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틀째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당초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지난 16일이나 17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 후보자의 식민사관 발언 논란이 확산되고, 여당에서도 사퇴여론이 높아지면서 박 대통령의 귀국 후로 잠정 연기된 상태였다.
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문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자 사태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여당의 반발도 강한 상태에서 청문회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청문회를 치른다 해도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박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진사퇴? 지명철회? 어쨌든 박 대통령 타격결국 문 후보자가 어떻게 물러날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다. 청와대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문 후보 낙마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 방법은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 하거나, 박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하는 것, 또는 문 후보자가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좁혀져 있다.
그러나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과, 여태까지 지명 철회로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어떤 방법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선택은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끝까지 거부하고 박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하는 것. 이는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꼴로 정권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의 반발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이유로 청와대는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임명동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 역시 그 사이 문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라는 요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 서청원, 김무성 의원까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제는 문 후보자가 자신의 명예회복을 강조하며 자진사퇴를 일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18일 "안중근 의사와 도산 안창호 선생을 가장 존경한다"라며 친일 논란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또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검증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양국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들은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으로 지명철회를 선택하기 어렵고, 문 후보자가 자신의 명예회복을 강조하며 버틸 경우 현재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정국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미니 총선이라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진사퇴가 됐든, 지명철회가 됐든 박 대통령에게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한 것에 연이은 인사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문 후보자는 이틀째 칩거 중이다. 그는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집무실에서 퇴근하면서 "내일은 토요일이다. 저는 내일 집에서 하루 종일 쉬겠다. 절대 나오지 않는다"며 "일요일(22일) 날도 저는 나오지 않겠다. 집에 있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