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기사 수정 : 29일 오전 9시 30분]"저희 담임선생님이 전교조인데..."음. 지난 2012년 2월 28일. 국정원 안보강연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대여섯 사람이 모여 식사를 했는데,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한 누나가 저렇게 운을 떼며 전교조가 편향적이라며 비난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일베하던데.) 듣는 좌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전교조에 그렇게 나쁜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다 보니 충돌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국정원 직원의 중재로 그대로 대화를 끝낸 적이 있었다.
이후로도 인터넷을 보면 이유 없는 전교조 비난이 가득했다. 정치 편향 수업을 한다느니, 아이들에게 이념을 주입시킨다느니, 그야말로 그들이 보기에 전교조는 아이들을 세뇌시키는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통칭 '썰'들을 들어보아도 기가 막힐 정도로. 그게 영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진보 성향의 학교 친구도 자기가 초등학생때 담임선생님이 전교조였는데 먹을 것 사준다고 해놓고 촛불집회에 데려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전교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정치적인 성향이 성향인지라 전교조에 대한 우호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믿어서는 안 될 것이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고 남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래서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도중 위에 언급된 한 보수 성향의 사이트에서 '전교조 교사 목록' 운운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계속 알아보니 2010년도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원단체 명단을 모조리 공개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구글링을 통해 자료를 그 명단을 찾아보았으나 이미 모두 지워진 듯,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한 오래된 블로그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서울지역 교원단체 명단을 발견했다. 거기서 내가 다니는 학교를 검색해본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교조 소속으로 알려진 선생님들이 죄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고 꽤나 '존중받는' 선생님들이었으니까. 차후에 알게 된 일인데, 2010년 명단 공개 당시에도 나와 같이 조회 결과 통칭 '좋은 선생님'이 전교조 출신으로 확인되어 오히려 역효과 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분들께는 죄송하지만(지금 생각해보아도 무례였습니다. 다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직접 찾아가 여쭤보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알았냐며 다들 놀라셨다. 위의 명단에서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니, '이런' 하며 그 일을 말씀하신다. 그분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전교조에 들어간 이유, 나간 이유(상당한 분들이 이미 탈퇴하셨다), 진정한 참교육이란 무엇인가. 들은 답은 하나같이 달랐다. 각양각색.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서는 이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하나의 공통점은 위에서 언급하던 나름의 '좋은 선생님'이었다는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할 것이냐가 쟁점이다. 전교조는 국제기준에 따라 이들을 '조합원'으로 두었고 노동부는 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를 근거삼아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5번이나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는 상황. 전교조는 전면 투쟁에 나섰다. 이에 대해 진보세력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겨레신문>은 2014년 6월 25일자 사설, '전교조 변해야 한다'를 통해 이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관련 법규를 교묘히 피할 수 없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위의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선생님도 예전이라면 모르나 지금의 전교조는 당국과 싸워서 이겨낼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전교조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선택이 현명한 선택이었나. 작은 것을 지키자고 큰 것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지나치게 투쟁의 순수성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보수 세력의 계략임을 알고 있음에도 거기에 말려들어야 하는가. 이 지적은 옳다. 공감이 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당장 이로 인해 기껏 승리를 거둔 진보 교육감들의 처지가 난처해졌으니까.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교육 쟁점들도 묻히게 생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었다. 본디 문제는 전교조가 아닌 한국의 법에 있었다. 이에 불복한 전교조의 투쟁은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부당하지는 않다. 이미 결정이 된 만큼 그들의 투쟁에 정당성이 있는 이상 지지해줘야 마땅하지 않을까.
27일 당일 학교를 마치고 보신각의 전교조 지키기 교사시민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시간이 촉박해 교복을 입은 체로 집회에 가서 학생인 것이 티가 났다. 앞의 선생님들이 '어? 학생도 왔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었는데. 집회가 끝나고 집에 와서도 거기서 들었던 곡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난생 처음 들었던 그 곡. '참교육의 함성으로'.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굴종의 삶을 떨쳐 기만의 산을 옮기고 너와 나의 눈물 뜻 모아 진실을 외친다.보이는가 강물 참교육 피땀 흐르는들리는가 함성 벅찬 가슴 솟구치는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 노조 세워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굴종의 삶을 떨쳐 반역의 어둠 사르고 이제 교육동지 굳세게 단결 전진한다.함께가세 이길 아이들의 넋이 춤추는 함께가세 이길 사람 사는 통일세상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 노조 세워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 노조 세워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25년 전교조. 그들이 항상 줄기차게 외치던 것이 있다. '참교육'. 사실 단어 자체도 그렇고 상당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위에서 선생님들에게 '참교육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제각기 달랐으니. 그러한 단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제자들을 위해 더 나은 교육을, 더 나은 사회를'이었을 것이다. 그 옛날 남발하던 촌지를 단호히 거부하던, 강압된 사회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던 선생님들. 이번의 투쟁도 결국 '참교육 정신'이 담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싸움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7월 12일 전국교사결의대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