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우리 사회 기성세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성세대는 거의 대부분 나부터 살고 보자고 아귀다툼을 벌이지 않았던가. 그 와중에서 집단적으로 짓밟힌 것은 꽃다운 나이의 젊은 세대였다."그 책임을 도발적으로 따져 묻는 책이 최근 나왔다. "지금 우리 사회 실권을 쥐고 있는 5060세대는 꼭 필요한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물러나라"라고 했다. 공무원 정년을 50세로 해야 하며, 40대 중반을 피크로 월급을 깎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거침이 없다.
박세길씨가 내놓은 <젊은 국가>(매일노동뉴스)의 '돌직구'들이다. 오랜 시간 노동자들과 함께, 또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 일한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주장이다. 저자는 5060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현직'을 넘기고, 새로운 경제 건설에 나서는 것만이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면전 세대교체를 단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왜?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자세... 5060세대는 '무능'
저자는 "한국이 현재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라고 단언한다. 우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늙은 국가로 전락하는 양상이 일본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꼽는다. "일본은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6년에서 총인구마저 감소하기 시작한 2008년까지 10년 넘게 걸렸지만", 한국은 2017년부터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2019년부터 총인구마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중의 인구 재앙"이 2년 만에 닥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미 우리나라 출산율은 일본의 경우(2010년 1.37명)보다 낮은 1.15명 수준이며, 취업 의욕을 잃은 인구 대비 니트족(취업의 의욕이 없이 주로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이들을 이르는 말) 비율도 한국이 더 높다는 점도 환기한다. 게다가 일본에 비해 축적한 부도 적다. 따라서 저자는 "만약 한국이 일본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면 국가 사회 시스템이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라고 우려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그럼에도 현재 한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5060세대가 새로운 국면을 여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깊어진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함에 따라 이들 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 반면, 더욱 더 많은 청년들이 밀리고 밀려 알바로 주변을 맴돌거나 실업자가 되어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조차 잃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창조 경제론' 또한 저자에게는 새로운 국면을 열지 못하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창조한다는 것은 "기왕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며 그래서 "본래적으로 모험일 수밖에 없음"에도 창조경제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5060세대"다. "모험을 기피하는 세대가 창조경제 지휘봉을 쥐고 있는 격", 한마디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무능하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5060세대의 '무책임'
"5060세대 대부분은 신자유주의에 편승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신자유주의에 홀려 완전 미쳐 돌아갔다. 너도나도 일확천금의 꿈에 사로잡혀 신자유주의의 열렬한 신도가 됐다. 지금의 5060세대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이 그 반대편에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휩쓸린 희생양들이 처참하게 나동그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의 2030세대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다."또한 저자에게 5060세대는 '무책임하다'. 저자는 5060세대가 주주자본주의에 포섭돼 인위적 구조조정, 대대적 감원과 비정규직 전환, 아웃 소싱 확대 등에 '무책임'했으며 이로 인해 취업 대란이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돈의 흐름을 공적으로 관리하던 금융기관들이 돈장사를 하는 업체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그 피해 대부분이 젊은 세대에게 집중된 것이 또한 카드 대란이었다고 지목한다.
벤처 대란도 저자에게는 5060세대가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하는 지점이다. "나이깨나 먹은 저질 투기 세력이 벤처 창업에 나선 젊은 세대를 멋대로 갖고 놀다가 처참하게 망가뜨린 사기극에 다름 아니"었으며,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 또한 "실수요자의 다수를 이루는 젊은 세대가 빚을 내어 부동산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었다고 지적한다. "정부 지원 사격 아래 (부동산을 쥐고 있는)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를 구조적으로 약탈하는 무대"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환 위기 이후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이 젊은 세대가 집중적인 희생을 겪은 것"은 저자에게는 "엄연한 사실이고 진실"이다. 따라서 저자는 5060세대가 책임질 지점은 외환위기 초래나 신자유주의 상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상륙 이후 보여준 모습"에 있다고 지적한다. "외환위기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없고 하등 책임질 이유도 없던 젊은 세대가 신자유주의 최대 희생자로 전락"한 데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2막, 정년 50세"
새로운 시대를 열지 못한 '무능'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무책임', 저자는 5060세대가 그 '빚'을 갚는 최선의 길은 "젊은 세대와 손잡고 세대 혁명을 통해 젊은 국가 건설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생산 가능 연령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다.
"과거 만 60세가 되어 회갑을 맞이한 사람들은 거동조차 쉽지 않은 호호 할아버지 할머니"였고 그렇기에 "은퇴하여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것이 최선의 삶"이었다. "하지만 요즘 60세는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중년으로 과거 40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평균 수명 연장을 노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청년과 중년 등 삶의 모든 구간이 함께 늘어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생산인구를 기존 일 중심의 '빠른 경제'를 담당하는 2040세대 중심의 제1생산인구, 여가 중심의 '느린 경제'를 담당하는 제2생산인구로 나누고 여기에 5070세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젊은 국가론'의 핵심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이 아니라 '용퇴'가 필요하다. 단 저자에게 이는 "떠밀려 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 5060세대가 성큼 앞으로 나서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국가 사회가 "스무 살 더 젊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정치권과 정부기관부터 모범을 보일 것을 강조한다. 우선 공무원 정년을 50세로 하고, "인생 2막을 더 이상 개별적 선택이 아닌 필수로,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화할 것"을 요구한다. 연금 제도 등 복지 정책 역시 '인생 2막'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하며, 이와 같은 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바탕으로 사기업까지 세대교체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생 2막, 정년 50세"란 표현으로 요약한다.
좌우 대결 구도 재편해야... "젊은 국가 대 늙은 국가"로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의 현실성에는 상당한 물음표가 따르기 마련이다. 저자 스스로도 표현했듯 "지금의 5060세대가 손에 쥐고 있는 권력을 쉽게 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한국 정치 지형을 바꾸어낸 전략구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이와 관련 있다.
저자는 "1980년대 김대중·김영삼 양 김씨 주도로 만들어진 민주 대 독재 세력 사이의 대결 구도" "2000년 남북 정상 회담으로 만들어진 평화 대 냉전 세력의 대결 구도" 등을 한국 정치 지형을 바꾼 전략 구도의 예로 든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청산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을 낙인찍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상기시킨다. 이어지는 저자의 질문은 "우파를 청산해야 할 쓰레기 집단이라고 공식 규정할 수 있을까?" 혹은 "우파 전체가 기득권 세력인가?"이다.
저자는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보수 정치 집단은 좌우 대결 구도로의 재편을 최대 과제로 삼았으며, 그 결과 "좌우 구도 정착이 정국을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요리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다"라고 적고 있다. "언제나 소수일 수밖에 없는 기득권 세력 입장에서도 좌우 대결 구도는 자신의 몸을 숨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환경"이란 것이다.
저자가 책 말미에 양자 구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시대 착오적인 좌우 구도를 해체시키고 역사발전을 보장할 새로운 구도를 짜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저자에게는 그 답이 "'젊은 국가 대 늙은 국가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인생 2막, 정년 50세' 이슈화, 이를 위한 진보 세력 역할에 대한 기대가 이 책의 '숨어 있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