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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단원고등학교 등 그동안 안산지역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이 졸속으로 추진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산시에 연일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글로벌 안전시범도시 구축', '해양안전국민체험센터 조성', '재난종합안전체험관 건립', '수도권 규제완화특별지구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치유와 공동체 복원을 관 주도의 성과주의 행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외형적 개발과 성장 논리에 입각한 일방통행식 지원 대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완화특별지구처럼 규제를 완화하고 재난체험센터를 만든다고 세월호 상처가 치유되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지원 대책을 보면 세월호 유가족이나 주민,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이 안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양근서(안산6) 의원은 17일 도의회 제288회 제1차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상당수 국비지원 건의 정책이 관계 기관간 협의와 시민의견 수렴 등 타당성 검토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선정되거나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양 의원이 밝힌 세월호 참사 관련 지원 대책 현황을 보면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긴급 생계지원(긴급복지·무한돌봄), 심리지원, 장례지원, 분향소운영, 자원봉사운영, 법률자문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원 예산은 중앙정부에서 교부한 특별교부세 30억 원, 예비비 17억 3천1백만 원(분향소와 본부 운영비 등), 일반예산 2억 3천2백만 원이다.

침체의 늪에 빠진 안산 지역 경제 지원 '실효성 없어'

 6월 14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60번째 안산시민촛불에서 해인 스님이 세월호를 형상화하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넋전춤’을 추고 있다. ‘넋전’이란 한지 서너 장을 겹쳐 접어서 사람모양으로 오린 것으로 이 넋전을 이용해 망자의 원혼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춤을 ‘넋전춤’이라고 부른다.
6월 14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60번째 안산시민촛불에서 해인 스님이 세월호를 형상화하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넋전춤’을 추고 있다. ‘넋전’이란 한지 서너 장을 겹쳐 접어서 사람모양으로 오린 것으로 이 넋전을 이용해 망자의 원혼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춤을 ‘넋전춤’이라고 부른다. ⓒ 박호열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으로 안산 지역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참사 후 지속된 애도 분위기 속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시민들이 야외활동마저 자제하면서 소비가 급랭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한 가운데 놓여 있어 그 파장이 더 컸던 셈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안산지역의 가구단지와 재래시장 등의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노래방 업종은 매출이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사는 예약 취소율이 급증하는 등 개점휴업 상태다.

대형 음식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전체 예약의 98%가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고, 일반기업 및 공공기관 등의 단체 예약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형마트 등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경우 4월 매출이 전달에 비해 평균 15% 내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근서 의원에 따르면 이같이 침체에 빠진 안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안산지역 소상공업체(39,711개)에 중앙정부자금 300억 원, 경기도자금 200억 원 등 모두 500억 원의 특별자금을 융자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지원 실적은 6월 12일 현재 고작 13건 6억 2천만 원에 그쳤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이 소리만 요란할 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지원이 이처럼 극히 저조한 것은 매출 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금지원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각 기관별 금융지원정책에 대한 논스톱 금융 상당 및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단원고 외국어고 전환·2조 원대 파라마운트 유치가 세월호 참사 치유?  

 파라마운트 무비테마파크 조감도. EGE사는 2007년 대우자동차판매(주)와 인천 송도유원지 대우자판 부지 15만평에 무비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2011년에는 대전시와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조성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자금난 등으로 무산된바 있다.
파라마운트 무비테마파크 조감도. EGE사는 2007년 대우자동차판매(주)와 인천 송도유원지 대우자판 부지 15만평에 무비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2011년에는 대전시와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조성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자금난 등으로 무산된바 있다. ⓒ 파라마운트사

양 의원은 안산시와 경기도가 정부에 국비지원을 건의한 정책 사업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와 안산시가 정부에 건의한 주요 지원 사업은 ▲수도권 규제 완화 특별지구 지정 ▲세계적인 해외 테마파크 유치 ▲정신·건강 종합힐링센터 건립(87억) ▲안전체험테마파크 조성(200억) ▲단원고 명문고 육성 및 마이스터고 활성화 지원(201억) ▲글로벌 안전시범도시 구축(146억) ▲철도건설사업 지하화 및 조기 착공(267억) 등 901억 원 규모의 7개 국비지원사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 대책과 정책 사업의 상당수가 세월호 참사와 치유, 재발방지 정책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사업을 끼워 넣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비지원을 건의한 7개 정책 사업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업은 정신·건강 종합힐링센터 건립, 안전체험테마파크 조성, 글로벌 안전시범도시 구축 등 3개 사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양 의원은 "가장 문제가 되는 사업은 단원고 명문고 육성 및 마이스터고 활성화 지원 사업"이라며 "이 사업은 단원고를 공립 외국어고로 전환하고 안산공고를 마이스터고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교육정책의 경우 학벌주의와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폐해가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산지역의 평범한 학생들은 가까운 학교마저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치유는커녕 상대적 박탈감만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국비 지원을 요청한 해외 테마파크 유치사업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 의원은 "해외테마파크 유치 사업은 안산시 상록구 사동 90블록과 시화지구 쓰레기매립장 등 20만평에 사업비 2조원대의 파라마운트 영화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구상"이라며 "하지만 이 계획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시장후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파라마운트사 관계자가 안산이 적지라고 밝혔을 뿐 공식적인 제안을 한 적이 없는데 중앙정부 정책건의사업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허숭 안산시장 예비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파라마운트 무비테마파크 안산 유치는 발표 당시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사업이다. 더욱이 사동 90블록에서 30분 거리에 5조원 규모의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USKR) 조성사업이 8년째 지지부진한 채 표류하고 있는 마당에 파라마운트 유치 사업이 타당성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현재 USKR 조성사업은 부지 소유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부지매각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내년 2월 기한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제종길 안산시장 당선인은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0블록과 90블록에 파라마운트 무비테마파크를 유치해 사이언스파크-사리포구-대부도와 연결하는 문화산업으로 육성, 안산시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파라마운트 무비테마파크 아시아 라이센스사인 미국의 EGE(East Gate Entertainment)사와 조건이 맞으면 유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책수립시 먼저 "강남 아이들이었으면..."에 귀 기울여야

 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이 17일 열린 도의회 제288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지원 대책의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이 17일 열린 도의회 제288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지원 대책의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양근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지원 대책의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양 의원은 "먼저 도와 안산시가 중앙정부에 건의한 7개 사업을 전면 철회하고 새 도지사와 새 안산시장 당선인과 심사숙고해서 시민적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건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치유를 위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회 및 피해지역 주민, 소상공인 등 포커스그룹 인터뷰 등으로 정책대안을 발굴해야 한다"면서 "도, 안산시, 도교육청은 조직이기주의의 칸막이 행정을 탈피해서 상호 협력하는 융합행정으로 통합적 지원 대책과 정책을 개발해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를 치유해 가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개발과 관련, 양근서 의원은 어떤 입장일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먼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사람과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한 도시로 바꾸어 나갈 것인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시민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치유하며 실제 삶의 질을 개선 해 줄 것인가를 주제로 해야 합니다. 특히 정책수립시 중요한 관점은 '강남 아이들이었으면 그랬겠느냐'는 탄식에 귀를 기울여서 우리 사회의 낙오자나 버림받은 사람들이라는 열패감 등을 극복하고 당당한 시민으로 존중받고 보호받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지원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 의원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회적 경제 지원, 시민들의 자주적인 생산 및 창조활동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산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존의 공해, 범죄도시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풍요로운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생명 안전도시'로 완전 탈바꿈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역사문화생태 힐링 코스 조성, 반월시화공단 좋은 일자리만들기, 대중교통서비스 공공성 강화, 범죄예방마을, 심야까지 운영하는 공공보육센터 운영, 마을 협동조합 조성 등과 같이 공동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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