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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왜 풀어줬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네요. 아직도 왜 구속했는지 모르겠고."

전화기 너머로 멋쩍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가 연행된 지 40일 만에 풀려난 박선아(25)씨의 소감이었다. 연행 직후 구속된 그는 1일 오후 9시쯤 구치소 문을 나섰다. 법원이 그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5월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가 구속됐던 박선아(사진 중앙, 꽃다발을 든 이)씨가 1일 오후 9시쯤 보석으로 풀려났다.
 5월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가 구속됐던 박선아(사진 중앙, 꽃다발을 든 이)씨가 1일 오후 9시쯤 보석으로 풀려났다.
ⓒ '박선아 학우 석방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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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여전히 구속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청사 기습시위를 시작한 지 겨우 15분 만에 연행 당했다. '기습시위'라고 해도 "세월호 유족 요구를 전면 수용하라, 박근혜가 책임져라, 남재준·김기춘 즉각 해임하라, 내각은 총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친 일이 전부였다.

그래서 참가자 10명 모두 경찰서에 끌려갔지만 48시간 안에 풀려나리라 여겼다. 하지만 박씨 단 한 사람만 한 달 넘는 시간을 구치소에 갇힌 채 보내야 했다.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그는 "검사가 제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기습 시위한 학생 중) 주동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예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벌금을 낸 적이 있어서 재범 우려가 있다더라"고 했다. 그는 2011년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 등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박씨는 집행부가 아닌 일반 참가자 중 하나였고, 사진 채증을 당하는 바람에 벌금을 냈을 뿐이었다. 도주 우려도 특별히 없었다. 박씨는 "구속 당시나 지금이나 집도 똑같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검사의 황당한 구속 이유...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구속사유 이해 못해... 유족 요구 무시, 공안 탄압 우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날 '유가족 요구 전면 수용', '내각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날 '유가족 요구 전면 수용', '내각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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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부의 세월호 참사 관련 시위 대응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은 물론 세월호 참사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6·10 만민공동회'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구속당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나 다른 시위 참가자들의 연행 상황을 봐도 "구속시킬 상황이 아닌데 구속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청와대 만민대회'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등 2명 구속).

"사안의 중요성도 있지만 아무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고 시위 시간 자체도 엄청 짧았다. 그 내용도 표현의 자유 범위 아닌가. 아무래도 세월호 시국선언이나 유족들의 특별법 제정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 등이 계속 있으니까 그들에게 위협을 주려는 듯하다. 한쪽에선 유족 요구를 무시하고 다른 쪽에선 공안 탄압을 하려는 것 아닐까."

박씨는 앞으로 불구속상태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박씨는 '가만히 있으라'를 거부한다. 그는 "세월호 관련해서 하고 싶던 일들이 많았는데 40일 동안 아무것도 못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박씨는 정부청사 시위 직전 진도 팽목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2014년 4월 16일'에 갇혀 있는 유족들을 목격했다. 구속 기간 중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단원고 희생자 박수현군 어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팽목항에서나 구치소 안에서 유족들이랑 더 많이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천만인 서명운동 등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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