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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정당을 창당하거나 유지하기에는 법제도적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면이 있다. 신생 정당이 전국 정당으로 성장하는데 경우에도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더욱이 탈물질주의 논쟁이 일찍이 정치적 의제로 성장한 바 있는 유럽과는 달리 녹색당조차 한국에서는 유의미한 정당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해적당으로 불리는 자유주의 지향성을 가진 정당도 출현하고 있다. 해적당은 온라인네트워크 사회운동에 조직적 기반을 두고 정보사회 논쟁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는 이슈정당이라고도 지칭한다.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이 참여했다. 하지만 광역과 기초단체장에서는 한 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광역의원 총 705명의 지역구 정수에서 노동당 후보자만 한 명 당선되었다. 이는 양당이 양분한 가운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20명과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이다.

또한 구·시·군의회의원선거인 기초의회선거에서는 총 2519명 중 통합진보당은 31명, 정의당은 10명, 노동당이 6명 당선되었다. 무소속 후보자는 277명이 당선되었다. 광역의원비례대표선거에선 총정수 84명 중 통합진보당만 3명 당선을 뿐이다.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에선 총정수 379명 중 통합진보당 3명, 정의당은 1명만 당선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반한 보수적 양당체제가 고착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양당체제에서 각 정당은 그 당명이 수시로 변하거나 합당이나 분당이 빈번히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양당은 당의 강령이나 정책을 보면 그들 정당의 정체성을 구분하기조차도 어렵다. 그런데도 이처럼 한국사회가 양당체제로 고착화되는 원인을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과 같은 정치관련법률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

녹색당 로고 정당
녹색당 로고정당 ⓒ 녹색당

정의당 로고 정의당 로고
정의당 로고정의당 로고 ⓒ 정의당

노동당 로고 노동당 로고
노동당 로고노동당 로고 ⓒ 노동당

통합진보당 로고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 로고통합진보당 ⓒ 통합진보당

우리나라에서는 법제도상 소수의견의 정치적 결집을 봉쇄하고 정치적 획일성과 정치과정의 폐쇄성을 지닌 제도가 다수 존재한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정당법상 정당의 설립 요건의 엄격성

정당법에서는 정당의 등록요건으로 정당은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시·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등록을 취소한다. 이는 정당의 비대화를 가져온다. 정보화 사회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인터넷 공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정당의 설립요건을 이처럼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에 의문이 든다.

2. 정치자금배분의 문제점

정치자금법에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로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들에 보조금의 50/100을 우선 배분하여 줌으로써 다수 의석을 가진 원내정당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법상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20명의 소속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교섭단체 정당과 비교섭단체 정당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교섭 단체에게 국고보조금을 우선 배분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

3. 선거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측면

공직선거법상으로도 소수정당에 불합리한 면이 제기된다.

첫째, 헌법상 선거공영제임에도 선거운동자금과 관련해서 소수정당이 불리한 측면이 있다. 우선 선거 입후보시 기탁금이 지나치게 높다. 또한 선거 이후 선거비 보전에 관한 요건인 15% 득표율은 지나치게 높다. 거대 정당의 경우에는 출마후보자에게 기탁금을 정당에서 지원하는 사례가 많고, 거대 정당추천 후보자는 일정한 득표를 얻는 현실에서 득표율에 따른 선거비보전제도는 군소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에게 불리한 점이 존재한다.

둘째, 선거 과정에서 기호순번제도 문제가 있다. 투표용지 게재순위(기호)의 결정방법은 후보자등록마감일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국회에 의석이 없는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무소속후보자 순으로 정하고 있다. 기호 순번이 앞순위에 있을 때 얻는 효과를 생각하면 이 또한 소수정당에게 불리하다.

셋째,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는 방송토론이 가능하지만 소수정당이 추천한 후보자의 경우에는 방송토론회 참여에 제한이 따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1년 국회의원 선거시 1인 1투표제에 관해서 직접투표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위헌결정(2000헌마91)을 내렸다. 이에 따라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시 기존에는 단순 지역구 의석수를 기준으로 각 당에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여 왔으나, 2004년 제17대 총선부터는 지역구 의원에 대한 표와 별도로 지지정당을 선택하는 두 번째 표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게 되었다.

당시 개정된 투표방식으로 인해서 2000년 국회의원선거시 1.2%득표율이 그친 민주노동당이 2004년 국회의원에서는 정당 지지율을 13%확보하면서 비례의원 8석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4년동안 당의 발전에 노력한 성과이기도 하지만 선거제도의 변화에 기인한 영향도 크다.

2014년 1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선거시 득표율이 2%에 미달하면 정당등록을 취소하고, 그 정당의 명칭을 4년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법률조항에 대해서 위헌 결정(2012헌가19)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규정된 정당설립 자유를 고려했을 때 단지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헌법상 보장된 복수정당제의 의미를 살린 취지이며,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향후 헌법재판소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결정문으로 읽힌다.

우리나라의 정당제는 불안정하고 정당과 국민 간의 동일성이 희박한 정당정치풍토이다. 대의민주적 기본질서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회 내에 안정된 다수세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제도에서는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원내정당만을 우대하는 경향이 너무나 강하다. 국민발안제처럼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입법 권한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위헌법률심판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어버린 정치관련법률 개선에 헌법재판소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국회가 법률로써 선거나 정당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는 합리적이고 합헌적 방법에 따라 그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여야 한다. 일반 서민층이나 젊은 세대들의 의회진출의 길을 막거나 군소정당의 정치적인 기회를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것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소수후보자로서 나름대로 민주주의에 기여한 후보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모두 난립후보라 하여 선거나 정당운영에 불합리한 차별이나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민주주의는 소수보호를 전제로 한다. 소수의 의사가 존중될 때 다수의 의사도 존중받고 사회의 통합이 가능한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의 정당정치는 조직이나 자금 중심에서 기술이나 관계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다. 우리 정당이 지금처럼 크고 무겁고 뻣뻣한 형태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작고 가볍고 무른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가? 그 결정을 국회나 헌법재판소에만 물을 수만은 없다.

헌법제정권력자인 국민들은 헌법상 복수정당제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그리고 선거공영제를 명령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군소정당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법 제도를 방치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하는가?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2)이 있습니다.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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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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