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나는 바닷냄새가 물씬 풍기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그곳에 가면 만나게 되는 한 사람이 있다. 나이의 때보다 일상에서의 하루하루가 그의 지친 어깨를 두드린다.
올해로 10년차 어깨너머로 배운 중매 일도 이제는 어엿한 직업으로 성장하게돼 올해 초 신진도수협 중매인 67번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박세진(31ㆍ태안읍 원이로ㆍ사진)씨가 그 주인공.
이제는 세 딸들의 아빠이자 일상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달콤한 30대의 세진씨는 고된 노역도 집안의 행복과는 바꿀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며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세진씨의 수협 중매인 생활은 사뭇 짧지만은 않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뭐든 돈이되는 일이라면 다 할 것 같았던 20때 세진씨에게 세상은 그저 똑딱이며 반복되는 시계바늘과 같이 재미없는 일상이었다고.
전기과를 나와 수원의 한 공장에 취직한 세진씨가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계기는 요리를 배우면서 부터다. 해서 공장에서의 지친 피로를 물리치고 찾아간 곳은 요리학원. 그곳에서 20대 초반 세진씨는 한식과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자신의 인생을 새로 쓸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했다.
태안에서 상근예비역을 마치고 뛰어든 건 다름아닌 할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일이었다. 삼촌인 황영덕(40ㆍ신진도리 덕용수산ㆍ신진도수협 88번 중매인)씨 밑에서 잔일을 돕기 시작하던 게 어느덧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나 흘렀다.
그간 달라진 게 있다면, 아내 김정현(29)씨 사이에 세명(딸)의 가족이 더 생겨난 것이고, 지난해 6월부터 처형인 김지현(30)ㆍ동서 김학훈(29)씨가 태안에 내려와 세진씨 일을 함께 돕고 있다는 것.
말 그대로 가업이 된 중매인 생활과 수산물판매 일.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30대 젊은이는 수산물 판매 일이 곧 천직이고, 가족이 곧 생활이라는 생각에 잠시도 편한 쉼을 택하는 일이 없다.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한달이면 채 이틀을 쉬는 게 고작. 사계절 수산물들의 집하장인 '신진도'를 판매하는 일에 늘 열성인 이 시대의 진정한 가장이기 때문이다.
"피로요? 집에가서 애들얼굴 볼때면 밖에서 쌓인 피로는 눈녹듯 사라지죠 뭐. 하하하."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한번씩 눈에 새기며 자택인 부경아파트(태안읍 삭선리 소재)에서 근흥면 신진도까지 달리는 트럭 안에선 아이들과 더 많은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마음에 눈물로 뺨을 적신다.
"올해는 중매인 자격도 얻었고, 삼촌과 함께 즐겁고 희망찬 내일만 생각할 작정입니다."내년에 넷째 아이를 출산할 계획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세진씨는 "대를 잇는 신진도 최고의 중매인으로, 행복한 다둥이 아빠로 그렇게 고향 태안의 갯내를 맡으며 살고프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