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 새누리 선방, 새정치 참패 모면, 진보정당 급락세월호 참사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새누리당 승리는 8개 지역, 새정치민주연합 승리는 9개 지역으로 나타났고 기초단체장의 경우 새누리당의 승리는 117개 지역, 새정치민주연합의 승리는 80개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6·4지방선거 결과를 2010년에 치러졌던 6·2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새정치민주연합은 6·4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의 경우에만 겨우 현상을 유지를 했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의원의 경우 그 성과는 4년 전 6·2지방선거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진보정당의 경우 그 성과는 4년 전에 비해 대폭 하락했는데, 그것은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이석기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6·4지방선거의 결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도 새누리당은 나름 선방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권 심판의 분위기 속에서도 겨우 참패를 면했던 한편, 진보정당의 경우에는 그 위상이 대폭 추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6·4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의 강세와 민주진보진영의 약세가 새삼 드러났다 하더라도, 교육감 선거의 경우에는 진보 후보들이 13개 지역에서 승리함으로써 3개 지역의 승리에 그친 보수 후보들을 압도했다.
원인분석①: 세월호 영향 컸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도와달라' 나름 성공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냈나? 두말할 것도 없이 6·4지방선거 결과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던 것은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분노는 예방과 구조에 있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를 항했고, 그 결과 그 동안 높게 유지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도는 무려 10% 남짓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사실 대통령 임기 2년차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기란 쉽지 않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상당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임기 2년차라 할지라도,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그 참사가 박근혜 정부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매우 심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은 뒤늦게나마 눈물을 흘리면 사과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을 '도와달라' 했던 박근혜 마켓팅이 나름의 성과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했어도, 노령층 등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반이 굳건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인분석②: 새정치 지도부 '세월호 국민분노' 결집 못해이에 비해 세월호 참사 심판론을 내세워 선거에 임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역할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로 분출된 국민 분노를 충분히 결집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광주 전략공천 논란으로 인해 야기된 내부의 불끄기에도 바빴다. 따라서 그들의 지원은 새누리당과 첨예하게 대치했던 최전선에 집중되지 못했는데, 특히 인천과 경기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는 그런 점에서 더욱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승리했는데, 그것은 중앙의 지원에 의존했다기보다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 심판의 분위기 속에서 현역 단체장의 프리미엄에 의존한 바 컸다. 즉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 후보의 일방적 승리는 바로 그 자신의 선전에 기인하는 것이었고, 충남과 충북 그리고 강원에서의 승리 역시 현역 단체장 자신들의 선전에 기인한 바 컸다.
한편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려 13개 지역에서 진보 후보들이 당선되었는데, 우선 그것은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어 못하고 난립한데 비해 진보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앵글리 맘들의 분노 역시 보수 후보들의 패배에 일정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정국'은 무능정치 깰 리더십 등장할 때까지 지속될 것 6·4지방선거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일차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듯, 박근혜 정부의 새누리당은 가까스로 이 난관을 통과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세월호 정국에 힘입어 어렵사리 참패를 모면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워낙 심대한 것이기에, 6·4 이후에도 우리 정치가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사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 동안 수 십 년간 지속되었던 압축 성장의 후유증 그리고 특히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심화되었던 사회 양극화의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그 해결을 미루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를테면 2010년 6·2지방선거를 통해 등장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요구로, 그리고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사회 건설의 요구로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이러한 변화 요구들의 분출에 현재 우리 정치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6·4 이후에도 우리 정치의 무능 속에서 세월호 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할 때까지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돌파구가 언제 마련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정해구 기자는 성공회대 교수입니다.
*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