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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은 공연돌고래 제돌이가 갑갑한 수족관을 벗어나 드넓은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제돌이가 제주도 어디선가 간혹 등장한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리는데요.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있거나 그럴 예정에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돌이 방사 1년을 맞아 고래 사육과 혼획의 문제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삼팔 : "제돌아, 오랜만… 잘 지냈니?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됐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래서인지 원래 우리랑 같이 바다로 가기로 했던 태산이랑 복순이가 생각나네."
제돌 : "그러고 보니 걔네들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근데 걔들은 왜 제주에서 서울로 데려간 거래니?"

삼팔 : "태산이는 윗입이, 복순이는 아래턱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그랬대."
제돌 " "헐~ 이상하게 생긴 게 뭐가 문젠데?"

삼팔 : "혼자서 먹이를 못 잡아 먹을까봐 그랬다잖니."
제돌 : "걱정도 팔자네, 야생동물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

삼팔 : "그러고 보니 제돌이 너랑 같이 서울동물원에 있던 친구들이 여럿 있지 않았니?"
제돌 : "제주바다 고향친구는 금둥이랑 대포고, 일본서 온 친구는 태지랑 또 뭐더라?" 

삼팔 : "태산이랑 복순이 오게 되면 다른 친구들도 같이 왔으면 좋겠다."
제돌 : "그래야지."

삼팔 : "제돌아, 너가 박 시장님에게 편지를 보내서 그 친구들도 보내 달라고 부탁해 보면 어떨까?" 
제돌 : "그거 좋은 생각이네. 이왕이면 제주바다 우리 친구들 120명 모두의 서명을 받자."

삼팔 : "그래. 근데 춘삼이가 안 보이네? 제돌이 너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제돌 : "등에 찍힌 낙인때문에 창피하다고 스트레스 받아서 내가 좀 같이 놀아주긴 했지. 삼팔이 너는 내 등에도 찍힌 낙인 자국이 안 창피해?"

삼팔 : "창피하긴 하지. 그래도 어쩌겠니. 사람들이 너한테 미련이 많아서 그래 놓은 걸."
제돌 : "그때 너가 우리보다 앞서서 가두리를 뛰쳐 나갔잖니. 조금만 기다리면 보내줄 텐데... 뭐가 급해서 그러나 싶었는데, 나중에 내 몸에 그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냐구."

삼팔 : "내가 눈치가 좀 빠른 긴 하지. 하마터면 나도 찍힐 뻔했잖아."
제돌 :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사라진다는데 그랬으면 좋겠다."

위는 1년 전 제주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제돌이와 삼팔이가 최근 나눴음직한 가상의 대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고래보호운동가를 자처해온 필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대화랄까. 제돌이는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삼팔이는 누구지?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삼팔이는 제돌이와 같은 종의 제주바다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다.

삼팔이는 복순·춘삼·태산 등 다른 세 마리의 친구들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민간업자에게 팔려 돌고래쇼장에 잡혀 있었다. 그러다 해경이 불법포획 혐의로 기소했고 2012년 초 대법원이 몰수 판결을 내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갈 때 춘삼이랑 같이 귀향했다.

그런데 친구 복순이와 태산이는 입과 턱이 삐뚤어져 자연에서의 먹이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동물원으로 보내졌고 이후 계속 잡혀 있는 신세다.   

등번호 붙은 제돌이, 잘 있는지 그렇게 궁금한가

제돌이와 삼팔이의 대화 내용에서 나오듯 제돌이는 삼팔이를 무척 부러워한다. 지난해 7월 중순 제주 김녕에서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연 방사되기 전, 사람들은 이들 등지느러미에 커다랗게 낙인을 찍었다. 제돌이 1번과 춘삼이 2번. 이때 삼팔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정한 방사일 3주 전인 6월 26일 제주 성산의 가두리에 있을 때 가두리 그물이 헤진 사이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013년 6월26일 제돌이와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이 찍히고 있다.
2013년 6월26일 제돌이와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이 찍히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당시 필자가 파악한(?) 상황은 이랬다. 가두리에 세 마리가 모여있을 때 수컷인 제돌이가 암컷인 춘삼이에게 반해서 쫓아다니자 다른 암컷인 삼팔이가 삐쳤다. 그물 안에서 홀로 외로워 하던 삼팔이는 가두리 한쪽이 헤진 틈을 발견했고, 가두리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탈출해 버린 것이다.

삼팔이 탈출이라는 뜻밖의 상황 전개에 놀란 사람들은 성산의 가두리에 남은 제돌과 춘삼을 방사 예정 장소인 김녕의 가두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들 등지느러미에 위성 추적 장치를 달았다. 그리고 크게 등번호를 찍었다. 자연방사 후에도 추적 관찰을 용이하게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위성추적 장치는 얼마 안 가서 떨어져 나가 버렸고 등번호 낙인만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야, 저기 1번이다. 2번은 안 보이네."

그렇게 사람들은 제돌이와 춘삼이를 고향바다로 돌려보낸 후에도 '추적관찰'이란 이름의 '돌고래공연'을 계속 즐긴다. 기왕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마당에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아도 제주 바다의 남방큰돌고래들은 120여 마리 정도로 숫자가 제한되어 있는 상태다. 그들 속에 제돌이와 춘삼이가 섞여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굳이 등번호를 찍어서 가려내야만 했는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013년 6월 26일 제돌이와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이 찍히고 있다.
2013년 6월 26일 제돌이와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이 찍히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와 춘삼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낙인을 찍지 않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남방큰돌고래를 오랫동안 조사해온 고래연구소 측은 각 개체의 등지느러미가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어 이를 사진으로 식별해 냈고, 120여 개체마다 고유번호를 붙였다. 서울동물원의 돌고래쇼장에 있던 제돌이도 그렇게 해서 원래 제주바다에서 살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자연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조사는 가능한 '있는 그대로' 해야 한다. 사진으로 등지느러미 특징을 구분해 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드라이아이스로 등지느러미에 '동결낙인(1번, 2번)'을 찍는 것을 제대로 된 과학연구라고 하긴 어렵다. 혹자는 이런 지적을 하는 필자에게 '근본생태주의적 시각'이라고 한다는데, 오히려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생태적 감수성을 무색하게 하는 '너무나 인간중심적 시각'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

☞ 제돌이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쓰는 편지 보러가기

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



#제돌이#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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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라고 문제제기하고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환경문제 해결의 기준인 '오염자부담원칙'과 '사전예방원칙'을 기조로 특히 피해자운동을 강조합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건강의 눈으로 환경문제를 보는 사회, 공해산업을 이웃에 떠넘기지 않는 건강한 아시아 시민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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