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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모두 29명의 소방관들이 순직했다. 안타까운 사고가 날때마다 정부는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는 소방방재청 해체, 소방기구의 국가안전처 편입을 주요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99%의 소방관을 지방직 공무원 신분으로 묶어둔 채 재난 컨트롤타워만을 바꾸겠다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4회에 걸쳐 이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말]
 이동명 경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1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국민에 대한 양질의 안전서비스를 위해 국가직으로 되어야 한다"며 "잘 사는 동네든, 못 사는 동네든 안전도에 빈부격차가 어디있냐"고 지적했다.
이동명 경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1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국민에 대한 양질의 안전서비스를 위해 국가직으로 되어야 한다"며 "잘 사는 동네든, 못 사는 동네든 안전도에 빈부격차가 어디있냐"고 지적했다. ⓒ 유성호


[기사 수정 : 20일 오전 10시 38분]

"우리 국민들은 급할 때 119부터 찾는다. 소방관은 문 따주고 멧돼지도 잡아주는 맥가이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 예산도 늘고 조직도 커져야 하는데 오히려 조직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소방관들 사이에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자식들에게 소방관 하라고 하겠나."

17일 만난 이동명(59)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인터뷰 도중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 스스로 "3년 전부터 계속 같은 얘기를 해오다 보니 제가 좀 흥분된다"고 말했다.

'평균수명 58세, 임용 5년내 이직율 20%, 집단우울증 40%, 2008년부터 5년간 순직자 29명, 장갑·산소마스크·방화복 등 소방 기본장비 부족으로 자체구입….'

우리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를 그대로 보여주는 최근 몇 년간의 지표들로, 이 교수가 흥분한 이유들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소방관들의 근무실태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달 29일 안전행정부가 현재 자신의 외청인 소방방재청을 해체해 신설되는 국가안전처 산하 소방본부로 축소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격분한 소방관들은 오랜 숙원사업인 '소방관 국가직화'를 전면에 내걸고 '소방복 차림 1인 시위' 등의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 소방관 처우 개선 ▲ 재정자립도에 따른 지방자치단체별 안전서비스 격차 해소 ▲ 지자체 경계를 초월하는 대형복합재난 대응 강화 ▲ 인사권은 지자체-업무지휘는 소방라인이라는 기형적 이중구조 해소 등을 위해 소방관의 국가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 공학 박사 출신인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근무하다 1997년에 경민대로 옮겨 우리의 소방 현장을 지켜봐온 소방분야 전문가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문답이다.

"소방병원 없어 경찰병원 같이 써...화상·트라우마 치료 전문 병원 있어야"

- 소방관들 처우 문제부터 살펴보자. 소방장갑을 사적으로 구입하는 일도 있다는데,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 건가.
"장갑 개인 구입은 굉장히 일반화 돼 있는 사례다. 사용연한 넘은 소방차도 수두룩하다. 전북무주 119센터에는 20년된 소방차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지금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고, 3년 전부터 계속 같은 얘기를 해오다 보니 제가 좀 흥분했다.  소방분야가 돈 버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 건가…. 이번에는 정말 대통령과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방관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눠져 있지만, 75%정도는 국가(중앙정부)와 지방 공동업무이고, 25%정도가 순수 지방 업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전체 소방예산이 3조원 안팎이었는데 국비지원은 2% 수준이고,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을 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67%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지자체들 재정자립도가 낮은 수준이고, 결국 돈이 없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소방 업무 중 다쳤을 때 치료는 제대로 받고 있나.
"도별로 국립대 부속병원과 양해각서가 체결돼 있고 해서, 소방관 개인이 치료비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소방병원이 없고, 경찰병원을 같이 쓴다. 소방쪽은 깨지고 부러지는 경찰쪽과 달리 화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많기 때문에 전문 소방병원이 따로 필요하다. 소방관들은 최소 20kg의 완전군장에 도끼와 랜턴을 들고 현장에 투입되고,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 경찰병원은 화상치료 전문도 아니고, 트라우마 치료도 약할 수밖에 없다."

-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소방관 국가직 전환' 청원에 "서울에서 119 신고하면 3명의 구급대원(응급구조사2, 운전1)이 출동합니다. 지방에서 신고하면 보통 2명(응급구조사1, 운전1), 심지어는 혼자서 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혼자서 응급처치 및 운전)"라는 댓글이 달렸던데.
"현실이 그렇다. 결국 예산 때문이다. 주민이 늘어나면 소방관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소방관 1인당 담당하는 주민이 1250명인데, 미국은 1075명, 일본은 820명이다.  지자체 재정 상황에 따라 지역격차가 크다. 서울 강남과 강북 격차가 크고, 지방으로 가면 더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인접한 강원도 철원까지 담당했는데 그나마 철원에 소방서가 생겼다. 사실 우리 국민들에게 소방의 중요성이 인식된 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때였다.

예산이 부족하니 몸으로 때우고, 쉬는 날 장비 수리하고 잡무 처리하느라 3교대제는 말로만 된다. 그래서 소방관들 사이에 러시안룰렛(회전식 연발 권총에 총알 한 발을 넣고 탄창을 돌린 뒤에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미국은 소방관이 선망하는 직업이라는데 우리는 자식들에게 소방관 하라고 하겠나."

- 정부는 재난 컨트롤타워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현재 안전행정부의 외청인 소방방재청을 해체해 국가안전처 산하 소방본부로 만들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무엇이 문제인가.
"결론적으로 기구가 축소되면 예산과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나마 청이니까 직접 국회 가서 예산달라고나 할 수 있지, 안전처의 한 부서가 되면 직접 국회에 가기도 어렵고, 부처 예산 조정 과정에서 흥정물이 되기도 쉽다.

우리 국민들은 급할 때 119부터 찾는다. 다소 잘못 인식돼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소방관은 문 따주고 멧돼지도 잡아주는 맥가이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 예산도 늘고 조직도 커져야 하는데 오히려 조직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방방재청은 대구 지하철 참사 뒤 2004년에 112만명 국민 서명으로 만든 조직이다. 우리 정부조직 중에 국민 서명으로 만든 조직이 또 있나. 그럼 없앨 때도 국민 의견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응 일원화 중요하지만 누가 지휘봉 잡느냐가 더 중요"

 이동명 경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1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예산이 부족하니 몸으로 때우고, 쉬는 날 장비 수리하고 잡무 처리하느라 3교대제는 말로만 된다"며 "그래서 소방관들 사이에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동명 경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1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예산이 부족하니 몸으로 때우고, 쉬는 날 장비 수리하고 잡무 처리하느라 3교대제는 말로만 된다"며 "그래서 소방관들 사이에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 소방관 처우문제와 별개로 안전처를 통해 재난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나.
"대응체계 일원화라는 점에서는 찬성한다. 그런데 지휘봉을 어떤 사람이 잡느냐가 중요하다. 재난 재해는 예방뿐 아니라 대응이 더 중요하다. 행정하는 사람이 컨트롤타워 맡으면 조직을 아무리 잘 만들어놔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안전처를 만든다면 소방전문가가 처장 아니면 최소한 차장이라도 맡아야 한다. 경험을 해 보고 안 해고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몇 십센치미터 콘크리트보다도 더 두꺼운 차이다."

- 왜 소방직이 국가직이 돼야 하는가
"최종적으로는 국민에 대한 양질의 안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잘 사는 동네든, 못 사는 동네든 안전해야 하는데, 지금은 안전에도 빈부격차 발생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만들 때부터 소방관 처우가 부실했고, 지방직으로 된 것도 예산문제 때문이었다.

지금 정부에서 중앙 119강화하겠다고 한다. 국가직은 322으로 전체 소방관의 0.81%이고 이중 중앙119구조본부가 151명이다. 실제 모든 현장을 맡는 지방직은 제외하고 또 국가직만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가직화 요구에 대한 '눈가리고 아웅'식 대응에 불과하다."

- 장갑 같은 화재 진압 장비를  자비로 구입하는 것도 지방직이기 때문인 건가.
"직접적으로는 지자체별 재정자립도의 차이에 따른 문제라고 봐야 한다."

- 현재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경우 인사권을 지자체장(실제는 부단체장)이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장 구조 등 업무 지휘는 소방라인(소방서장-소방본부장 등)에서 받는 기형적 구조다.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 소방방재청이 국안전처 산하 소방본부로 가되, 신분은 국가직화하는 방안은 어떤가.
"그건 찬성하지만 그 지휘권을 누가 갖느냐가 문제다.  현실적으로 방재분야도 소방관들이 다 한다. 우리 나라는 소방관만큼 재난재해에 경험 많은 사람들이 없다."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바꿔도 소요 비용 많지 않아"

-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예산이 어느 정도나 더 소요되는 것인가.
"소방방재청은 4186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는 교부세 일부와 지역자원시설세를 국세로 전환해 소방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자체가 부담하는 소방 예산을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대신 중앙정부가 지자체 부족 예산을 지원해주는 교부세를 줄이는 방법을 적용해도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안전행정부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하는데, 왜 그렇다고 보나.
"지자체는 장비를 확충되고, 자체 예산도 안 들어가니까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조금이라도 예산이 더 들어가니까 그러는 것 같은데, 더 크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안전행정부는 재난 현장의 소방서장에게 경찰과 군의 지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하겠다고 큰 소리쳤다가 번복했는데.
"재난에 대해서는 소방관이 현장 경험이 가장 많고, 그 지역 특성을 제일 잘 아는 것도 소방관이다. 안행부가 계속 비판을 받다보니까 면피성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은데,  그렇게 쉽게쉽게 가면 국민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소방관#국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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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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