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을 받아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 그가 9일 인수위인 '희망광주 준비위'를 출범시켰다. 시민사회 출신으론 처음으로 광주시장에 당선한 그의 과제를 몇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말] |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은 한때 '광주의 박원순'을 선거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같은 시민사회 출신으로 이른바 '박원순 식 시민 밀착형 행정'을 광주에 펼쳐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윤 당선인이 13일 서울시에 '혁신공약추진 TF팀'을 파견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이 '박원순의 서울'을 벤치마킹해 '희망 광주'를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14일 오후 광주에서 기동민 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기 전 부시장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박원순 식 시정'이 원만히 그리고 전면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관료사회와 정치권, 시민사회와의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한 인물이다. 서울시의 한 간부 공무원은 "박원순 시장의 시민행정에 대한 관료사회의 저항을 개혁의 동력으로 전환시킨 인물"이라고 평했다.
기 전 부시장은 가장 먼저 "박원순 시장이 취임 첫날 처음으로 한 결재가 무상급식이었다"라며 "충분히 검토해서 숙성된 정책과 공약은 과감하게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신 "박 시장은 정책을 수립할 때는 많이 듣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며 '청책과 숙의'라는 박 시장의 정책 과정을 소개했다.
아울러 기 전 부시장은 "공직사회를 적으로 돌리고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공직사회를 개혁의 주체로 세워야 하는데 방법은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보좌관, 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에 정무부시장 자리를 임종석 전 의원에게 건네주고 7.30재보궐선거(광주 광산을)에 도전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직사회를 적으로 돌리고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광주에도 처음으로 시민사회 출신 시장이 탄생했다. 윤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충분히 검토해서 숙성된 정책과 공약은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 첫날 처음으로 한 결재가 무상급식이었다. 기획조정실을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놀랐다. 그러나 과감하게 진행을 했다. 왜냐면 무상급식은 선거 행위를 통해 합법적 검증을 받은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립대 반값 등록금 등도 전혀 망설이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과감하게 했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것이 박 시장의 첫 모토였다. 그 다음은 '내 삶을 바꾸는 시정'이었다. 행정의 대상이고 객체였던 시민을 주체로 바꿔버린 화법 자체가 기성 정치권에선 볼 수 없는 역발상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과 방향이라는 측면에선 지극히 순방향이었다. 시민이 권력을 이긴 것이다."
- 충분히 검토해서 숙성된 정책이란 무엇인가."박 시장의 정책 수립과정은 '청책(聽策)'과 '숙의'다. 많이 듣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정책을 완성하기까지 평균 30차례의 미팅과 회의를 거친다. 관료들에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 왜냐면 관료사회야말로 제1의 협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협치, 거버넌스가 무엇인가? 소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융합 행정, 행정혁신 패러다임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관료집단은 그 자체로 보수적이어서 안정적이며 변화에 둔감하다. 박 시장은 관료집단의 두 가지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하나는 개혁대상으로서 관료집단이고 또 하나는 개혁의 주체로서 관료집단이라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을 배척해선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 되레 이들을 개혁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오세훈 전 시장은 '공무원 3% 퇴출제'로 직업공무원들의 자존심을 먹칠해버리고, 시민들이 공직사회를 적으로 돌려버리게 만들었다. 오세훈 식 시정 개혁이 실패했던 것은 관료사회의 이 두 가지 특성을 잘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 관료사회의 저항 등 마찰은 없었나.
"전통적 관료집단과 정무라인과 갈등이 없을 수 없다,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오는 긴장과 마찰이 있다. 방법은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 밖에 없다. 정무직인 저는 항상 두 발짝 앞서 가 있다. 관료들은 한 발짝 뒤에 가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 시간 안에 해법이 다 생기더라. 수많은 결단과 결정을 정무직과 관료사회 골간 라인 책임자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결정했다. 그 사안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과 시민불편, 또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시장과 부시장, 책임부서장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공론화시켜 투명하게 같이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했다. 절차에 기반해서 시민사회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공직사회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공직사회를 적으로 돌리고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대신 공직사회 품에 안주하면 시민이 등을 돌린다. 공무원들은 의전이 강하다. 의전이 최소 10명부터 20명 이상 따라붙을 것이다. 처음엔 '왜 이러시나' 하던 분들이 6개월이 지나면 '몇 명 안 나왔네'하는 경우도 있다. 의전에 취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잘 듣는 게 중요... 듣고도 결정 못하는 게 가장 나빠"-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가장 크게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박원순 시장이 가장 잘하는 게 잘 듣는 것이다. 무엇보다 잘 들었으면 좋겠다. 시민의 요구, 공직사회의 말을 많이 듣고 그것을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윤 당선인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 가장 나쁜 것이 듣고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30%의 리스크는 반드시 있다. 충분히 들었다면 이를 무서워서 결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다. 기성 관료집단과 의회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일을 추진할 수 없다. 재밌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박 시장의 서울시정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하는 시민파와 의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회파, 집행부인 왕당파 등 이 세파가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는 것으로 구성된다. 경험과 과정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니까 세 집단의 장점이 극대화된 형태의 시정으로 발현되더라."
- 윤장현 당선인이 어떤 광주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나."광주는 그 자체로 가장 성스럽고 위대하다. 그래서 항상 역사의 무게에 의한 짓눌림이 있을 것이다. 이를 다른 차원으로 발현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역사회와 성장하는 20, 30대 등 새로운 미래세대가 어떻게 꿈꿀 것인지 고민이 많으실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방향과 가치, 철학과 역사, 광주의 향기를 낼 수 있게 시민의 공론을 모을 때가 되었다. 그 공론이 '윤장현 선택'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과정들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한 여러 무거운 배경 앞에 윤 당선인이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당선인 혼자서 하려고 하시지 않았으면 한다. 양 수레바퀴처럼 시민사회와 협치 구조를 만들어서 서울과 충남 그리고 여러 기초단체가 이룩해온 대변환에 광주가 동참해 달라. 이것이 바로 윤 당선인에게 시대가 부여한 막중한 사명감이자 광주시민들이 모아준 물음에 대한 답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