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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세월이 흐르면서 세월에 묻혀 또 한 번 침몰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일이지만, 벌써 각종 언론은 물론이고, 포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월드컵에 묻힌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국민 모두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 흔한(?) 해상사고 중 하나였다면 그렇지 않았으리라. 텔레비전을 통해 사고현장을 보면서 수장돼 가는 사람을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하는,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사고였다.

우리 국민은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을 쳤다. 생떼 같은 학생 200여 명이 우리 눈앞에서 수장되는데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봤다는 죄책감 때문이리라. 그 사고를 '참사'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안성 서명운동 안성에서도 매일 저녁 5시에서 7시 사이에 광신사거리에서 안성시민단체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의원에 당선된 김보라 당선자와 '소통과연대' 이주현 대표가 동참하고 있다.
안성 서명운동안성에서도 매일 저녁 5시에서 7시 사이에 광신사거리에서 안성시민단체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의원에 당선된 김보라 당선자와 '소통과연대' 이주현 대표가 동참하고 있다. ⓒ 송상호

사고가 터지고 약 한 달간은 주위 모두가 초상집 분위기였다. 방송 예능프로그램과 가요프로그램 등 상당수는 방영이 취소됐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그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점차 "아직은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라"라는 목소리와 "이만큼 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자"라는 목소리가 대립되기 시작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니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라"는 말로.

이때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두고 고민하던 사람들의 고민이 싹 달아난 듯했다. 대통령께서 말씀한 것이 큰 명분이 됐으려나. 각종 포털과 언론에서도 '세월호' 대신 '월드컵'으로 하나둘 내용이 채워져 갔다. 그렇게 '월드컵호'가 부상되면서 '세월호'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팀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축구로 봐선 애석한 일이지만, '세월호'로 봐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일이다. 사실상 월드컵 열기도 끝났으니 '세월호'를 살릴 적기가 아닐까.

이제야말로 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할 때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러면 당신은 언제까지나 '세월호'로 인해 우리나라가 초상집 분위기가 되기를 바라는가"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그건 아니다, 다만 이제부터 할 일이 있다"라고 대답하겠다.

우리는 기억한다. 세월호사고 직후 보수와 진보, 여야를 막론하고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고백한 것을. 그 말의 의미가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상에 따라 다르리라고 본다. 하지만, 적어도 '세월호사건'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적 결단임에는 틀림없다. 세월호 사고가 단순히 일반 해상사고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가지고 책임져야 할 그 무엇이 있음을 공감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다.

세월호 사고 직후 한동안 우리나라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였다면, 그건 우리 국민 모두가 감정적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공감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언제까지나 감정적으로만 기억할 수 없다. 대통령 말씀대로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 이제부터 우리 국민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세월호를 기억해야 할 때가 됐다.

솔직히 아직 세월호 실종자도 다 찾지 못했다. 세월호 재판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사고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유병언 회장도 잡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도 아직 밝히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 사후처리가 아직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이성을 발휘해 감시하고, 지원하고, 비판해야 할 때다.

세월호 빼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다양한 세월호 빼지가 보인다. 그 중 하나인 세월호 빼지다. 당신이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런 종류의 빼지를 달고 다닐 수 있다.
세월호 빼지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다양한 세월호 빼지가 보인다. 그 중 하나인 세월호 빼지다. 당신이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런 종류의 빼지를 달고 다닐 수 있다. ⓒ 송상호

당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 두 가지

일반 국민으로서 이성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건 두 가지다.

첫째, '세월호 진상규명 1000만 서명 운동'에 동참해 서명하는 일이다. 각 도시에서 시민단체 등이 주관하는 거리 서명에 동참하든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라인 서명을 할 수도 있다.

둘째,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부착하는 일이다. 각종 배지와 차량 부착용 스티커 등이 나와 있다. 당신이 조그만 신경 쓴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 서명하기와 배지 달기, 이 두 가지만 해도 우린 충분히 이성적으로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다. 나는 믿는다.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국민들의 양심과 책임의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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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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