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의회 의장선거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나 쉽게 동료를 배신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특히 의장 후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실야합에 의한 선출방식을 택하다 보니 개별적으로 속고 속이는 부작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장 선거 방식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전면 개정해야 한다."최근 충남 아산시의회 의장선거를 둘러싸고 의회 안팎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지난 4일 아산시의회 의장선거가 끝나자 아산 정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의사봉을 차지하기 위해 소속 정당을 배신하고, 정책대결을 벌이던 상대당과 야합하는 등 금도를 넘어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유기준·성시열 의원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새누리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새누리당 의원수는 모두 6명이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두 정당의 9대6 구도가 유기준·성시열 그리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야합에 따라 7대8로 역전됐다. 당 대 당의 공개적인 합의는 시도되지 않았다.
유기준·성시열 의원이 새누리당과 맺은 밀월 관계가 후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새누리당 6명의 의원들은 전·후반기 각각 3명씩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골고루 차지할 수 있다. 또 유기준·성시열 의원은 교대로 전·후반기 의장과 총무복지위원장 자리를 나눠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아산시의회는 재적의원 15석 중 9석을 차지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추대한 조철기 의원이 의장으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의장 선거를 진행하고 보니 예상을 깨고 유기준·성시열 의원이 새누리당과 손잡고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정당내 민주적 절차마저도 무시한 해당행위로 보고 새정치연합 충남도당에 징계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설마했던 아산시의회 의사봉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정치연합 유기준 의원의 손으로 돌아갔다. 의장에 당선된 유기준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서조차 의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성시열 의원과 새누리당이 연합한 8표의 위력은 막강했다.
유기준·성시열 의원과 합세한 새누리당의 8표는 의장에 이어 부의장, 총무복지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 운영위원장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결국 아산시의회는 시민들의 선택으로 제1당이 된 새정치연합 의석수와는 무관하게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상임위원장들을 선출했다.
같은 날 아산지역 30개 기관장을 초청한 아산시의회 개원식이 열렸다. 하지만 유기준 의장과 새누리당 소속 6명의 의원 등 7명만이 참석한 반쪽개원이었다. 첫날부터 시작된 아산시의회의 파행과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웃도시인 천안시의회에서는 제1당인 새정치연합(13석)이 새누리당(9석)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양보함으로써 큰 마찰 없이 무난하게 개원해 아산시와 대조를 이뤘다.
유기준-성시열 반란... 왜?
의장선거에 앞서 새정치연합은 조철기 의원과 성시열 의원을 두고 의장후보 단일화를 위한 자체 경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에서 조철기 의원이 승리했지만 성시열 의원은 자신이 연장자인 점과 6·4지방선거 다득표 등을 내세워 승복하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과 대화를 위한 새정치연합 측 협상대표였던 유기준 의원이 성시열 의원과 함께 반란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시열-유기준 의원의 반란으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새정치연합 7명의 의원은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먼저 "아산시의회 다수당을 만들어준 시민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은 다수당의 책임의정을 펼치기 위해 의장단선거에 임했으나 의외의 선거 결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당내의 명확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시민과 당원들의 심판을 받도록 조치하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은 더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시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7대 아산시의회 재적의원 15명 중 9명이 새정치연합 소속이다. 그러나 의장선거를 앞두고 의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등을 돌린 유기준·성시열 2명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유기준·성시열 의원이 더 이상 새정치연합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