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외국어고등학교(사립)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후보의 이름이 들어간 펼침막을 걸어놓고 시위를 하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철거를 요구했다.
지난 4월 11일 진주외고 기숙사에서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학생(1학년)의 어머니는 3일 우리은행 진주지점 앞에서 소복을 입고 농성했다. 어머니는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농성했고 6월 2일부터 이곳에서 농성을 이어 나갔다.
어머니는 "고영진 교육감님, 진주외고 폭행사고로 죽은 내 아이는 왜! 돌보지 않으셨나요?"라고 쓴 펼침막을 창원에 이어 진주에도 내걸고 하얀 소복을 입고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았다.
2일과 3일 사이 진주에는 비가 내렸는데 어머니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우산을 씌워주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학교폭력 사망사건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진주외고는 고영진 후보의 선친이 설립한 학교로 고 후보의 부인은 1993년부터 이사장으로 있었다. 진주외고에서는 3월 31일에도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사망했고, 4월 4일에는 학생 한 명이 코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진주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어머니한테 펼침막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며 "교육감 후보의 성명을 기재한 펼침막을 걸어놓고 시위를 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금지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아버지는 "우리는 선거와 아무 상관 없이 아이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어머니가 빗속에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해서 현장에 가보았는데, 선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며 어딘가 전화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4일에도 이곳에서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아버지는 "집사람은 계속 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제와 오늘 비를 많이 맞아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상황을 보아 가면서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아버지는 "우리는 시위하면서 한번도 보상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우리가 고액의 보상을 노리고 이렇게 한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누군가 고의로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 같은데 그런 행위는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작은아버지는 "오늘 국민권익위원회에 서류를 접수했다, 우리 힘으로 부족하니까 도와 달라고 했다"며 "조사관으로부터 서류를 접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진주외고 학교폭력 사태가 고소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2차 학교폭력 사망사건 학생의 유가족들은 진주외고 전 이사장(고영진 후보 부인)을 검찰에 고소했다.
고 후보 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 사퇴' 등을 요구했던 진주여성회 등 여성단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여성단체들은 고 후보 부인을 맞고소했다. 또 '진주외고 학교폭력 동영상'이 유포되자 3일 고 후보측은 경찰과 선관위에 수사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