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내정한 새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66) 전 <중앙일보> 주필을 두고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문 후보자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비교되는 대표 극우논객이다. 앞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인선 당시 반발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0일 "극단적 보수성향으로 국민화합,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도 "그의 언론인 시절 발언을 보면 사경을 헤매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진 언사들로 국민들의 마음을 갈라놓고 상처 준 대목들이 걸린다"라고 비판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끔찍한 수를 뒀다, 총리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야권의 반응은 문 후보자의 <중앙일보> 재직 시절 기명칼럼 내용을 보면 당연하다. 문 후보자는 '펜'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침없이 힐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사태나 용산 참사, 무상급식 등에 대해서도 명백히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
사경 헤매던 김대중 전 대통령 공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지난 2009년 8월 4일자 <중앙일보>에 실렸던 문 후보자의 기명칼럼 '마지막 남은 일' 중 일부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기관지절개 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를 대고 사경을 헤매던 중이었다. 그런데 문 후보자는 이 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는데 그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뜨게 생겼다'고 썼다.
또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권이다,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선을 넘은 발언을 자주 해 왔다, 그런 발언을 보면서 혹시 그의 심저에 무슨 불안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비자금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 측은 발끈했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은 2009년 8월 12일자 <중앙일보>에 직접 반론보도문을 실었다.
그는 "문 대기자가 제기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나 재산 해외 유출 의혹은 이미 재탕, 삼탕으로 언론에 거론됐다가 사실무근으로 재차, 삼차 확인됐으며, 해당 언론사는 정정보도문 등을 게재하고 사과했다"라며 "그럼에도 문 대기자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사실을 외면했다, 더욱이 병석에 계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해 8월 18일 서거했다.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도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2009년 5월 '공인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국가 지도자라면 그런 식의 죽음이 끼칠 영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이 됐던 검찰 수사에도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소권이 상실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죽음이 안타까운 것과 나라가 나라로서 틀을 지켜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이전에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참으로 명예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힐난한 바 있다. 그는 2009년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대한 '왜 이리 어두침침한가'라는 기명칼럼에서 "명목이야 여하간에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무조건 사과하고 반성할 일이다, 그런데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아서 이리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그해 4월 쓴 'G20과 문객정치'에서는 "1874년 프랑스 신부 달레가 조선에 대해 쓴 2권의 책은 더 암울했다. 조선은 부정부패의 나라였다"라며 "이를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했다"라고 적기도 했다.
2012년 새누리당 총선 승리 축하... MB정부 땐 박근혜 대통령 비난도
그의 펜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겨냥했다. 문 후보자는 2012년 11월 27일 '파랑새의 백의종군' 칼럼을 통해 "안철수는 너무 맥없이 무너졌다, 그는 온실에서 성장한 화초였고 새장 안에서 고이 자란 파랑새였다, 야생성이 없는 그는 단일화 압박을 견뎌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뒤늦은 평가이지만 당선이 되었다 해도 그런 약한 대를 가지고 험난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었겠는가"라며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을 가지고, 성공했던 옛 자리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고 벤처사업가로서 할 일을 하라고 한 것이다.
그는 같은 해 9월 '이번은 아니다'라는 칼럼에서도 "그(안철수 대표)가 여러 사람들에게 출마 여부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만일 나에게 물어왔다면 무슨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소'라고 말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2012년 총선 때는 노골적으로 여권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12년 4월 10일자 '한 사람에게 달려있다' 칼럼에서 당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노원갑)의 '막말 논란'을 겨냥, "진보가 너무 나가 썩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영"이라며 "피리 소리에 홀린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경성(警醒)의 나팔을 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그 나팔 소리가 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4일 '기적' 칼럼에서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에는 "'기적'이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분석은 없을 것"이라며 "만일 예상했던 대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이 나라는 얼마나 어지럽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11월 'Enough is Enough' 칼럼을 통해 "그녀는 그때나 지금이나 대통령을 노리는 후보다, 지금도 그때와 같이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이 글에서 "박 전 대표 역시 그만하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라며 "다음 선거에서 충청도를 배반했다는 소리는 최소한 듣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분란을 접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 2011년 4월 '박근혜 현상' 칼럼에서는 "그(박 대통령)가 행정수도를 고수한 것이나, 영남 국제공항을 고집한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녀 스스로가 휘장 속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무상급식·광우병·용산참사·삼성비자금 등에도 극우 본색문 후보자는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현안에서도 한 쪽에 치우친 시각을 보였다.
2010년 3월 15일자 '공짜 점심은 싫다' 칼럼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자는 "무료 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다"라며 "국가 의존형 인간들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지켜 낼 수 있을까? 그런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결국 전체주의, 공산주의형 인간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특히,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라며 "공짜 점심이 혹시 실현된다면 '내 아이는 내가 먹이겠다'는 도시락 싸가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5월 6일 '올림픽 성화와 쇠고기'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반미집회'로 몰아붙였다. 문 후보자는 이 글에서 "먹거리 문제라면 중국산 먹거리처럼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것이 없을 텐데 왜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제로 수준'이라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만 이렇게 예민할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선·효순 사건을 인도주의로 포장했듯이 이번은 국민 건강이라는 포장으로 반미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문제의 본질은 반미의 전선이 본격적으로 다시 가동되고 있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위생 문제'로 접근하니 아무리 끝장토론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라고 질타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이 1심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자, 2010년 2월 1일 '문지기가 없다'는 칼럼을 통해 "판사의 마음에 따라 주저앉은 소의 진실이 달라지는 것인가"라며 "지난 정권 이후의 사법부는 이런 '아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2009년 2월 용산참사 당시 과잉 진압을 주도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옹호하는 칼럼도 썼다.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건물 옥상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 6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김석기를 살려야 한다' 칼럼에서 "민주주의를 하자면 법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라며 "우리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동정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과 법이 대립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두고두고 이 나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청장의 목은 데모대가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2008년 3월 11일 '평화구현 사제단을 기다린다' 칼럼을 통해 "사제단이 지금 벌이는 행동은 이 세상에 평화를 심기 위함인가, 아니면 분열과 갈등, 그리고 증오를 심기 위한 것인가"라며 "사제들이 눈에 핏발 세워가며 정의를 외치지 않아도 우리가 쌓아 온 민주제도로서 나라를 운영할 수준은 됐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