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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힘들어요 콩콩이가 언니 신발을 들고 기어서 나른다. 생후 14개월이 지났다. 아직 서지를 못하지만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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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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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어떻게?""물과 이유식을 한 스푼씩 들고 물을 주는 척하면서 이유식을 먹이는 게 어때요"콩콩이 생후 413일째다. 지난해 가을에 감기로 고생을 한 뒤로 아픈 적이 없었던 아이가 체온이 39.6℃나 된다. 디지털 체온계를 사용하면 간단하게 열을 잴 수 있다. 겨드랑이나 혀 밑에서 온도를 재는 수은체온계에 비해 귀에 넣어 간단히 재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면 체온을 재고 물을 먹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답답하게 지켜볼 뿐이다.
콩콩이의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5일이 지나서였다. 38.6℃, 37.7℃에서 37℃까지 내려갔다. 그동안 모든 것이 귀찮은 듯 힘이 없더니 히죽히죽 웃는다. 콩콩이는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이유식을 먹고 과일을 먹는다. 그런데 콩콩이가 좋아하던 이유식을 먹지 않겠다고 고개를 흔든다.
콩이가 아이디어를 냈다. 스푼에 물과 이유식을 들고 물을 주는 척하면서 이유식을 먹이자는 것이다. 콩이 역시 잘 먹지 않아 '안 먹겠다는 것이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할 테다. 대견한 생각이 들 수밖에…. 아이를 속이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이유식을 먹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픈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나니 안심이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머니의 마음을….
콩콩이의 감기가 채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해운대 좀 다녀오겠다는 딸, "같이 가자"는 말은 조금 인사치레처럼 들린다. 그간 딸 내외가 자주는 아니어도 여행을 갈 때마다 조금은 서운하기는 했다. '친구들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했다. 해외에 다녀오라는 걸 다음으로 미룬 것은 나 자신이면서도 말이다.
아이들이 없는 방... 가슴이 텅 비었다
콩이와 콩콩이, 딸 내외가 지난 21일 모처럼 가족여행을 떠났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아이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줄을 실감하지 못 했다. 방안이 텅 빈 것 같다. 흩어진 장난감이며 옷가지들, 아이들의 흔적만 남아있다. 귀찮아 했던 것들도 행복한 투정이었다. 단순히 손녀 양육은 힘들고 대부분 부모들이 하기 싫어한다고만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의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들 생각에 영상통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비가 조금 와요. 그런데, 그런데 모래사장에 가니까 전화 끊어요."이렇게 말하고는 끊어버린다. 장마전선이 북상해 제주도와 남부지역에 비를 뿌린다는 예보다. 하필 비 오는 날 해수욕장에 가서 고생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돌을 갓 지난 콩콩이의 첫 번째 여행. 고생할 것 같아 두고 갔으면 했는데 자녀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도저히 떼어 놓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삶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우리가 그랬듯이….
텅 빈 방안에 아이들 향기만 가득하다. 콩이가 슈퍼마켓에 가자고 졸라대는 모습도 즐거운 일상 중의 하나다. 방 이곳저곳을 기어 다니며 말썽을 부리는 콩콩이도 눈에 선하다.
그래 아이들이 희망이다. 마음껏 뛰놀며 건강하게만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