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세'에서 '자가' 전환비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만큼 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줄고 전세로 계속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내수 경기가 좋지 못해 소위 중산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이런 현상을 이끌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부동산 경매투자를 하는 저로서는 절대로 반가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체적인 경기지수는 부동산경기지수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실물경기의 장기침체가 지속되면 부동산 매수세력의 약화를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경매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키게 되니까요.
한편, 여기서 반추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런 세입자를 위한 정부정책이 더욱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정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들고 나와도 모든 세입자를 완벽하게 다 보호해 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부동산 경매투자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련의 경매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소유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전 재산인 임차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쫓겨나야 하는 세입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임대차계약 시에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보증금을 모두 날리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소위 '깡통 전세'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화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중요한 사항 몇 가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모두 다 알아서 해 주겠지. 그래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있는 것 아니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합니다. 뭐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저 역시 과거에는 그랬으니까요.
물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임대차계약 시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은 미리 걸러주고 통보를 해 줍니다. 하지만 계약자 자신이 내용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중개업소 사장님이 이야기해 주는 것만 믿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전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시기에는 부동산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모르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제가 잘 아는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하소연을 했습니다. 전세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려는데 마땅한 집이 나타나질 않아 속이 탄다는 거였습니다. 참고로 그 지인이 사는 동네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입니다. 그곳은 아파트 단지 없이 빌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건대 상권이 있고 주변 교통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 주거환경대비 전세가격이 꽤 높습니다.
아이들 교육과 가정형편상 그쪽 동네를 고집해야 했던 지인은 어떻게든 그쪽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전세 만료 기간은 다가오는데 집 구하기가 쉽지 않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지인으로부터 다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현재 거주하는 전셋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전세가 하나 나왔는데 너무 깨끗하고 좋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세 구하기 이 어려운 시기에 그런 전셋집을 구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지인 왈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이야기하길 등기부등본상에 은행 근저당이 4천만 원 정도 있는 것 외에는 깨끗하니 문제 없을 것"이라 하면서 "단, 그 집에서 거주하는 세대가 2가구 더 있으나 집주인의 자녀 가족들로 임대차계약을 별도로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언뜻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빌라, 즉 다세대 주택은 말 그대로 세대가 구분되어 있어 한 집에 여러 세대가 같이 거주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때문에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지인께 계약을 일단 보류하고 저녁때 저와 같이 그 부동산 중개업소와 전셋집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회사 일을 마치고 그 지인과 함께 부동산 중개업소와그 전셋집을 찾아갔는데...
제가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그 집은 '다세대주택'이 아니고 '다가구주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집주인의 자녀 가족들이 같은 집에 세대를 달리해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부동산 중개업소는 집주인에게 그 자녀 가족들이 임대차계약을 했는지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그 집에 먼저 들어와 있던 자녀 가족들이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하고 사는 것인지, 그리고 계약을 했으면 얼마에 계약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집주인에게 그 집의 전입세대열람확인서를 요구했고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다면 무상임대확인서를 구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현재 그 집에 전입되어 있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그리고 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고 산다면 무상임대확인서를 못 써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예상대로 그 집주인은 저의 요구를 거부했고 오히려 그렇게 깐깐하게 굴려면 다른 집을 알아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사실 전세 구하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구미에 딱 들어맞는 집이 나온다는 자체가 신기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흠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만약 이 집을 그냥 전세계약하고 들어갔다가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면, 그리고 같이 살던 자녀 가족이 먼저 들어와 임대차계약을 했고 그 계약금 역시 만만치 않았다면 아마도 제일 나중에 계약한 제 지인은 보증금의 상당액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부동산 중개업소가 꼼꼼히 알아봐 주면 좋겠지만 경험상 보면 모든 중개업소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을 하는 당사자는 무조건 부동산 중개업소만 믿고 계약을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정도는 미리 파악하여 계약에 임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