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의 직장인 A씨는 요즘 점심시간에 소소한 낙이 생겼다. 회사 근처 '편의점 도시락'의 매력에 빠진 것. 종류도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게 A씨의 평가다.
"인원이 적고 다들 외근을 가기 때문에 혼자 먹는 일이 많아졌어요. 부근에 제대로 된 식당이 드물다 보니 편의점에서 자주 점심을 먹게 됐죠." 편의점 즉석음식 하면 '대충 때우는 식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는 A씨는 그러나, 곧 편의점 도시락 '마니아'가 됐다.
"요일마다 바뀌는 도시락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요. 또 가격 대비 고급스러운 메뉴도 많아서 복잡한 식당보다는 편의점을 자주 찾게 됩니다"
매일 다른 메뉴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B편의점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반찬이 푸짐한 것이 특징이다. 밥 칸과 반찬 칸이 분리돼 있으며, 반찬 칸에는 소시지나 햄버거 스테이크 같은 '메인메뉴' 외에도 김치와 마늘종 볶음, 브로콜리, 달걀말이 등 다양한 찬들이 있다.
이색 메뉴도 많다. '치킨 도시락'은 마치 '프라이드 반 양념 반'처럼 한쪽에는 매운 양념을, 다른 한쪽에는 간장 양념을 한 치킨이 들어 있다. 어린이들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이 도시락의 사이드 메뉴는 감자샐러드와 푸실리.
C편의점의 프리미엄 도시락도 인기다. 4000원에 판매되는 이 도시락은 햄버거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매쉬포테이토와 콘샐러드 등이 곁들여져 있어, 제대로 된 경양식 메뉴를 맛보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반만 데우는' 도시락도 등장했다. B편의점에서 나온 이 제품은 태극무늬로 된 접시에 한쪽에는 샐러드를 담았다. 데울 때는 샐러드 접시를 분리,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게 한다. 키위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는 영양 균형을 고려한 듯한 메뉴이다.
그러나 편의점 도시락이 진화하는 이면에는 고물가와 경제불황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서울 시내 '김밥천국'에서 메인 메뉴를 먹으려면 드는 비용은 최소 5000원 가량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값싼 편의점 도시락을 찾으면서 자연 제품도 다양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또 도시락의 유행과 함께, 다같이 식사하는 문화가 '나홀로 식사'로 바뀌어가는 모습도 조금은 안타까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