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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서울디지텍고는 25일 한국전쟁 체험행사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찐 감자 1개와 식혜 한 컵을 점심 급식으로 제공했다.
서울디지텍고는 25일 한국전쟁 체험행사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찐 감자 1개와 식혜 한 컵을 점심 급식으로 제공했다. ⓒ 서울디지텍고 홈페이지화면 갈무리

'감자 하나와 식혜 한 컵'. 정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기상천외한 식판을 보고 도대체 무슨 말이 나온단 말인가? 저것도 다 돈 받는 식판이거늘. (관련기사 : 한국전쟁 체험하라고... '찐 감자' 급식 논란)

한 눈에 보기에도 부실하고 기상천외한 음식이 학교 점심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한국전쟁을 기념해 전쟁이 나면 이렇게 고생할 수 있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한국전쟁 기아체험 급식'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가막힌다. 해당 학교 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초 완전 금식을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힘들 것 같아 지난해에는 주먹밥을 줬고 오늘은 감자 1개를 줬다. 한 끼를 굶었다고 아이들의 성장과 영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를 '비꼬아서'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원래는 밥 안 주려고 했는데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감자 한개 줬다'가 되겠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학교 점심'이란 정말 하루의 '낙'과 같다. 밥 먹는 낙으로 산다고 할까. 솔직히 말해서 저거 보고 의문이 들었다. '저 학교 애들은 시위 안 하나'. 당장 우리 학교만 해도, 단 한 끼라 할 지라도 저런 점심이 나온다면 학생들이 들고 일어날 거라 생각한다. 거기에 내가 "교장실로 가서 따지자"고 하며 앞장서면 왠지 폭동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나부터 교장실 앞에서 1인 시위 하지 않을까. 물론 디지텍고는 우리 학교가 아니니 그 학생들의 심리를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나저나 저렇게 역사 의식이 투철한 교장이라니. 참 어찌 보면 대단하다. 한국 전쟁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당시 음식까지 체험시키다니 말이다. 그러한 교장이니 당연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일에 위의 경우와 같이 5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당일 급식에서도 '오월애 주먹밥 나누기'를 할 줄로 믿는다. 설마 한국전쟁만 기리고 민주화를 위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광주민중항쟁을 무시할 리가 없지 않겠나.


#디지텍고#급식#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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