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경. 인천공항 사전 투표소 주변은 수많은 보도진과 경찰, 공항 직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아니었다. 그 수많은 보도진과 경찰은 국가대표 축구팀을 위해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뒤 축구선수들의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일반승객으로 보이는 유권자들도 같이 투표를 하고 출국을 했다.
이제는 좀 조용히 투표를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오전 10시 30분경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와 인천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가 투표를 하러 왔다. 그들이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고 언론사 기자들도 철수하고 난 후, 그제서야 인천공항 사전 투표소는 조용해졌다.
승객, 공항 직원, 비행 나가는 조종사, 인근부대 군인, 공항경찰대 의경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기자 또한 공항 직원이니 잠시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하고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한 뒤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투표를 할 수 있었기에 바쁜 승객들, 그리고 공항 직원들은 모두가 '편하다', '빨라서 좋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후까지 투표소는 큰 혼잡 없이 순조롭게 투표가 이루어졌고 오후 6시 무사히 첫날의 투표를 마감할 수 있었다.
역시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예전 다른 선거의 부재자 투표소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하루 사전투표 현장을 지켜보니, 너무나 편하고 빠르게 투표를 할 수가 있었다. 지난 2012년 대선와 총선 때 이 공항에서 투표를 하지 못한 직원들이 얼마나 됐을까?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공항 직원이 얼마나 많은가?
왜 이런 좋은 투표방범을 더빨리 도입하지 않았을까? 공항의 직원도 물론이고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업무를 보러 해외로 나가는 승객들도 그동안 소중한 권리를 얼마나 많이 포기했을까? 투표를 마친 직원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의 첫마디는 "진작 이렇게 하지"였다. 그동안 고향을 떠나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유권자들 가운데 부재자 신고를 하고 또 부재자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고, 그렇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직원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흔히 기성세대들은 젊은 사람들은 SNS상에서 말로만 정치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젊은이들 중 투표 날 쉬지 못하고 출근을 하는 인원이 얼마나 많을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도 투표를 하지 못하던 인천공항 직원들 같은 경우에는 이 사전투표 제도가 얼마나 편하고 반가운지 모른다. 오늘 기자 또한 그 편리함에 기쁜 마음으로 투표를 마쳤고, 수많은 동료들 또한 그런 마음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항상 선거철만 되면 투표를 독려한다.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말하고 싶다.
"투표하고 싶다. 할 수 있도록 해달라."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사전투표 제도의 득실을 또 따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정당당히 당선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선거이고, 그래야 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선거에는 이보다 더 발전된 시스템, 더 많은 투표소가 생기길 바란다. 모든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는 그때, 지역도 나이도 보수도 진보도 그 모든 것에 당당한 대한민국 정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