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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들 ⓒ 이민선

"놀라울 정도로 맥이 다 비슷합니다. 빠르고 불규칙합니다. 몸은 극도로 피곤한데 정신은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두통과 불면, 소화 불량, 변비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도 많은데,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박호(문턱없는 한의사회·동의한의원) 원장이 진단한 세월호 유가족들 건강상태다. 박 원장은 "이 상태에서 긴장이 풀리면 갑자기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문턱 없는 한의사회' , '참 의료 실현 청년 한의사회' , '길벗 한의사회' 소속 한의사들은 지난 13일부터 '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진료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진료 봉사 이틀째인 14일 오후, 한의사들을 동행취재 했다.

한의사들이 국회 본관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께. 한의사 일행을 가장 먼저 반긴 건 국회 본관 앞 잔디밭을 수놓은 노란종이배였다. 노란종이배에는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그 날을 잊지 않으렵니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유가족들이 접어서 국회 본관 앞 잔디밭에 전시한 종이배
유가족들이 접어서 국회 본관 앞 잔디밭에 전시한 종이배 ⓒ 이민선

노란종이배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접어서 전시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쉴 새 없이 노란종이배를 만들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접느냐고 물으니 "잔디밭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라고 한 유가족이 대답했다.

유가족들 표정은 밝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무거웠다. 유가족들 100여 명이 모여 있었지만,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그 분위기에 눌러 어두운데도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지 못한 채 눈치를 보면서 촬영을 했다.

한의사들 역시 처음에는 유가족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경험이 많은 한의사 한 사람이 다가가 말을 붙이며 진료를 시작하자 비로소 다른 한의사들도 조심스럽게 유가족들 사이로 들어갔다. 한의사들이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진료를 시작하자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의사들은 유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박호 원장은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해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사들의 진료는 오후 10시 30분께 끝났다. 이날 진료봉사에 참여한 한의사는 전부 7명. 이들은 더위에 지쳐 몸이 허할 때 먹으면 좋은 한약(수청서 익기탕 90포)과 소화제(20포)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세월호 유가족#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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