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어머니 6명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받은 1만 명의 서명 용지를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 전달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딸을 잃은 유영민씨는 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구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한 오늘 낮 한 어머니로부터 편지와 1만 명의 서명 용지를 받았다"면서 "6명의 어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한 달 보름 동안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벅찬 감동을 받았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10박 11일 동안 버스로 전국을 다니면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구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대구백화점과 반월당역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자 서명하겠다는 분들이 몰려들었다, 살아 있는 대구를 만난 것 같다"고 전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 역시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서 유영민씨가 받은 편지를 소개하면서 "편지를 읽다 겨우 그친 눈물이 또 다시 흐른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구에 사는 도원이와 려원이 엄마라고 밝힌 이 여성은 편지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갔다가 유가족분들이 서명을 받고 계시는데 '(이미) 서명했어요'라고 말하고 돌아서 가면서 많이 울었다"면서 "서명했다는 말을 한 게 너무 미안했다"고 적었다.
또한 "그 이후로 저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사고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고,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고, 이분들의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슬픔과 분노, 고통을 이겨내기도 힘든 이분들(유가족)도 거리를 다니며 외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유영민씨가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편지 전문이다.
저는 6살, 3살 두 딸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엄마입니다.어찌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아직도 꿈은 아닌지아니 꿈이었으면 하고 바래왔습니다.처음에 사고 소식을 듣고'왜 바로 구조하러 들어가지 않는거지?'하루가 지나자'다 죽겠어. 왜 구조를 안하는 거야."셋째 날'저 안에 내 아이가 있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이렇게 가슴 답답한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났고슬퍼하고 답답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보내다가 촛불집회에서 유가족분들을 만나 뵙고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촛불집회에 참석하러 갔다가 유가족분들이 서명을 받고 계시는데 "서명했어요"라고 말하고 돌아서 가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서명했다는 말을 한 게 너무 미안했어요.그냥 또 할 걸. 백번이라도 할 걸. 힘내시라고 손이라도 잡아드릴 걸.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고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고,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고, 이분들의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슬픔과 분노, 고통을 이겨내기도 힘든 이분들도 거리를 다니며 외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37년을 살아오면서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악을 방관하며 살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 아이들을 다 찾을 때까지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남겨진 분들은 어떻게 살아가시는지 관심을 가지고 아픔을 나누고 싶습니다.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예쁜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요?보고 싶을 때 못보는 그 심정은 어떨까요?그래고 꼭 힘내세요.남은 인생도 소중하니까요.건강을 헤칠까 가장 염려스럽습니다.- 대구에서 도원이, 려원이 엄마와 가족이 함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