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일은 대박"? 분단과 종북 색깔론 사이에서 잃어버린 평화와 복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파한 '통일 대박론'은 복지와 경제 민주화 등 우리 사회의 여러 진보적 의제들을 순식간에 여론에서 지워버리고 언론판을 뒤흔들었다. 과연 통일이 되면 복지, 경제 민주화는 물론이고 저출산이나 고령화, 사회적 불평등 같은 문제들도 저절로 해결되는 것일까?

2014년 현재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는 한반도 평화와 복지국가의 성취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평화와 복지를 한데 묶은 '평화복지국가'라는 말은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평화복지국가의 구축은 안보와 경제성장 담론 등 복잡하게 꼬인 수많은 난제들의 극복에 더불어 이를 가능하게 할 정치적 조건의 형성과 일관성을 가진 복지국가 주체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단행본《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표지
단행본《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표지 ⓒ 참여사회연구소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소장 홍윤기 동국대 교수)가 7일 출간한 단행본 <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 ― 평화복지국가의 정치적 조건과 주체를 찾아>(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조흥식·장지연 엮음, 이매진 펴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한국 사회가 평화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과 주체를 진중하게 모색한 책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과 함께 2011년부터 복지국가 담론이 놓치고 있는 의제들을 점검하고 한국 사회의 고유한 상황과 조건에 맞는 평화복지국가의 길을 모색하고자 매년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연구 결과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는 2012년의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 ― 바람직하고 지속 가능한 시민복지국가를 향해>, 2013년의 <평화복지국가 ― 분단과 전쟁을 넘어 새로운 복지국가를 상상하다>에 이은 참여사회연구소의 세 번째 평화복지국가 연구 결과물이다.

<평화복지국가>가 '분단'이라는 한국의 현실에 주목해 평화복지국가의 새로운 전망을 포괄적으로 모색했다면, <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는 평화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치적 조건을 따져보고, 한국 사회에서 함께 평화복지국가를 만들어갈 주체들의 역량을 가늠하고 있다.

'평화복지의 정치' ― 한국 사회의 평화와 복지 그리고 정치의 삼각관계

<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는 1부와 2부, 총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조건 ― 평화복지국가는 어디서 싹틀까'에서는 한국에서 평화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어떤 정치적 조건을 마련해야 하는지 따져본다.

황규성 한신대학교 연구교수는 <평화복지국가의 사회윤리적 기반>에서 사회윤리 개념을 통해 평화와 복지의 연관에 관한 담론을 추적한다. 한국에서 나타난 평화-복지 윤리는 적대 윤리와 발전론적 반복지주의가 결합한 형태와, 소극적 평화 윤리와 제한적 수용주의가 결합한 형태 두 가지다.

이 두 가지 평화-복지 윤리가 나타난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을 밝히고,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사회윤리인 적극적 평화 윤리와 보편적 권리주의의 결합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짚어본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교수는 <보수 진영의 보편주의 복지 비판 명제 ― 보편주의 복지를 둘러싼 논쟁의 한계, 성과, 전망>을 통해 무상 급식 논쟁으로 촉발된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보수 진영이 보편적 복지에 어떤 비판을 가했는지 살펴본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의 논조를 역효과 명제, 위험 명제, 무용 명제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고, 이런 비판에 맞서 보편적 복지국가의 주체와 동맹 세력을 확대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한국 진보 정당의 '평화복지관'>에서 담론 분석을 활용해 한국 진보 정당들의 평화관과 복지관, 그리고 각 정당이 평화-복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정의당, 통합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4개 정당의 강령과 선거 정책, 공약, 정책 단위 문건 등을 분석해 한국 진보 정당의 평화복지관이 갖는 특징과 한계를 짚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의 우선성 ― 독일과 스웨덴의 복지국가 형성기 경험>에서 공적연금에 초점을 두고 독일과 스웨덴의 서로 다른 복지국가 형성기 경험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계급 간 연대라는 관점에서는 실패한 사례로 흔히 간주되는 독일, 노동 계급과 중간 계급의 연대를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회자되는 스웨덴을 비교하며 '한국의 상황에서 계급 간 연대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본다.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연합 정치 ― 평화복지국가를 실현할 정치 전략>에서 연합 정치가 단순히 선거용이 아니라 평화복지국가를 구축하는 세력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서구하고는 다른 한국 정치의 특수성을 꼼꼼히 짚으며 결집할 수 있는 폭넓은 세력이 결집해 평화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통합 수권 정당을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2부 '주체 ― 누가 평화복지국가를 만들까'에서는 한국에서 평화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는 역량 있는 주체를 탐색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누구와 함께 평화복지국가를 도모할까 ― 평화복지국가 지지 세력의 지형>에서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한국에서 복지국가를 향한 기대는 왜 정당 지지 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관한 답을 구한다.

조흥식 서울대학교 교수는 <평화와 복지의 탈경계 ― 풀뿌리 지역 사회에서 시작하다>에서 평화와 복지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탈경계 방법론을 풀뿌리 지역 사회에서 찾고 있다. 지역 공동체 가치의 공유, 지역에서 구축하는 평화복지 동맹, 평화복지 공동체의 조직화, 활동가의 역량 끌어올리기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노동조합의 복지 정책 역량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한국 양대 노총의 공식 보고서 등을 토대로 복지 정책과 관련한 양대 노총의 주안점과 활동 양상을 조망한다. 평화복지 세력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이 그동안 보인 활동과 방향성을 분석해 정책 단위의 구성, 정책 개발 역량, 정책 실현이라는 세 측면에서 한국 노동조합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밝힌다.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인천연대로 보는 평화복지국가의 실천 현장>을 통해 분단 상황에서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시민의 조직화라고 보고, 그 전형을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에서 찾고 있다. 지역에서 주민 조직화를 통해 평화복지국가를 추구해온 인천연대 사례를 중요한 운동 모델로 삼아 그 경험과 한계에서 배우고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 복지국가 형성 논쟁 ―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의 사례>에서 2011년 400여 개 단체가 집결해 출범한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를 통해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과제에 한국 시민사회가 어떻게 응답했는지 살펴본다. 복지국가 운동의 활성화 국면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해소한 연석회의의 사례를 분석하며, 평화복지국가를 만들어가려면 일상적 차원의 운동 기획, 지지 세력을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 정당의 구실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형 평화복지국가 ― '공짜 밥'과 '종북 좌빨' 딱지를 넘어서는 정책과 실천

무상 급식 논쟁과 지난 대선은 한국 사회에서 '복지'가 선거의 전면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복지를 향한 막연한 기대와 욕구가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과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의 글쓴이들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복지를 향한 움직임과 반대 세력의 논리, 다른 나라의 사례까지 꼼꼼하게 검토하며 노동과 시민과 풀뿌리가 연대하는 평화복지국가 운동의 방안과 전략을 촘촘한 각론으로 제시한다.

평화와 복지를 둘러싸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형을 따져본 결과물인 이 책은 '한국형 평화복지국가의 실현'을 꿈꾸는 사람들의 여정에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초반부를 약간 수정한 글입니다.



평화와 복지, 경계를 넘어 - 평화복지국가의 정치적 조건과 주체를 찾아

조흥식 외 엮음, 참여사회연구소, 이매진(2014)


#참여연대#참여사회연구소#평화국가#복지국가#평화복지국가
댓글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