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아이 셋을 연달아 출산하고 이제 막 마흔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장수를 향한 갈망은 없지만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건강 문제에 예민하게 만든다.
이런 처지와 현황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자각은 40대가 내 몸에 보내는 본능적인 신호다.
"건강 문제가 집중적, 치명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는 바로 40대다. 그래서 40대는 내 몸 지키기에 관한 한 위기의 시대다. 40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자연재생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후천적으로 이룬 몸의 능력과 철학으로 살아가는 시기다. 얼마만큼 관리하고 투자했느냐에 따라 몸은 복수를 감행하기도 하고, 건강한 삶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본문 13쪽)40대를 잘 보내지 못하면 인생의 후반기를 질병의 고통과 불행속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경고다. 박민수의 <마흔 건강>은 100세 시대를 사는 이들이 숙지해야 할 40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체크리스트다.
책은 내 몸에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먹는 습관 바로 잡기, 비만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40대에 걸맞는 운동처방전,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장수 리스크 시대'가 도래했다저자가 보기에 100세 시대는 다름 아닌 '장수 리스크 시대'다. 이 단호한 규정은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논리의 전제 조건이다. 즉, 장수 리스크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40대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장수 그 자체가 아니라 100살을 못 살더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윗세대보다 10~15년은 더 긴 평균수명을 누릴 것이다. 이는 우리의 신체하강기가 부모 세대보다 10년 이상 더 길다는 뜻이다. 반성없이 안이하게 산다면 60세 이후 각종 질병과 기능장애, 급격한 기능 저하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 몸을 냉대할수록 그 시기는 앞당겨지고 또 길어질 것이다."(본문 21쪽)장수 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공포는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동기 부여다. 하지만 동시에 '결국 개인이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복지 취약 사회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은 향후 10년 이내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4%를 넘어설 것이며 노인 대상 의료비는 매년 20% 이상 증액되고 있다.
저자는 "많은 미래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쓰나미급 고령사회 쇼크를 예고한다, 국가가 노후를 책임질 거라는 생각은 환상에 가깝다"라면서 "질병과 함께 찾아오는 장수는 재앙"이라고 경고한다.
사실 100세 시대의 도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훨씬 가깝다. 고령화 사회에 걸맞지 않은 취약한 노인복지정책과 늘어가는 노인 빈곤층과 노인 자살의 급증, 의료 공공성의 후퇴와 의료비 폭탄 등 100세 시대의 리스크는 고통과 불행 그 자체다. 이것은 국가 정책의 문제이고 정치의 영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물론 40대에 맞춤 건강 처방전을 표방한 이 책에서는 논외의 사안이다.
건강 성공자가 될 것인가, 실패자가 될 것인가저자는 "건강성공자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네 가지 적, 즉 과잉·소모·중독·결핍을 제대로 알고 넘침을 경계하며 소모를 예방한다"라면서 "중독이 주는 의존에 길들여지지 않으며 스스로 결핍을 채우는, 중용과 절제, 균형과 조화의 사용법을 잘 숙지한 사람들이다, 건강 성공자들의 몸에 대한 관점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을 만드는 시발점"(본문 41쪽)이라고 설명한다.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는 40대에 해둬야 한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와 질병에 맞설 수 있도록 내 몸의 '비상금'을 챙겨두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비상금'이란 위기시 내 몸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비축해놓은 실질적인 '생체 에너지'를 의미한다. 저자는 "내 몸의 비상금은 일상의 재구성을 통해 모인다"라며 건강 성공자을 내몸 비상금 저축 수칙(본문 51쪽)을 제시한다.
첫째, 몸의 평형을 지킬 것. 과잉 칼로리 섭취를 자제하고 보약이나 보양식으로 건강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식욕과 왕성한 활동으로 균형을 맞춘다. 둘째, 칼로리 과잉에 유의할 것. 식욕의 80% 정도만 먹는 절식을 실천하며 가급적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해 가정식을 해먹되 출출할 정도로 소식하는 것이 좋다. 셋째, 도파민에 찌들지 말 것. 스트레스에 찌들어 담배나 마약·술 같은 중독물에 탐닉하거나 인간 관계 중독, 아이 중독, 운동 중독에 빠져 몸을 혹사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스트레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에 더 노출된다. 다섯째, 약에 의존하지 말 것. 몸의 항상성이 이겨낼 만한 질병에도 함부로 약을 쓴느 일은 면역력이나 자연치유력을 망칠 수 있다. 여섯째, 인생의 20%는 항상 내 몸에 투자할 것. 내 몸에 빚을 지지 않으려면 남는 에너지·경제적 여유·시간·마음 씀씀이의 20%는 항상 계획을 세워 꾸준히 내 몸에 선사해야 한다.
건강 적신호는 불시에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다. 일상의 대비가 중요하다. 특히 '건강 불평등 사회'일수록 위험도가 더 높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건강할 권리를 되찾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중요하겠거니와, 자기 몸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고 심신의 건강함을 유지하려는 개인적인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쓰나미급 '100세 쇼크'에 대비책은 미리 미리 마련해두는 게 좋다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yes24.com/xfile340 에도 게재했습니다.
<마흔 건강> / 북앳북스 / 박민수 지음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