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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학생들에게 의료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에서 의료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의원에 다녀 본 경험이 있다는 학생을 만났다. "이용해보니 어땠나" 하고 물으니, 본인의 경험과 생각에 비춘 이런 저런 얘기들을 꺼내놓았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오해①] 대기 시간이 길다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인가요?' 하는 것이다. 답부터 얘기하자면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을 운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인가요?' 하는 것이다. 답부터 얘기하자면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을 운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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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료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가면 바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앞에 환자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기실에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도 꽤 긴 기다림 뒤에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다. 어째서 일까? 바로 긴 진료시간 때문이다.

의료협동조합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진료실에 들어가면 아픈 곳만 진료받지 않는다. 요즘 어떻게 지냈는데 어쩌다가 아프게 됐고,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어떤 점에서 불편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사에게 (장황하리만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의사는 환자들의 얘기를 듣고, 묻고, 가장 좋은 치료와 처지에 대해 제안하고 환자 의사를 묻는다.

단순히 아픈 부위만을 묻고 처치해서 5분 만에 나오는 진료실과는 사뭇 다르다. 아픔의 맥락과 일상의 상황까지 공유하는, 삶을 나누는 진료실이다. 환자의 가족을, 생활을 알고 진료하는 동네 의사의 진료시간은 길 수밖에 없다. 환자 개개인마다 아픈 곳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고 묻고 싶은 것을 충분히 물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 그래서 의료협동조합 병원 환자들은 대기시간이 길다하더라도 진료 만족도는 큰 편이다.

"오랜만이야, 요새 어떻게 지내?"

우연히 길거리에서나 들을 법한 인사를 의료협동조합 병원에서는 자주 듣게 된다. 접수대에서? 아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조합원들끼리 나누는 인사다. 저마다 각자 앉아 잡지나 TV를 보며 하염없이 진료를 기다리는 일반 병원 대기실하고는 분명 다른 풍경이다.

[오해②] 잘 낫지 않는다

안성의료협동조합 이사님 중 한 분은 지인들에게 '우리 병원은 잘 안 낫는 병원'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표정이 묘하게 자랑스럽다. 아니 이게 무슨 얘기? 나도 감기에 걸릴 때면 동네에 있는 의료협동조합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그 얘기는 반쯤 사실이다. 바로바로 낫지 않는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의료협동조합의 항생제 처방 비율이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픔을 완화시키는 것은 주사나 약만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의 평소 생활습관이나 삶의 환경을 알고 있다면, 그에 맞는 생활 처방으로 증상을 경감시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의료생협이 무조건 약을 안 쓴다는 말은 아니다. 약 중심의 처방이 아니라는 거지. 환자의 생활패턴을 알고 있는 의사는 필요에 따라 환자를 건강소모임이나 운동프로그램으로 연계하기도 한다.

의료생협 의사들은 마을 주민들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마을의 1차 주치의로서 주민들의 총체적인 건강 관리를 돕는다.
 의료생협 의사들은 마을 주민들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마을의 1차 주치의로서 주민들의 총체적인 건강 관리를 돕는다.
ⓒ 한국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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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발목이 아파서 진통제를 처방받기 위해 의료협동조합 병원을 찾았다가 급격하게 불은 살이 문제라며 운동프로그램 참여를 권유받았다. 덕분에 두 달째 열심히 운동클리닉에서 지방은 줄이고 근력은 늘리고자 노력 중이다.

이렇듯 의사가 환자의 일상을 알고 환자와 어떤 '관계'에 놓이면, 순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치료가 가능하다. 이런 것들은 조합원들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고, 다시 이런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과의 신뢰를 형성해나간다.

환자와 질병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고 꼭 필요한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합원이 함께 운영하는 병원이니 수익에만 급급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 얘기는 즉, 꼭 필요한 진료,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검사를 권유하거나, 수익을 위해 비싼 예방접종을 꼭 맞게 하거나 하지 않는다. 의사는 환자를 '알고', 환자는 의사를 '신뢰'함으로써 생기는 건강. 이는 지금 당장 감기를 낫게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치료이자, 근본적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오해③] 의료협동조합도 병원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인가요?' 하는 것이다. 답부터 얘기하자면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을 운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이다. 의료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이 건강 문제를 협동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진료, 우리 동네 주치의가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라고 하겠다.

하지만 어디 건강이 '치료'가 다 일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활동부터 서로 돌보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활동까지 그 범주는 다양하다. 다음 기사에서 더욱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스스로 건강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는 건강실천단은 이미 의료협동조합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각자 욕구에 맞는 건강소모임과 조합에서 제공하는 건강강좌가 활발히 진행되며, 사업적으로는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한 재가장기요양센터, 자살예방사업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의료생협이용자들과의 간담회 장면.
 의료생협이용자들과의 간담회 장면.
ⓒ 한국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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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의료협동조합이 속한 지역 주민의 욕구에 따라 요양원, 체육센터 등을 운영하는 조합도 있다. 그냥 일반 환자로서 병원에 왔다가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 병원은 뭔가 싶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냥 병원이 아니고 건강을 위해 서로 힘을 합쳐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동네 '건강의 집' 의료협동조합이라고 말하곤 한다.

의료협동조합은 낯설다. 건강을 위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이 전부였던 우리에게 아프기도 전에 건강을 지키자는 얘기가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좋은 말처럼 들린다면 일단 한 번 경험해보자.

의료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병원도 이용해보고, 이용위원회에, 건강소모임에도 참여해서 내 건강의 주체가 의사도, 사회도 아닌 '내'가 되는 경험,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건강해지는 경험을 하고나면 의료협동조합이 우리 사회 좀 더 많은 곳에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 들 것이다. 나처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교육홍보팀장입니다.



태그:#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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