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고승덕 후보 부녀를 싸잡아 '패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1일 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고승덕 후보의 따님이 올린 글을 읽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런 패륜의 문제에 봉착하게 됐는지 해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고승덕 씨가 패륜이라는 것인지, 고희경 씨가 패륜이라는 것인지를 묻자 문 교육감은 "딸이 아버지를 흠집 내고, 아버지는 딸을 돌보지 않은 것이 패륜의 한 모습 아닌가"하고 답변했다 합니다. 아버지를 비판한 딸도 패륜이라는 것입니다.
도무지 문 후보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패륜, 패륜이라? 아버지를 비판하면 패륜이 된다? 문 후보께서는 고 후보가 '아버지'로 보이십니까?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생각하십니까? 고 후보는 자식이 옆에 필요할 때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새파란 어린 나이였던 자신을 버린 것과 다를 바 없는 겁니다. 그런데 '아버지'로 존중을 해줘야 합니까?
문 후보의 논리대로 따져봅시다. 문 후보의 말대로라면 아버지가 자식을 향해 무슨 짓을 하던 간에 자식이 아버지를 비판하면 패륜이 된다는 겁니다. 즉, 아버지가 자식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든 버렸든 간에, '당신은 아버지 자격이 없다'고 하면 패륜이 된다는 것입니다. 대체 어떤 사고를 가지면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처음에 고승덕 후보 딸의 글을 보고 고 후보가 교육감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자식조차 챙기지 못한 사람이 천만 서울 시민의 자식들, 우리들의 교육을 결정하는 교육감직을 잘 수행할 리 만무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 교육감의 말을 들어보니 문 교육감 또한 당선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자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 무슨 교육감입니까? 문 교육감의 사고는 이는 하늘이고 기는 땅이며, 기는 절대로 이에 대들면 안된다는 보수 성리학적인 사고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 이런 사람에게 계속 교육감직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덧붙이는 글: 문용린 교육감이 이후 패륜 단어 사용에 논란이 일자 "사회문제의 진단에서 사용된 단어 '패륜'이 확대 해석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취지에서 패륜이란 단어를 기자회견문에서 삭제한다"고 말했다 합니다.
복수불반분이란 고사가 있습니다. 강태공이 허구한 날 낚시만 하며 집안 일을 돌보지 않자 강태공의 아내 미씨는 그를 버리고 도망갔습니다. 세월이 흘러 강태공은 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하고 제나라 군주에 임명됐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미씨는 그를 만나 다시 아내로 살게 해달라 청했습니다. 그러자 강태공은 그녀에게 물을 길어오게 한 후 그 물을 땅바닥에 부어버리고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나와 살 길 원한다면 저 물을 다시 그릇에 담아 보시오."이미 엎지른 물을 어떻게 주워담을 수 있겠습니까. 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문 교육감이 이미 "패륜"이라는 말을 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