 후보도 "수도권 교육은 한국 교육의 이정표를 만드는 중요한 위치"라며 "해답은 현장인 교실에 있다, 6·4 지방선거는 교육을 바꾸는 출발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교과서 난이도 재조정 ▲혁신학교 연계화 및 내실화 ▲서열화된 고교체계 혁신 ▲수도권 교육혁신 연구소(가칭) 설립 ▲8시 전 강제등교 금지 ▲교복구매 공영제 등 6개 정책을 약속했다.
이들은 특히 청소년기의 생체리듬이 성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감안, 아이들에게 "아침 먹고 학교가자"며 "원활한 두뇌활동을 위해 학생들이 8시 이전에 강제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업 포기와 과외 증가를 부르는 과도한 학습을 제한하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교과의 양과 난이도를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가기 싫어하던 아이가 학교 갈 시간을 기다리는 혁신학교, 지정되면 동네에 '환영'카드가 붙는 혁신학교를 내실화하고 참여형·토론형 수업을 더욱 늘릴 것"이라며 "혁신학교 초중고를 연계해 원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혁신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간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교복공동구매를 제도화해 학부모들의 교복값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중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학교는 일반학교로 전환하고, 다양한 진로형 선택교과(예체능, 외국어, IT 등)를 적극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조희연 후보가 최근 논란이 된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수도권 진보교육감들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 후보는 "무상급식의 예산 중 50%는 도교육청이 맡고 있는 등 무상급식 후퇴의 책임은 문용린 현 교육감에 있다"며 "결국 급식은 교육청과 문 후보가 책임질 사안임에도,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이어 "보수 성향인 문용린·고승덕·이상면 후보는 단일화를 하라, 그래서 진보·보수가 정책선거를 통해 진검승부를 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고승덕 후보가 제게 '통진당에 연루됐다', '장남 병역에 문제가 있다'는 등 문제제기하셨는데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며 "모두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선관위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