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1초만이라도 대한민국을 생각해 주십시오! 새누리당 조동원."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 본부장은 1일 위와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홀로섰다. 30도에 육박하는 때이른 무더위 속에 '1인 피켓 유세'를 하기 위함이다. '일요 대첩'이라 이름 붙인 반성과 혁신의 1인 유세다. "도와달라"는 호소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겠다는 뜻이다.
피켓 유세를 기획한 당사자이기도 한 조 본부장은 1인 피켓 유세를 마친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세월호 때문에 선거가 가라 앉고 있다, 우리에게 힘든 상황"이라며 "선거 후에 나라가 개혁하려면 (여야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가기 보다 비슷하게 가야 개혁의 동력이 생기지 않겠냐, 절실함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압도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정부 여당이 내건 '개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와달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구구절절 이유를 대면 변명하게 된다"라며 "1인 시위라는 것이 우리 쪽에서는 낯선 개념인데 그만큼의 절박함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박대출 대변인을 비롯해 윤상현 총괄본부장,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김세연 종합상황실장, 류지영 여성본부장 등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주요 당직자들이 30분씩 피켓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바로 옆에서 한때 '박근혜 퇴진' 1인 시위
같은 시간, 조 본부장 바로 옆에는 전혀 다른 내용의 '1인 시위'가 펼쳐지고 있었다.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 연대 소속 김지수씨(32)는 "국민 보호 못하는 정부 존재 이유 없다! 세월호 참사 책임지고 박근혜는 사퇴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섰다.
굳이 조 본부장 옆을 택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우리가 1인 시위 할 때에는 곧장 경찰들에게 둘러 싸인다, 정부 여당이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라며 "1인 시위 등의 의사 표현이 방해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왜 우리가 분노하는지 경험해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내 김씨는 1인 시위 장소를 맞은 편으로 옮겨야 했다. 조 본부장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내가 하고 있는 걸 의식해서 굳이 옆자리에서 와서 해야겠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월요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해 온 한송이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 연대 사무국장(42)은 "저런 방식으로 정국을 돌파하려는 거 같은데, 도와 달라고 할 게 아니라 진상 규명을 외쳐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선거 때문에 표 달라고 하는 게 먹힐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대부분의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고1, 중 1 남매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은 안진석(47)씨는 "황당하다, 뭘 도와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세월호 때 국민을 제대로 도왔나, 그래놓고 어떻게 도와달라고 말하냐"라고 비판했다. 흘깃 조 본부장의 유세를 쳐다보고 이내 고개를 돌린 김 아무개(22)씨는 "공약을 가지고 표를 달라고 해야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라며 "표를 구걸하는 건가"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다수의 시민들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 잠시 눈길을 줄 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1인 유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광장을 지나친 김경자(70)씨는 "세월호 때문에 미디어가 너무 정부 여당을 몰아 가고 있다, 도와달라는 메시지에 수긍이 간다"라며 "누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더 명확하게 적어야 효과가 있지 않겠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