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KB)금융의 회장, 은행장 사퇴를 두고 금융당국과 KB금융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소명을 통해 징계 수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KB 최고경영진의 사퇴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11일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당국이 문책경고를 내린다고해서 두 경영진을 쫓아낼 권한은 없다"면서도 "지금 KB를 위해서라도 분위기상 두 사람이 스스로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사퇴하지 않기위해 버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의 고강도 처분을 두고 과잉 징계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국민의 잣대는 우리와 같을 것"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한국 금융은 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싹 갈고 새로운 사람들, 정말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금융사 수장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수위는 오는 26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KB 금융쪽은 심의위에서 적극적으로 소명을 할 예정이지만, 금융당국은 징계 수위가 낮춰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두 경영진은 연임이 불가능하고 임기 종료 후 3년 이상금융계 재취업이 제한돼 사실상 금융권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위원회에서) 징계수위가 낮춰지면 논란이 될 수 있다 "며 "우리나라 금융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거냐를 생각해야지 사소한 이해 관계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임 회장과 이 행장 외에도 KB의 징계대상자는 120명에 이른다. 그 중 20여명은 임원급이다. 우선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는 당장 물러나야 하는 직무정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이사회 멤버인 박지우 부행장은 문책경고,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 윤웅 원 KB금융지주 부사장과 김중웅 이사회 의장 등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은 주의적 경고 이하 경징계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최대한 소명해서 징계 수위 낮출 것징계를 통보받은 당사자들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대한 소명을 해서 제재수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쪽은 "아직 제재심의위원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오해가 있는 부분들을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 회장의 거취여부에 대해서는 "(임 회장이)작년 7월에 취임했고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았다"며 "지금은 제재심의위원회 소명을 준비해야지 거취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임 회장은 이날 아침 명동 KB사옥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소명하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행장도 같은날 여의도 국민은행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감독당국의 징계 결과를 보면 전산 시스템 교체 의사결정에 기초가 된 보고서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과 굉장히 위중한 사안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외부에서 이야기하는 집안 싸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것과 관련해선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