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까지만 해도 6∙4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무상버스 공약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가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들고 나온 무상버스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거나 '퍼주기'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상버스가 '이동권'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간이기에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할 권리, 그것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상남도 창원시에는 무상버스 수준은 아니지만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시스템이 있다. '누비자'라는 공영자전거 시스템이 그것이다. 누비자는 "누비다"와 "자전거"의 합성어로, 2008년부터 운영됐다. 창원시 곳곳에 배치돼 있는 무인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나중에 무인 터미널에 반납하는 방식이다. 자전거를 빌린 터미널이 아닌 다른 터미널에도 반납할 수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시에는 총 242개의 무인 터미널이 있고 그곳에는 6000여 대의 자전거가 준비돼 있다. 이용료는 1년 회원권이 3만 원, 1일 이용권이 1천 원으로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6개월 회원권은 1만8000원, 1개월 회원권은 4000원, 1주일 회원권은 2000원이다.
누비자를 이용하는 시민은 창원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비자의 누적 회원수는 30만7400명(2014년 4월 말 기준)이고, 1년에 한 번 이상 이용한 실질적 회원 수는 5만 명(2013년)이다. 또 교통분담률은 6.9%(교통연구원, 2013년 기준)에 이른다.
창원시의 지형은 대부분 평지고, 자전거 도로가 차도 옆에 따로 마련돼 있어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편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창원에서는 누비자가 아니라 개인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도 쉽게 볼 수 있다. 천진오(40대∙창원시 성산구)씨는 "운동 삼아 누비자를 이용하기도 한다"며 "택시를 타면 7천 원을 내야 하는 거리도, 누비자를 이용하면 20분만에 갈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오전 1~4시 이용제한... 학생과 대리운전 기사들 큰 불편
누비자 이용자의 연령별 분포는 10대 16%, 20대 37%, 30대 16%, 40대 20%, 50대 9%, 60대 이상 2%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2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누비자는 밤늦게 공부를 하고 귀가하는 학생들이나 대중교통 운행이 끝난 심야 시간에 이동이 잦은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민층이 값싸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창원시 시민공영자전거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2013. 10. 30)'으로 인해 올해 3월 1일부터 누비자 이용시간이 오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로 제한됐다. 늦은 시간에 주로 누비자를 이용하던 학생들이나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전 1시부터 3시 사이에 누비자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1일 일요일 오전 1시 25분께 창원시 퇴촌동 창원대 정문에 있는 누비자 터미널에서 만난 이민우(창원대 2학년)씨는 "시험기간이라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기 위해 누비자를 타려고 했는데, 운영하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택시를 타야 해서 지출이 커졌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대리운전을 10년째 한다는 김현우(50)씨는 "대리운전 일을 하며 누비자를 편리하게 이용했다"며 "하지만 (누비자 이용시간 제한 조치 때문에 택시비가 많이 들어) 이제 대리운전을 못하게 생겼다, 밥도 못 먹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대리운전 일을 한다는 김성훈(41)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형편에 (누비자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며 "기자회견이라도 열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그는 "누비자를 만들어 놓고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창원시청 생태교통과의 박명희씨는 창원시가 누비자의 이용시간을 제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누비자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2012년 내부 감사에서 적자가 너무 많이 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오전 1시부터 4시 사이에는 이용자가 거의 없다시피 해, 누비자의 재정자립화를 목적으로 예산 절감을 위해 이용시간을 제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취임 후에 종합 검토"... 허성무 "타임회원제 등 대안 시행"창원시의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6∙4지방선거에 나선 창원시장 후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새누리당 안상수 후보 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 "처음 들어봐서 당장은 잘 모르겠다"면서 "(당선이 된다면) 취임 후에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성무 후보 측은 "누비자 이용시간의 제한조치는 '녹색 대중교통'이라는 누비자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누비자가 적자라고 하더라도 이용시간 제한 조치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누비자가 적자를 기록하는 점과 늦은 시간에 누비자 파손율이 높고 사고율도 높은 것 등을 고려하여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 후보 측은 "보호장구 대여를 통한 안정성 향상, 개인 자전거 등록제를 통한 보험 가입 유도, 자전거 도로 확대 및 정비, 불법주정차 문제 해소, 안전교육 실시, 대리운전 기사와 같이 늦은 시간에 누비자를 이용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를 고려한 '타임 회원제'를 시행하겠다"라고 말했다.
무소속 허상탁 후보는 "누비자에 이용요금이 있냐?"고 되물으며, "이용요금을 없애겠다, 이용시간 제한도 당연히 없애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자가 나더라도 그렇게(이용요금 폐지) 해야 하는 이유는 누비자가 시민의 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직 누비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장이 된다면 검토 후에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무소속 조영파 후보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창원시 시민공영자전거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2013. 10. 30)'에는 이용시간 제한뿐 아니라 이용요금 인상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전에 2만 원이던 1년 회원권은 3만 원으로 인상됐고, 월회원은 기존에 3천 원이던 것이 4천 원으로 인상됐다. 이 또한 "누비자에 대한 지출 대비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시행된 조치다.
앞으로도 언제든 누비자의 요금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요금 부담이 커질 경우 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던 누비자의 활용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창원시청 생태교통과 박명희씨는 "당장은 인상 예정이 없다"면서도 "2008년 누비자 도입 이후 (2013년) 처음으로 요금을 인상했고, 아직 적자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윤태우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 특별취재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