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4일 오후 5시 37분]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여야 의원들의 인사청문 요구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며 청문회를 기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국회가 보낸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도 지금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그는 오는 7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비공개'로 열리는 만큼 관련 자료를 통한 사전검증이 필수적이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기피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인사청문회가 다음 주 월요일(7일)로 예정돼 있지만 국정원은 금요일(4일)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인사청문회 요구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개별 의원들이 각각 요구한 자료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문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요구한 공통 요구자료와 국회에서 보낸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도 보내지 않고 있다.
문 의원은 "개별 정보위원들이 법률에 의거해 요구한 자료의 경우, 국회 정보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해 국정원에 제출을 요구했지만 금요일(4일)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가 법률에 의거해 이병기 후보자에게 전달한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도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일부러 불성실한 답변을 하거나, 공개해도 무방한 이 후보자의 자료를 '대외비'로 지정했다고도 비판했다.
문 의원은 "야당 정보위원들이 간사실을 통해 요구한 공통자료에 대해서는 '해당 자료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라며 "관련 자료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문 의원은 "국정원은 '후보자와 배우자의 후원금 및 기부금 납부내역'에 대해 '기부한 실적 없음'이라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해당 자료를 '대외비'로 지정했다"라며 "이 후보자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기부나 후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왜 '대외비'에 해당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른 정부부처가 제출할 때는 아무런 보안이 필요하지 않는 내용조차도 국가비밀 1, 2, 3등급 또는 대외비로 지정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국회와 국민의 기본적인 알권리를 봉쇄해 왔던 그동안의 행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정원 외부에 의한 강제 개혁 당위성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의원은 마지막으로 "국회에 요구자료와 서면질의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국정원장의 자질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라며 "이 후보자는 국정원이 왜 인사청문 요구자료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는지 직접 해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돈기업' 근무이력 숨긴 의혹도 한편,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 자료에서 자신의 근무이력을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4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LIG손해보험 계열사인 (주)그린샵(현 엘샵)에서 근무했다. LIG손해보험은 이 후보자에게 '사돈기업'에 해당한다. 이 후보자의 딸은 지난 2003년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조카인 구본욱 LIG손해보험 전략지원 담당 상무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린샵 근무는 인사청문자료에 없는 내용이다. 앞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자료에서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LIG손해보험의 법인영업지원팀 고문으로 재직한 부분만 명시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가 경력과 관계없이 사돈이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고액연봉(5년 간 2억5779만 원)을 받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1998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퇴직 후 대부분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의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8년이 아니라 2007년 자신의 딸이 결혼한 직후부터 '사돈기업'에서 근무하며 연봉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소득 관련 자료는 최근 5년치만 제출하게 돼 있어 넣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