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에 도착한 세월호 도보순례단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1명의 실종자를 조속히 수색하도록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국무총리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리실 입구의 굳게 닫힌 철문과 경찰의 방패가 순례단을 막아섰다.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걸어가는 세월호 도보순례단은 지난 1일(5일째) 오전 9시에 숙소인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에서 30분 정도 걸어 정부세종청사 앞에 도착했다.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한 이후 47km로 정도인 대전광역시 구 충남청사로 향하는 코스였다.
특별히 이날은 세종참여자치연대 김지훈 합동사무처장과 공주시에서 이상미, 김정자, 송영옥씨가 격려하려 왔다가 청사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순례단과 합류했다.
"총리비서실에 항의서한 전달하기로 했는데..."
오전 9시 30분에 정부세종청사 입구에 도착했다. 전날 약속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총리실 앞에 간 이동인 단장은 "세월호국토순례단으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1명의 조속한 구조를 위한 국민의 요구안을 전달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에 총리실 방호 담당자는 "사전 약속이 없었다"는 이유로 순례단을 막았다. 도보대장 송정근 목사는 "총리실 연락처를 몰라서 어제 해수부 장관 비서와 통화했었다. 하지만 오늘 정홍원 총리가 청사에 없다고 해서 총리비서실에 항의서한만 전달하고 가기로 약속하고 왔는데 무슨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방호 담당자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출입을 저지하면서 순례단에게 정문 옆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순례단과 담당자는 "약속이 되었다", "통보받지 못했다"고 실랑이를 했다. 이후 총리실 담당자가 와서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갔다. 이동인 단장은 "80세가 넘은 고령의 어르신과 도보 과정에 부상자가 많으니 그늘이 있는 총리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시각 경찰의 무전기에서는 "국무회의가 시작해야 하는데 입구가 막혀서 못 들어가잖아요"란 황급한 무전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안전과장은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할 권리가 없다. 우리도 마음은 아는 데 이곳은 절차가 있는 만큼 옆으로 이동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순례단도 "애들도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다 죽지 않았느냐?"고 맞대응했다.
기자는 방문증 교부 담당자에게 신분을 밝히고 안으로 들어가 대치 상태인 사진만 찍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만나려는 공무원과의 연락이 있어야만 출입할 수 있다"며 "밖에서 찍어라"라고 거절했다. 오전 10시, 시간이 흘러가면서 무더운 날씨와 뜨거운 태양 아래 하나둘씩 지쳐갈 무렵, 경찰 버스 3대에서 방패를 든 경찰이 입구를 봉쇄하며 순례단을 둘러쌌다.
총리실에서 나온 직원은 "순례단과 통화한 직원이 없다. 사전 약속이 없었다"라는 말만 재차 강조했다. 이동인 단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가 흘렸던 눈물은 거짓이었느냐?"며 "어제 우OO 비서관하고 분명히 통화했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고 말하며 통화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넘겼다.
"세월호 도보순례단 경찰과 대치 중에 총리는 청사에 있었다"
오전 10시 24분, 10여 명의 기자가 총리실에서 나오면서 정홍원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순례단의 분노는 극에 치달았다.
이 단장은 "어제 통화에서는 총리가 서울에 있어 면담이 안 된다고 해 놓고는 또다시 거짓말로 우롱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세종경찰서 교통과장은 "여러분은 현재 도로를 점거해서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현재 시간부로 전원 해산해 주기 바란다. 그러지 않을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방송했다.
이번에는 총리실 산하 농림국토해양정책국 정책과장이 내려왔다. 이동인 단장은 "어제는 총리가 없다고 해서 비서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는데 총리님이 있는 만큼 면담과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과장은 "뜻을 전달하고 오겠다며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1시가 되어가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이동인 단장이 사무실에 전화하니 담당 직원이 "과장님이 식사하러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주었다. 이에 이 단장은 "고령의 어르신까지 아침부터 뜨거운 바닥에서 배를 곯아 가면서 기다리고 있는데..."라고 분노했다.
1시 32분경 생수 3박스를 들고 온 과장은 분노하는 순례단을 돌려보내기에 바빴다. 이어 다시 중재가 이어지고 조경규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경제조정실장과 이동인 단장, 송정근 도보 대장이 함께 면담하기로 했다. 기자도 그 자리에 포함됐다.
이동인 단장은 "순례단이 5일차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 어제 절차를 밟아서 서한 전달을 하기로 했음에도 5시간 넘게 범법자 취급을 당했다"며 "팽목항에 도착하는 7월 12일, 실종자들이 가족 품에 돌아가서 더이상 눈물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조경규 실장은 "문전박대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어제 약속이 되었다면 확인 후 따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출입을 막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매뉴얼에 따라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여러분의 뜻을 총리님께 그대로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는 정책 과장에게 순례단을 기다리라고 해 놓고 점심식사를 다녀왔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사전에 손님과의 약속이 있어서 미팅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담당 직원이 밥 먹으러 간 것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인 단장은 "아침부터 5시간 넘게 더운 밖에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미안하다. 조경규 실장께서 같이 내려가 손 한 번 잡아주고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조 실장은 이 단장과 함께 내려와 순례단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면담이 늦어져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오후 6시에 대전시민사회단체와 으능정이에서 세월호 진상촉구를 위한 서명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차량을 이용해 대전시청 부근부터 도보순례를 진행했다.
오후 9시부터는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여 민들레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로부터 공동으로 의료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