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등록 신청을 거부당한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14일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향후 법무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의 2014년 4월 16일자 변호사등록거부행위를 취소할 것과 변호사등록을 명하는 결정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하는 이의신청서를 법무부에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법 제8조 제3항은 "변호사등록이 거부된 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등록거부에 관해 부당한 이유를 소명해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1991년 10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2월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하고, 1997년 2월 서울남부지법 판사로 임용된 후 판사로 재직하다 2013년 6월 24일 창원지법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이후 지난 2월 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등록을 신청했다. 그런데 대한변협 산하 등록심사위원회는 4월 16일 회의를 열어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등록 부적격 판정을 내린 뒤, 변호사등록 거부 사실을 4월 21일 통지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변호사등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경우 심사위원 중 변호사등록에 찬성한 위원은 5명, 반대한 위원은 4명이었다. 결국 찬성 위원 1명이 모자라 부결돼 변호사등록이 거부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정렬 전 부장판사 변호사등록 거부 사유?변협 산하 등록심사위원회의 거부 사유는 두 가지였다.
신청인(이정렬)이 판사로 재직 중인 2012년 1월 25일 법원내부통신망을 통해 주심으로서 담당한 사건에 대한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법원조직법 제65조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2012년 2월 21일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사로서 재직 중의 직무상 범죄는 아니지만, 거주자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툰 후 주차돼 있던 위층 거주자 소유의 차량을 손괴해 벌금 100만 원의 형사처벌을 받은 점을 제시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두 가지 사정을 종합할 때,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함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해 거부한 것이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 정직 6개월 징계, 사실은?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이의신청서에서 징계처분과 관련, 당시의 사정을 소상하게 밝혔다.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전 교수는 2005년 3월 성균관대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교수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5년 9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김명호 전 교수가 즉각 항소를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2007년 1월 12일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은 박홍우 부장판사였고, 이정렬 판사는 주심이었다.
그런데 3일 뒤인 2007년 1월 15일 김명호 전 교수는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이를 따지기 위해 석궁을 소지한 채 박홍우 재판장의 집으로 찾아갔다. 이때 이른바 사법부가 '판사 석궁 테러'라고 규정한 사건이 발생했다. 반면 김명호 전 교수는 '국민저항권을 행사한 석궁 의거'라고 말한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2년 1월 '석궁 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 내용은 기본적으로 김명호 전 교수가 박홍우 재판장에게 정말 석궁을 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재판 진행과정에서 절차를 지키기 않고 피고인(김명호)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는 검찰과 법원을 피고인이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이 영화는 사법부 불신풍조와 맞물려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2007년 1월 석궁 사건이 다시 재조명됐다. 그런데 <부러진 화살>은 석궁 상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엉뚱하게 교수지위확인 사건 항소심인 박홍우 재판장이 김명호 전 교수에게 고의적으로 엉터리 판결을 했다는 것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에 신청인(이정렬)은 비록 <부러진 화살> 형사사건 재판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법원내부통신망을 통해 교수지위확인소송 사건에서 박홍우 재판장이 김명호 전 교수에게 불리하도록 편파적인 재판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명호 전 교수에게 호의적이었다는 내용을 밝혔다.
그로 인해 이정렬 부장판사는 대법원으로부터 정직 6월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당시 징계의 양정이 과중하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정렬 부장판사는 징계처분에 아무런 불복을 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위와 같은 신청인의 희생으로 박홍우 재판장과 사법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점점 수그러들었고, 결국 <부러진 화살> 영화의 제작과 연출을 맡았던 정지영 감독조차 '이 영화는 허구적인 것도 포함돼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전 부장파사는 자신이 법원내부통신망에 재판부 합의 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은 일견 비밀누설행위로 보일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신청인의 행위로 위협을 받은 법익이 있지도 않고, 그로 인해 신청인이 얻은 사적인 이익은 전혀 없는 반면, 박홍우 재판장의 명예라는 타인의 법익 또는 사법부의 신뢰라는 공익이 보호됨으로써, 신청인의 행위는 사리사욕 없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긴급피난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불법행위가 아니거나 위법성이 조각되는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 재판부 합의내용 공개한 이정렬 부장판사 '혐의 없음' 처분실제로 김명호 전 교수에 대한 교수지위확인 소송의 재판부 합의내용을 법원내부통신망에 공개한 것을 이유로 보수단체가 검찰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했으나, 창원지검은 2013년 2월 26일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
검찰은 "교수지위확인소송이 2008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지 4년이 지난 2012년 1월에서 합의 내용이 공개됐고, 공개된 내용도 최종 합의가 아닌 중간 합의인 점 등에 비춰 공개가 이미 확정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변협은 등록거부 사유로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함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판단했으나, 신청인이 받았던 징계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는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전혀 무관하거나, 설령 만보를 양보해 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 사유가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신청인은 사익의 추구를 위해 합의과정을 공개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법원과 당시 교수지위확인 민사사건 재판장에 대해 쏟아지는 부당하고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한 정당한 반론이라는 필요최소한도 내에서 당시 합의과정 중 일부만을 법원내부통신망에서 밝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를 두고 대한변협은 장차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 변호사법 및 형법이 규정하는 비밀준수의무를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변호사등록 거부사유로 제시했으나, 신청인이 합의과정을 공개하게 된 동기와 경위, 공개된 합의 내용이 극히 일부인 점, 그 내용을 공개한 공간(법원내부통신망), 평의내용을 공개하자 논란이 수그러들었다는 이후의 진행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변협의 거부이유 제시는 비밀준수의무의 근본적 취지에 배치되는 극히 형식적 논리요, 본말이 전도된 자의적 법해석ㆍ적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신청인이 받았던 징계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와 변호사로의 직무수행 간에 아무런 인과관계를 찾아볼 수 없음에도 대한변협이 신청인의 변호사등록을 거부한 행위는 위법·부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또 "가사 만보를 양보해 관계가 있다고 해도 변호사법호 및 변호사등록규칙은 거부사유의 정도가 '현저히 부적당'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청인의 경우 과연 '현저히 부적당'한 것인지는 극히 회의적"이라며 "이 점에서 변협은 '현저히 부적당'에 관한 판단을 그르쳐 신청인의 변호사등록 신청을 거부한 위법·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 시정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벌금 100만원 부분과 관련해서도,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먼저 "대한변협은 변호사등록 신청을 거부하는 적용 법조로서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4호를 들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 재직 중의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파면 및 해임은 제외한다)을 받거나 퇴직한 자'로 규정하고 있어, 직무와 형사소추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변협이 거부이유에서도 밝혔듯이 신청인이 받은 형사처벌은 직무상 범죄가 전혀 아닌 것이어서 인과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이 신청인의 변호사등록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그 이유 자체로서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등록 신청에 대한 거부는 절차적으로도 위법·부당"아울러 변호사등록 거부 과정에서의 절차상 위법성도 따졌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신청인은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변호사등록 신청을 했는데, 서울변호사회로부터 '추가로 자료를 제출할 것이 있으면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고, 지난 2월 17일 진술서를 비롯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변호사회는 3월 중순경 신청인에 대해 등록부적격자라는 의견서를 첨부해 신청인이 제출한 신청기록을 변협에 송부했는데,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누락했다가 변협 등록심사위원회의 심사기일 10일 전인 4월 7일에서야 변협에 송부했고, 변협은 그 다음 날 이를 심사위원에게 송달했다"며 "이에 심사위원들은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뒤늦게 수령하게 됨으로써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심사기일에 임했으며, 심사위원도 심사기일 개시까지 자료를 살펴보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위와 같은 대한변협 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가 심사위원들에게 적시에 도달되지 않음으로써 신청인으로서는 적정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며 "따라서 대한변협의 변호사등록 신청에 대한 거부는 절차적으로도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그렇다면, 신청인의 변호사등록 신청을 거부한 변협의 행위는 위법 또는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변협에게 신청인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명할 것을 구하고자 이의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변협으로부터 변호사등록을 거부당한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현재 법무법인 동안에서 '사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판사와 검신 출신을 통틀어 사무장으로 등록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최근에는 전국행정서비스전문사무직근로자노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해 화제가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