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교양 프로그램 <물은 생명이다>가 4일 600회를 맞는다. 2001년 1월 12일 '서강 사람들'편을 시작으로 장장 14년 동안 방송을 이어온 것. 현재 <물은 생명이다>는 KBS <환경스페셜> 및 MBC <푸른지구 환경리포트> 등 고정 환경 프로그램이 폐지된 상황에서 공중파 3사 중 유일하게 생존한 환경 프로그램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물과 환경이라는 단일 주제로 10년 넘게 방송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물은 생명이다>를 총괄하고 있는 SBS 제작본부 오기현 부장은 "민영방송사에서 광고 없이 14년을 이어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제작진의 노력도 있었지만, 사측의 환경에 대한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SBS는 2000년 당시 향후 10년 동안 '물은 생명이다'라는 대국민 캠페인을 약속했다. 2000년대 초반 SBS는 매일 10분씩 방송하는 <시청자 제보 물은 생명이다>와 매주 금요일 오후에 방영하는 30분짜리 <물은 생명이다>를 동시에 방송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시판되는 중금속 다슬기, 상수원 난개발, 4대강 사업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시청률 장벽도 넘은 '물'의 힘
<물은 생명이다>는 주로 물을 중심으로 환경, 생태를 문제를 다뤄왔다. 오기현 부장은 "14년 동안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생활 속 물과 환경문제를 차근차근 풀어 나가자는 취지로 방송을 만들어 왔다"며 "다룰 수 있는 아이템은 역사만큼이나 거의 다 다뤘는데, 물 환경 보호를 위해 나름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물은 생명이다>는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템 고갈 등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시청자들에게 인지도 안 되고, 이미지 효과도 별로 없는 방송을 왜 하느냐'라는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오후 5시 30분~6시 방송할 때는 3~4%의 시청률이 나왔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4시 30분으로 조정된 뒤에는 1~2% 선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방송의 공익성 확보를 위해 <물은 생명이다>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나왔고, 결국 <물은 생명이다>를 계속 방송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평균 시청률 1%대의 <물은 생명이다>는 지난해 SBS 자체조사 결과 SBS 사회공헌프로그램 인지도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 됐다.
오기현 부장은 "<희망TV>, <미래한국 포럼> 등 예산(제작비)이 많이 투입되고 좋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도 있는 상황에서 <물은 생명이다>가 사회공헌프로그램 인지도 1위가 나왔다는 것은 역사성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물은 생명이다>의 공익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편성 시간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팀 한숙영 부장은 "환경 프로그램은 지상파의 공익 측면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물은 생명이다> 방송 시간을 늦은 저녁 시간으로 옮겨야 공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후 4시 30분 편성을 저녁 11시 정도에만 편성해도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숙영 부장은 "시청률 1%라고 하지만, 지역 및 현장에서의 반응을 보면 공중파 환경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다"면서 "SBS 측이 환경보호를 위해 보다 강한 의지를 가져달라"라고 말했다.
한편 4일 600회 특집 <물은 생명이다>는 안양천의 변화(연출 IMTV 김기영 PD)를 방송한다. 2000년부터 지자체, 환경단체, SBS 등이 안양천살리기 운동을 벌여왔는데, 1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안양천 살리기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다뤘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cocienma)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