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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독일로 출장을 갔다. 대학생들의 기숙사를 주정부, 우리나라의 경우 광역시ㆍ도가 지어주는데, 월 사용료가 19만원이다. 독일은 25세까지 '아동수당'으로 매달 25만원을 주고,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은 한 달에 100만원 빌릴 수 있는데 절반만 갚아도 된다. 국민소득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독일은 국민소득 3000달러였던 1970년대에 이를 시행했다. 2만 달러인 우리는 왜 시작하지 못하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인 미래세대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얘기해보자."

인천 부평에 위치한 노동자교육기관이 지난 18일 오후 7시,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연 강연회에 초청된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21세기 북스, 2013)'의 저자 박종훈 KBS 경제전문기자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겪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세대전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양상을 설명하며 고민과 해법을 제시했다.

고령화 비율이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이 비율이 7%이면 고령화 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이면 초고령 사회를 말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약 12%다.

젊은이들의 반란이 시작되다

 노동자교육기관이 지난 18일 개최한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지상 최대의 경제사기극 세대전쟁’의 저자 박종훈 KBS 경제전문기자
노동자교육기관이 지난 18일 개최한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지상 최대의 경제사기극 세대전쟁’의 저자 박종훈 KBS 경제전문기자 ⓒ 김영숙

'2030년 그들의 전쟁(앨버트 브룩스. 북캐슬. 2012)'이란 책이 있다. 2030년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 150세까지 살 수 있는 희망을 갖는다. 고령인구를 위한 국가의 복지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 젊은 세대들의 세금 부담은 가중되고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젊은이들은 정부에 항의하고자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노인 테러와 납치ㆍ살해 등의 전쟁을 시작한다.

'사토리'라는 용어가 있다. 득도(得道)라는 뜻으로 '사토리 세대'는 소비는 물론 연애와 본능적 욕망까지 모두 내려놓은 청년층을 말한다. 이 세대는 사회적으로 출세하거나 성공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자동차나 음주, 여행에도 소극적이다. 심지어 연애에도 무관심해서 대부분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하다. 이는 일본의 내수시장은 물론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이와 비슷한 풍조는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의 등장이다

'아마도르(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 스페인. 2010)'라는 영화가 있다. 아마도르라는 노인을 간병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은 노인이 죽자 숨진 걸 이웃에 숨기기 위해 향수를 뿌리고 꽃을 시체 주변에 뿌린다. 예고 없이 찾아온 노인의 딸도 아버지의 연금을 받기 위해 시신을 숨긴다는 충격적 영화다.

복지의 불균형, 노인들을 위한 천국

일본은 1990년 건설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예산의 불균형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 복지 지출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고령층을 위한 지출은 크게 늘었다. 2007년엔 전체의 70%가 노인층을 위한 지출이었고, 유아 복지는 그것의 10%도 안 됐다. 청년 복지에 대한 지출은 전혀 없다.

이탈리아는 노인복지제도가 많아 은퇴자의 천국이라 한다. 청년들의 실업부조제도는 전혀 없다. 게다가 직업이 세습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전체 세대는 괴멸할 정도로 복지제도가 엉망이지만, 소수 노인의 '내 자식만 멀쩡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양극화가 심하다.

부패의 아이콘인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처음 총리가 된 1994년부터 온갖 스캔들과 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아 지금까지 100번 넘게 기소됐고, 법정에 2000번 출두했음에도 최장수 총리가 됐다. 급속한 고령화가 불러온 이탈리아의 심각한 세대 갈등을 적절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세나 재산세 철폐와 노후연금 수령액 인상 공약으로 기성세대의 복지를 늘려 노인복지 지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세대전쟁' 양상은 다르다. 다른 나라는 노년층이 부유해서 그들이 양보하면 해결이 가능한데, 우리나라 은퇴세대 빈곤율은 49%다. 40% 이상이 먹고 살기 힘든 노인들이다. 노인 내의 소득불평등이 세계 최고지만 극빈층을 위한 복지정책은 없다. 또한 실업부조제도가 없어 가난한 노인들이 성인이 된 30대 자식까지 부양해야하는 상황이다. 가난한 노인세대와 가난한 청년세대가 부딪혔다.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는 투자다

박종훈 기자는 세대전쟁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책 제목처럼 이 세대전쟁이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기성세대의 복지에만 신경 쓰고 청년들을 방치하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기성세대를 공격해 공멸한다고 했다. 이어 세대전쟁이 당장은 기성세대에 유리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분명한 사기극이라며 그것의 논리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미래세대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진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자산 수익률이나 주가가 오를까? 기성세대를 자극한 복지정책으로 인한 세대전쟁 여파는 기성세대 삶조차 파괴한다. 모두의 삶이 망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있는가?

그는 "청년의 가치를 먼저 깨닫는 나라만이 살아남는다. 최근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현재 미래세대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이민정책은 불법체류자를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년 인재와 세금 확보를 위해 불법체류를 묵인하고, 그것이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가 크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10만명을 해외에 취업시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좋은 인재를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이 자원인지를, 투자대상인지를 모른다"고 안타까워하며 "복지의 개념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90년 독립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는 소수의 백인들에게 경제권이 집중돼있어 인종 간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회불안이 심각한 신생독립국가다. 2008년 '오미타라'라는 마을에서 획기적인 실험이 시작됐다. 세계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아 주민 1000여 명에게 조건없이 기본소득(한화 1만 5000원)을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실업률 저하, 주민 소득과 교육기회 향상 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결국 근로세대를 위한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놀라운 기적의 씨앗이 됐던 것이다.

박종훈 기자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도토리가 자라면 상수리나무가 된다. 우리 기성세대는 척박한 땅에 떨어진 도토리였고 힘겹게 상수리나무가 됐다. 공경해야하지만 그분들이 너무 거목이 돼 빛을 다 가린다"며 "어린 도토리들인 미래세대는 비옥한 땅에서 자랐지만 빛에 가려 다 죽게 생겼다. 청년들은 자신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전체적인 숲을 보고 힘을 모아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교훈삼아 세대전쟁을 끝내고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함께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박종훈#세대전쟁#노동자교육기관#노동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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