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1일 오후 8시 20분]6·4 지방선거까지 72시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1일 주말 막판 유세에 돌입했다.
정 후보의 이 날 전략은 '급식 논란', '이념 논쟁' 띄우기와 '보수표 결집'에 방점이 찍혔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연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북한을 비판하는 걸 못 들어봤다"라며 박 후보의 '국가관'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 꾸준히 제기해 온 '급식 논란'에 대해 그는 "박 후보는 (감사원으로 보고를 받은 후에도) 6개월 간 학생들에게 농약급식을 더 먹였다"라고 주장하며 쟁점화에 힘썼다.
박 후보는 성동구·광진구 등 여야 구청장 후보 간 격차가 미세한 지역들을 방문하며 새정치연합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에 주력했다. 또, 박 후보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포지티브 행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박 후보는 "남은 시간 어떤 어려움과 음해 속에서도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로 시민과 만나겠다"라고 밝혔다.
[정몽준] '보수의 표밭' 공략..."박원순에게 본때를 보여달라"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정 후보가 꺼내든 것은 '이념론'이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가 북한에 대해 비판 하는 것을 못 들어봤다"라며 "정치나 이념에 있어서는 북한이 더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북한식 궤변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박 후보는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이 실패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떨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 후보는 이날 오전 'ROTC의 날 현충원 참배' 및 '황해도민의 날' 등 보수적인 유권자가 밀집한 행사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ROTC 13기인 정 후보는 참석자들에게 "열심히 해서 선배님들이 보실 때 자랑스러운 후배가, 후배님들이 보실 때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정 후보는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강남의 민심을 공략했다. 이날 오후 정 후보 유세가 펼쳐진 코엑스 앞에는 300여명의 새누리당 지지자와 당원이 결집했다. 또 이 자리에는 강남 지역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모두 한 데 모여 세를 과시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를 안 지 10년이 지났는데 너무 억지를 잘 쓴다, 국가관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감사원이 잘못됐다고 하면 '앞으로 잘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전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 법체계 전반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후보는 이상한 사람이다, 농약 급식인 걸 몰랐다고 한다"라며 "감사원이 지난 12월에 (급식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을 때 박 후보는 시정하겠다고 하면 될 텐데 대신 TF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6개월 간 학생들에게 농약급식을 더 먹였다"라고 힐난했다. 그는 "6월 4일 박원순 후보에게 곱빼기로 본때를 보여달라"라며 "다시는 강남에서 정몽준보다 박원순 (지지율이) 잘 나온다는 얘기 안 나오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코엑스 유세에는 정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경쟁한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나경원 전 의원과 김종훈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 역시 '급식 논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속상하다고 '될대로 되라'하면 안 된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일 잘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후보는 아이들 먹거리를 농약 있는 채로 공급하고는 사과 안 마디 안 하고 있다, 또 농약 있는 걸 알았음에도 놔뒀다"라며 "또 박 후보가 밀고 배옥병씨가 주도해서 나눠먹기를 했다, 아이들 먹거리를 나눠먹은 박 후보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이혜훈 공동선대위원장은 "박원순 OUT"을 외치며 "박 후보가 무시무시한 농약을 먹였는데 촛불 들고 광화문에 나가야 하지 않겠냐,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남편과 3살짜리 아들과 함께 유세를 지켜본 오아무개(32)씨는 "원래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지만 농약 급식 문제를 보고 정 후보에 대한 지지 마음을 굳혔다"라며 "급식 문제에 대해 박 후보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의뭉스럽게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9년 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박아무개(76)씨는 "어제 이미 사전 투표로 정 후보를 찍었다, 일을 잘 할 거라고 본다"라며 지지 뜻을 표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래도 박 후보가 될 거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 지원 "2번만 쪼르륵 찍으면 된다"
박 후보는 이날 '포지티브 메시지'를 강조하며 정 후보의 네거티브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후보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에 대한 답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포지티브와 희망의 메시지로 답하는 게 시민이 원하는 선거 문화"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급식 논란'과 관련해서 "정 후보가 지극히 미비한 부분을 침소봉대, 거짓 과장하면서 아이들 밥상을 정치에 이용하는데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아이들 먹는 문제로 왜곡하고 과대포장해서 시민의 불안을 야기시켜 무엇을 얻겠다는 거냐, 개탄스럽다"라고 꼬집었다.
또, 박 후보는 시민 공약을 채택해 발표함으로서 '소통 행보'를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난 달 15일부터 30일까지 시민 공약 공모를 받았고 1060개의 시민 제안 가운데 12개를 시민 공약으로 채택했다. ▲ 모바일 앱을 통해 손쉬운 안전 매뉴얼 제공 ▲ 안전하고 깨끗한 모래놀이터 ▲ 재래시장 투어버스 ▲ 맞춤 분리수거 쓰레기통 설치 등이 그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공약 1호는 스마트폰 모바일 앱을 다운 받으면 누구나 안전 매뉴얼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안"이라며 "6월 4일 선거 끝나고 내가 당선되면 곧바로 실천 지시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정책이 반드시 실현되게 최선을 다하겠다, 항상 시민과 협력하고 공유하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 후보의 현장 유세는 성동구·광진구·중랑구 지역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를 지원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모두 새누리당 후보와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각 지역별로 시장 시절 했던 행적을 나열한 후, 이를 다시 추진하려면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시의원·구의원의 당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방식이다.
광진구 노룬산시장 앞에서 유세를 펼친 박 후보는 "광진구 발전은 구청장과 시장이 힘을 합쳐야 추진할 수 있다, 또 우리 구의원들이 당선되어야 서로 보조를 맞춰 팀워크를 이룰 수 있다"라며 "간단하다, 2번만 쪼르륵 찍으시면 된다, 그러면 과거에 보지 못했던 '사람이 중요한 서울시'를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강동 지역 유세에서 시민들은 저마다 사진기를 꺼내들며 박 후보를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3살 아들과 함께 왕십리역 앞 유세를 지켜본 정윤진(34)씨는"박 후보는 진실되어 보이고 진심이 느껴진다"라며 "농약급식도 뉴스를 자세히 보니 서울시 책임이 아니더라, 엄마들 사이에서 여러 얘기를 해봤는데 일단 박 후보가 문제를 인정하고 문제된 농산물을 전량 폐기한 것 자체를 높이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수동 수제화 협회 회원이라는 고재원(39)씨는 박 후보가 성수동 이마트 앞으로 유세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이 곳을 찾았다. 고씨는 '급식 논란' 관련 "정 후보가 아무리 선동해도 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심각하지 않은 문제더라"라며 "도리어 정 후보의 공약이 뭔지 명확하지 않아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정삼(68)씨 "정 후보의 온갖 개발 공약들도 결국 국민 혈세로 하겠다는 거 아니냐"라며 "박원순 후보가 될 것 같고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