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평창동 스페셜올림픽 조직위 사무처에 있는 나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가 출마를 요청했다. 풀리지 않는 '인물난'에 당 비대위원장이 직접 움직인 셈이다. 나 전 의원은 "당의 어려움을 잘 듣고 한 번 더 고민을 해보겠다"라고 밝혔다. 또 오는 9일까지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 하려 했다. 그러나 김 전 지사가 거듭되는 당의 '러브콜'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후 '대안'으로 부각된 나 전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반응도 소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당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7·30 재보선의 큰 흐름이 지역 참일꾼이다, 그에 맞는 정말 젊고 참신한 후보를 구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거물급 인사 영입 포기'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 대표나 다름없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 전 의원을 찾아 출마를 권유한 것은 '마지막 설득 단계'라는 평이다.
이완구 "국민의 사랑 받는 나경원 모시러 달려왔다"이 비대위원장은 나 전 의원을 만나 '직구'부터 던졌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나 전 의원님을 모시러 달려왔다"라며 "(나 전 의원은) 당으로서는 큰 자산이다, 나라를 위해서 좀 더 큰 뜻으로 일해주십사, 당 위해서 일해주십사 하는 간곡한 말씀 드리려는데 받아달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나라와 당이 어렵다는 건 아는데 제가 몇 번 말씀드린 것처럼 함부로 (지역구를)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라며 당의 요청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 비대위원장은 "나 전 의원은 정치적 비중이나 국민적 관심, 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어느 정치인과 함께 갈 수 있는 분이 아니라 제가 직접 왔다"라고 재차 그를 추켜세웠다.
이 비대위원장은 특히, "저도 함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당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당의 뜻을 전달하러 왔다"라며 "집권여당으로서 7·30 재보선을 승리해야 정국의 안정, 국회의 안정적 운영을 할 수 있다, 이럴 때 당을 위해 헌신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 전 의원의 출마는) 국회의원 한 사람의 당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정도였으면 제가 오지도 않았다"라며 "가볍게 모시는 게 아니고 무겁고 진중하게 모시는 것이니 받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재보선을 앞두고 저희 당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 등 모든 정당들이 너무 정략적으로 공천을 하는 게 아닌가,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명분'이 중요하다고 보는데"라며 "한 번 더 고민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에 출마도 하셨고 지역구가 서울이고 모든 것을 감안해 모셔도 괜찮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또 "저희가 여러 가지 고려해서 확인해보니 (나 전 의원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대단하다"라며 "저희가 (동작을로) 모셔도 국민들이 저희에게 잘했다고 하실 것이란 확신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낮은 자세'로 출마 명분 열어주기... "9일까지 입장 밝히겠다"
이 같은 당의 '낮은 자세'는 나 전 의원에게 당의 요청에 응할 명분을 주고자 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서울 중구에서 출마했다. 게다가 나 전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경기 김포 출마 여부를 검토했다. '돌려막기 공천'·'지역구 옮기기' 논란에서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나 전 의원 본인도 '차선책'으로 자신을 거론하는 당 지도부에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당은 한 차례 나 전 의원에게 수원 출마를 권유했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의 입장에서는 당이 자신을 '도구'로만 쓴다는 인상을 준 셈이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나 전 의원은 당의 동작을 출마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때문에 당에서 나 전 의원의 명분을 살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당대표나 다름 없는 비대위원장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앞서 당 공천위도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 가상결과를 토대로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비대위원장이 마지막 쐐기를 박으러 나선 것이다.
이 비대위원장 본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쯤해서는 직접 찾아뵙는 것이 예의고 나 전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적 위상과 비중에 걸맞은 모습을 갖춰서 제가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은 이 비대위원장과 '비공개 대화'를 마친 후 "(지역구를 옮겨) 이리저리 다니거나, 서울시장 나간 사람으로서 수원에 나갈 명분이 약하다 생각했다"라면서도 "국가나 당,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또 "(후보 등록일이) 10, 11일이니 내일(9일) 안으로 가부 여부를 말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